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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싱 1 ㅣ 오싱 1
하시다 스가코 지음, 김균 옮김 / 청조사 / 2013년 11월
평점 :
< 오 싱 1 >
나름 풋풋했던 중학교 시절, 일본의 장편소설을 많이 읽곤 했었었지.
그 중에 단연 <빙점>과 <오싱>이 최고였다고 기억된다.
<빙점(미우라 아야코)>은 그 때의 애절한 감수성으로 읽으며
양모 나쓰에의 불륜에 분노하고, 학대 당하는 비련의 주인공 요코를 동정했지만,
<오싱>의 일생은 동정보다 '불쌍하다'는 마음만 담아 두었었다.
가족을 위한 희생 앞에 어쩔 수 없었던 어린 여자아이, 오싱.
이후 이번에 새로 접하게 된 < 오싱 >.
고생만 하던 불쌍한 오싱이 이제 여인으로 느껴지고
우리 할머니, 엄마들의 삶과 그 넋두리 속에서 언제나 '오싱'을 듣고 보았기에
바다 건너 일본의 여인이지만, 오싱이 내 품 속의 사람인 듯 다가왔다.
한국의 여성들은 희생을 요구당하는 시절을 살아왔었고
일본의 여성들은 순종과 복종을 강요당했다 생각했는데,
여성에게 가족을 위한다는 명목의 그 정점에는, 자신을 죽여야 헸던 '헌신'을
미덕이라는 이름으로 치장하고 요구하는 바가
시공간이 따로 없지 않았나하는 안타까움으로 읽어내렸다.
가난한 가족을 위해 자신을 내어줬던 수많은 오싱들.
이 책 < 오싱 1 >은 여든에 이른 오싱이 사업확장에만 열올리는 아들 히토시에게 실망하고
인생을 돌아보기 위해 고향으로 향하는 가출(?)을 감행하면서 시작된다.
그녀에게 경쟁적이면서도 의지가 되어던 실제적인 자매 가요,
가요의 사후, 가요의 아들 노소미를 양자로 받아들인 오싱,
노소미의 아들 게이가 오싱을 찾아 긴상온천으로 오면서
오싱은 게이짱에게 길고도 길었던 한평생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시작부터 알싸하고 짜르르한 작은 속삭임처럼 시작되는
오싱의 담담하고 고백적인 이 이야기 속에는
겨우 7살의 어린 오싱이, 가난한 집안의 딸들의 숙명처럼
쌀 한가마의 품삯으로 먹고살기 위해 떠났던 더부살이(아기보기) 생활과
학업에 목마른 아이, 힘들어도 밝았던 아이, 자존심을 알았던 아이였던
우리의 가난한 시절을 살아낸 할머니와 엄마들인 어린 오싱이 있었다.
찌릿하면서도 한이 서려있어 읽는 내내 가슴 한켠이 먹먹하게 만드는 이야기들.
나카가와 재목점에서 도둑으로 몰려 상처받은 오싱의 모습에 소름돋게 몰입되고,
오싱의 인생멘토가 되어주었던 탈영병 쥰사쿠의 죽음에 명치가 아파오며,
힘겹기만 했던 오싱의 삶에 길을 열어준 가가야 쌀도매상의 큰마님 구니의 넒은 아량에 목메이고,
사랑과 인생에 있어 축복과도 같았던 선의의 경쟁 가요와의 만남에 가슴뛰게 설레였던 책.
1901년 생 오싱. 세기를 넘어선 할머니가 되어 다시 돌아온 오싱의 이야기는
'무밥'이 뭔지 모르고 자란 세대인 나를 혼란과 분노, 처량함으로 눈물짓게 하고
가족을 위한 희생을 숙명으로 받아들임을 한숨쉬게 하며
여성의 삶과 비애, 그 속에서도 지켜나가는 가족애가 너무도 버겁게 느껴진다.
아직 2권에서 6권에 이르는 오싱의 삶이 남아있다.
얼마나 더 갑갑해하며 또 공감하며 오싱의 이야기를 들어야 할까.
박경리님의 <토지>, 최명희님의 <혼불> 속의 여인들처럼
굳건히 살아낸 오싱을 이미 알고는 있지만
그녀의 삶이 좀더 아름다웠기를!!
잊고 살았던 오싱의 인생을 다시금 읽으면서, 여성으로서의 삶의 무게를 가늠해본다.
여전히 내 나이 이상의 오싱을 이해하기 힘들겠지만,
시간을 두고 5년 후, 또 10년 후 나이를 먹어가매,
동반자와 같은 여인의 마음으로 읽고 싶은 책 대하소설 < 오싱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