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진 들녘
박경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3년 8월
평점 :
절판


< 노을 진 들녘 >

 

박경리 선생님의 작고 이후, 재출간되는 단편, 장편 소설들은 정말 행복감을 느끼게 한다.

최근에 연이어 박경리 작품들을 읽다가 생각한 것인데, 대하소설 <토지>는 예외적이지만,

수십 년의 시대차를 느낄 수 없는 다양한 레파토리의 작품들 속

인간 군상들의 모습과 갈등이 지금의 우리와 다른게 전혀 없으니 의문만 생겨난다.

박경리 선생님은 반세기를 넘어, 우리네 삶들을 미리 보았던가?

 

이 책은 역시 1961년에 연재된 작품이라 하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그 시절의 보수적인 사상에 정면으로 맞서는 통속적 인간관계는 모두 털어넣었으니 말이다.

큰 반향을 불러왔으리라 생각되는 <노을진 들녘>은

박경리 선생님의 대표적인 작품은 아니지만, 영화로 제작되어

주인공 주실, 영재를 엄앵란, 신성일이 주연으로 출연할 정도였다고.

 

송주실과 윤영재의 근친상간, 주실과 성삼의 강제적 결혼과 비정상적 관계,

할아버지 송노인의 옹고집(물론 이해는 되지만)이 불러온 파국과 자살,

영재의 비겁한 자기합리화와 이에 못지 않는 주변인들의 이야기를 읽고 있노라면

완벽하게 요즘 방송 드라마의 대표적인 막장 스타일이라 생각된다.

 

특히 이 책에서는 자신의 목적을 위해 저돌적인 여자들이 대거 등장한다. 

성삼의 엄마를 비롯하여 일혜, 민여사 등등.

폐쇄적이고 작위적인 등장인물들의 관계 때문에 더욱 그러하지만

그럼에도 달필의 작가 손을 빌어 쓰여졌기에 고스란히 드러난

고뇌와 본능, 욕망, 갈등 등의 이기적인 면모가 지극히 인간적이여서 놀라울 뿐이다.

 

나름 최근의 책과 견주어 불편함없이 읽히는 책이고,

주인공들의 허접한 인간성과 도덕성이 작가에 의해 덧칠되어

지극히 겁먹은 인간의 행동으로 보여지는 것이 불만이긴 하지만

그러하기에 이 책이 쓰여졌다 생각하며 편하게 읽으면, 또 잘 읽히는 책인 듯.

 

이 책 역시 '박경리 스타일이야' 생각하며 덮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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