날마다 새롭게 - 맑고 향기롭게 근본 도량 길상사 사진공양집
일여 지음 / 예담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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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마다 새롭게 >

 

법정스님이 많은 가르침을 남기시고 떠나신지 벌써 몇년.

법문도 많이 하시던 스님 한번 뵙고 싶다던 엄마 말을

때되면 찾아오는 아이들의 투정처럼 여겼던게 아쉽기만 하다.

입적하신 후에, 속세의 때 많은 인간군상들의

법정스님에 관한 책의 판권 다툼과 논란이 있었기에 스님의 다른 책들을 제쳐두고

오래된 <무소유> 한권만 읽으며 아쉬움을 달래곤 했는데,

스님의 사진공양집이라 설레였던 책 < 날마다 새롭게>이다.

 

서울 도심의 사찰 길상사.

여인네의 웃음을 팔던 요정이며 고깃집이였던 대원각을 법정스님께서 시주(김영한님)받아

1995년 6월 대한불교 조계종 송광사 말사 '대법사'로 등록되었다가

1997년 12월 송광사의 옛 이름 '길상사'로 사찰명을 바꾸어 창건되었다고.

 

저자 일여는 군 시절 접한 사진과의 인연으로 사진기자를 하며

불교사진에 애정을 기울이는 바, '사진공양'으로 길상사와 한국불교를 찍는 중이라고.

 

'사진공양'으로 허락을 구한 귀한 사진과 그에 따른 설명들이 든 책.

입적하셨기에 흑백으로 전환해 담아낸 법정스님의 일상과 법문 사진들,

정적이고 경건함으로 담았던 불교와 그 가르침들,

길상사 안의 자연과 불자들(혹은 관광객이였을지라도) 모습들조차

눈길을 잡아 오래오래 머물게하니,

책장을 넘기는 손길도 겸허해지고

저자의 담백한 설명에 마음이 편안해지는 작품집이다.

 

법정스님의 에피소드들은 웃음과 그리움을 피워낸다.

스님의 점심 공양에 국수를 삶으시던 맏상좌 덕조스님.

가장 좋아하시는 음식이기에 입적 1주기에도 국수를 영전에 올렸다고.

떡국 또한 좋아하셨다는 법정스님의 레시피가 독특했는데,

"표고버섯을 우린 물에 미리 불린 떡을 넣고

조선간장으로 간을 한 후, 땅콩버터를 넣은 떡국".

땅.콩.버.터..??

오타인가 해서 한참을 바라보았지만, 오타 아닌 독특한 레시피이다.

참 좋아하신 떡국이라 하니 시도해봐야 겠다.

 

길상사를 "불교 냄새가 나지 않는 절"로 가꾸는 것이 스님의 뜻이였다더니

사진으로 보는 길상사는 자연과 함께하는 맑음이고 향기로움이였다.

노리개였던 여성들의 한을 풀어주고,

인간들의 배를 채워주었던 짐승들의 극락왕생을 비는

길상사의 대웅전 격인 '극락전'을 비롯해

돌다리 하나, 풍경 하나, 연못, 가을낙엽, 설경조차 무뎌진 마음을 두드려주니

삭막하기만 했던 내 심장에 쿵쿵 뜨끈한 피가 돌아나오는 느낌이다.

 

무한한 평안함이 그리울 때 이 책이 답이 될 듯.

불교신자이든 아니든 상관치 않을 듯하다.

법정스님은 시대의 스승이고 멘토셨고, 길상사 역시 절이라기 보다 도심의 쉼터이기에.

 

가까운 곳에 있지만 과거의 쓰임이 그늘로 남아, 마음이 동하지 않았던 길상사.

이 추위가 조금 누그러지면 엄마와 한번 다녀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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