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개의 찬란한 태양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 현대문학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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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아프가니스탄과 그곳에 사는 사람들에 대해 관심도 지식도 없었다.

단지 나와는 멀리 떨어진 전쟁이 끊이지 않는 평화롭지 못한 곳이라고 막연히 생각했을뿐...

책을 통해 보게 된 그들 사회의 아픔과 부조리는 내가 알던 것보다 훨씬 심각했다.

그들의 이야기를 읽는 것만으로도 슬픔과 분노가 느껴지고, 그런 그들의 고통을 알지못하고 살아온 게 부끄러워질만큼.

그리고 그들보다 훨씬 나은 환경에 사는 것에 감사, 안도와 함께 이렇게 이기적인 나의 모습이 미안했다.

여자가 `사람`으로 대접받지 못하는 게 얼마나 고통스러운지를 보게되었다.

자신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고있음을 알면서도 단지 인내하고 감내하는, 보다 적극적으로 대항하지못하는 그녀들의 모습이 어리석게 느껴지면서도 그럴 수밖에 없는 그녀들의 입장도 알 것 같기에 참 불쌍했다.

이 책은 총 4부로, 1부는 마리암, 2부는 라일라, 3부는 마리암과 라일라, 4부는 마리암이 죽고 난 후 라일라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각 부에 따른 주인공에 어찌나 공감이 되고 몰입이 되는지 나도 모르게 마리암, 라일라와 같이 생각하고 공존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기에 결코 짧다고는 할 수 없는 이 책에 빠져 하루만에 읽어버리고 말았다. 이게 좋은 작가의 능력이겠지...

그렇게 그들의 이야기에 빠져 분개하고 마음 아파하면서도 내 눈에서 눈물이 흐르지는 않았었다.

하지만 마리암이 죽고난 뒤 라일라가 보게 되는 마리암의 아버지 잘릴의 편지를 읽으면서 나는 눈물을 흘릴수 밖에 없었다.

그 순간 나는 아버지를 원망하면서도 사랑했던 마리암이 되어 있었다.

이제 나는 좀 더 넓은 세상에 관심을 가지고 바라볼 수 있게되었다. 이게 바로 책의 능력이자 매력임을 나는 잠시 잊고 있었다.

좀 더 많은 사람이 `사람`다운 생각을 가지고, `사람`다운 대접을 받으며, `사람`답게 살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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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들이 사는 나라
데이브 에거스 지음, 조동섭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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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3년전쯤인가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영화를 봐야할 일이 있었다.

전주국제영화제에 가는 것도, 거기서 영화를 보는 것도 처음이었기에, 기대도 컸고, 설레기도 하면서 좋은 영화를 고르기 위해 고심했다.

그리고 많은 영화들 중 내 마음을 가장 끌었던 영화는 `괴물들이 사는 나라`였다.

판타지도, 귀여운 것도 좋아하는 나였기에 무시무시하지만 귀여운 괴물들의 모습이 나를 이끌었기 때문이다. 그 영화에서는 묘한 매력이 느껴졌다.

하지만 일찍 예매해야하는 것을 잘 몰라서 결국 그 영화는 놓치고 다른 영화를 보게 되었다.

차선책으로 보게 된 영화도 생각보다 정말 좋았고, 독립영화의 매력에 눈을 뜨게 해준 좋은 영화였지만, `괴물들이 사는 나라`를 보지못한 아쉬움은 마음 한켠에 남아있었다

그렇게 몇 년이 흐르고 우연히 이 책을 발견하게 되었다.

내가 그렇게 보고 싶어 했던 영화의 제목과 같은 제목에 끌렸던 것이다. 그리고 혹시 그 영화의 이야기가 아닐까하는 조심스러운 기대와 함께 책을 펼쳤다.

아니나다를까 이 책은 그 영화의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태어난 것이라고 하였다.

모리스 센닥의 그림책 `괴물들이 사는 나라`를 데이브 에거스와 스파이크 존스가 함께 각색하여 영화 `괴물들이 사는 나라`의 시나리오를 썼고, 그 시나라오를 바탕으로 데이브 에거스가 소설 `괴물들이 사는 나라`를 썼다는 것이다.

이런 우연과 인연에 기뻐하며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처음엔 그냥 재미있게 읽었다. 내가 첫째이다보니 주인공 맥스보다는 맥스의 누나의 입장을 생각하며 `어휴, 이 말썽꾸러기!!!`하며 읽기는 했지만 말이다.

그런데 뒤로 가고 괴물들의 나라에서 괴물들의 왕이 되어 살아가는 맥스의 모습을 읽어가면서 점점 이 책이 어렵게 느껴졌다.

괴물들이 단순한 괴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분명 괴물들은 무엇인가를 상징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게 정확히 무엇인지를 파악하기가 힘들었다.

아직도 작가가 표현하고자 한 정답이 무엇인지는 잘 알지 못하겠지만, 굳이 꼭 정답을 찾아야 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이나, 미술작품이나, 사람들은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애를 쓰고, 그 의도를 파악하면 `음, 그렇군. 난 알았어!`라며 만족해하는 경우가 많다.

나는 정답에 구애받지 않고, 그냥 책을 즐기고, 미술작품을 있는 그대로 즐기며 나만의 느낌과 감동을 받으면 그걸로 족하다고 생각하는 편이었고, 오히려 그것이 진짜라고 생각하는 편이었는데, 어느새 나도 그렇게 나의 온 마음으로 스스로 즐기려고 하기 보다는 `정답`만을 찾으려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작가의 의도...그것은 중요하다. 작품을 통해 느껴지는 작가의 의도는 작가와 나의 의사소통이자 공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을 억지로 느끼려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통하면 그 나름대로 의미있고, 어긋나더라도 그것은 내가 느낀 것으로서의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닌가?

내가 느낀 괴물의 상징은 두 가지다.

하나는 맥스 자신의 모습, 그리고 다른 하나는 다른 사람들의 모습.

7명의 괴물은 각기 모두 다르다. 그것들은 맥스가 좋아하거나 좋아하지 않는 자신의 여러 모습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괴물들의 여러 모습을 보면서 맥스가 깨달아가는 것, 그것이 맥스가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이해하며 자아정체성을 형성해가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괴물들은 맥스 주변의 다른 사람들의 모습이라고 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괴물들의 왕이 되어 그들을 다스리고, 그들이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을 파악하고, 그들을 이해하는 모든 것들이 작가는 내가 생각한 이 두 가지 중 하나의 생각을 했을 수도, 둘 다 했을 수도, 아니면 전혀 다른 의도였을지도 모르지만, 이제 그것은 내게 그리 중요하지 않다.

이 책을 읽으며 생각한 모든 것, 이해하고 깨달은 모든 것, 그리고 조금은 더 성장했을 내가 나에겐 더 중요하고 가치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결론을 내리면서도 작가의 의도가 궁금한 것은 궁금한 것이라, 혹시 원작 그림책을 읽으면 그 의문이 풀릴까싶어 그림책도 읽어보게 되었다.

그림책에서는 그 답을 찾을 수 없었다.

그림책의 주인공은 오직 맥스뿐이었고, 그림책 속의 괴물들은 하나하나 개성을 가진 존재가

아닌 단지 괴물들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림책에서는 그림책 나름대로의 느낌과 감동이 있었다. 그리고 내가 머릿속으로 어렴풋이 그려온 괴물들의 원래(?) 모습을 볼 수 있어 반갑기도 했다.

언젠가 영화도 볼 기회가 왔으면 좋겠다.

왠지 영화는 나의 궁금증을 해결해 줄 것 같은 작은 기대와 함께, 영화로 그려진 맥스와

귀엽고 무시무시한 괴물들의 새롭고도 반가운 모습을 보고싶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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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은영이 사랑하는 101가지 - 그녀가 온세상을 샅샅이 뒤져 찾아낸 가장 예쁘고 좋은 것들
서은영 지음 / 그책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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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책은 나와는 그리 어울리지 않는 책이다.

나 스스로도 `내가 이런 책도 읽네?`라고 생각할 정도이니까 말이다.

나는 외모를 꾸미는 것에 거의 관심이 없고, 명품, 브랜드 등에 대해서도 전혀 관심이 없고 무지하다.

그런 나와는 전혀 다른 세계에 사는 스타일리스트 서은영씨의 책을 읽게 된 것 참 우연이었다.

서은영이라는 사람에 대해 들어본 적도 없던 내가 그냥 도서관에서 우연히 집어든 책을 펼치고 읽게된 그녀의 솔직한 글이 왠지 끌렸던 것 같다.

하지만 워낙에 관심없는 분야의 책이라 그냥 슬쩍 훑어보고 지나쳤었는데, 그로부터 한참이 지난 어느날 도서관에 갔는데 이 책이 생각나면서 한 번 읽어볼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치관도 살고 있는 세계도 좋아하는 것도 참 나와 다르지만, 작은 물건하나에도 행복해하고, 사랑에 빠지는 그 모습만큼은 공감이 되어서 일 것이다.

단지 그 물건이라서가 아니라 그 물건에 담긴 이야기와 추억, 가치, 그 물건의 디자인이나 색깔에 느끼는 그 느낌에서 느끼는 사랑스러움과 행복감을 나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신의 사랑하는 것들과 행복을 솔직히 써낸 그녀의 글이 내 마음에 와닿은 것 같다.

나는 작은 물건하나에도 행복할 수 있는 내가 좋다. 부디 이 마음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더욱내가 사랑하는 것들을 발견해나갔으면 좋겠다.

나와는 너무 다른 그녀이기에 그녀의 사랑에 모두 공감할 수는 없지만, 그녀의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뉴발란스 등...몇 가지 좋은 것들을 새롭게 알게 된 것도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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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러드 차일드
팀 보울러 지음, 나현영 옮김 / 살림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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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정말! 흥미진진한 책이었다.

작가의 세밀한 심리 묘사가 책을 읽는 내내 마치 내가 주인공이 된 것처럼 느끼게 만들었다.

이 책의 주인공인 `윌`은 거의 죽을 정도의 사고를 당하고는 기억상실증에 걸리게 되는데, 초반의 기억을 잃은 `윌`의 심리 묘사는 기억을 잃은 사람의 심리를 너무나도 실제적으로 표현하고 있어,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접했던 모든 기억상실증에 대한 이야기보다현실적이고 가깝게 와닿았다.

마치 실제 기억상실증환자가 자신의 심리 상태를 표현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였다.

책의 두께가 꽤 됨에도 불구하고, 손에서 뗄 수 없게 만드는 이 책의 흡입력은 정말 시간가는 줄을 모르고 책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단순한 흥미로운 것이 아니라, 묘하게 환상적이면서도 현실적인 매력과 전개가 다음에는 무슨 일이 일어날 지를 손놓고 기다릴 수 없게 만드는 것이었다.

어렸을 때는 참 책에 온전히 빠져들어서 그 책 속의 세계를 여행하고, 공감했던 것 같은데, 점점 나이가 들면서 그런 몰입력이 점점 떨어져갔었다.

그런데 이 책은 마치 어렸을 적처럼 책에 온전히 빠져들어 주인공과 동화되고, 책 속의 세계로 들어갔다 나온 것 같다.

특히 마지막으로 갈수록 뒷이야기가 궁금해 도저히 책을 내려놓을 수가 없어 끝까지 다 읽고서야 정신을 차렸더니 몇시간이 지나있었는데,

그 행복감과 쾌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내가 왜 책을 좋아하게 되었는지를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어렸을 때는 이런게 당연한 것이었는데, 어른이 되니 이런 것조차 참 소중하고 귀한 것이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이런 특별한 경험을 앞으로 만나게 될 책에서도 계속 이어나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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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터 뫼어스 지음, 안영란 옮김, 귀스타브 도레 그림 / 문학동네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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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독일 문학을 좋아하는데, 그 중 발터 뫼르스(Walter Moers) 또한 내가 특별히 좋아하는 작가 중의 하나이다.

사실 나는 작가이름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편이라서 정말 좋아하는 작가 몇 명만을 기억하는데, 발터 뫼르스도 그 중 하나이다.

발터 뫼르스의 책은 정말 환상적이고, 작가의 그 천재적인 상상력은 정말 대단하다고밖에 할 수 없을 것이다.

이 책의 뒷표지에는 작가 본인이 `그 무엇도 나를 평가할 수는 없다`라고 말한 것이 나와있는데, 정말 말 그대로 그 무엇도 발터 뫼르스를 평가할 수 없을 정도로 발터 뫼르스는 천재적이며 매력적인 작가인 것 같다. 그가 만들어 낸 책 속의 세계는 그만의 독특한 매력이 가득 담겨있다.

이 책은 19세기의 가장 유명한 일러스트레이터였던 프랑스의 화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귀스타브 도레의 21개의 그림작품을 모티프로 쓴 소설이다.

그리고 이 책의 주인공의 이름 또한 귀스타브 도레이다.

그림들을, 그것도 연작이 아닌 그림들을 가지고 책을 쓴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기에, 발터뫼르스의 다른 작품보다 별로면 어쩌지하는 걱정이 조금 있었지만, 책을 읽으면서 그런 걱정은 전혀 할 필요가 없었다는 것을, 역시 발터 뫼르스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림을 이야기로 엮은 것이라는 느낌은 전혀 받지 못할 정도로 매끄러운 이야기 진행에 마치 발터 뫼르스의 소설에 귀스타브 도레가 그림을 그려준 듯 했다.

읽는 내내, 발터 뫼르스의 작품들이 그렇듯이 환상적이면서도 현실적이었고,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었고, 마지막에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것까지 짜릿했다.

역시 발터 뫼르스는 내가 좋아할 가치가 있는 작가다.

개인적으로 해피엔딩을 좋아해서 귀스타브의 여행 내내 마음 속으로 귀스타브를 응원했었다.

결국 귀스타브가 모든 임무를 무사히 마치고 지구로 돌아가게 되어 정말 다행이라고 미소를 지었는데, 느닷없이 귀스타브가 죽게 되어 충격적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또 다른 반전으로 이어져 이것이 모두 귀스타브의 꿈이었다는 것으로 끝이난다.

결국은 해피엔딩이라 좋았고, 결말을 알고나니 앞의 복선들이 생각나면서 다시 한번 작가에게 감탄을 보내게 되었다.

이러한 반전의 반전에도 허무하다거나 하지않고, 미소를 짓게 만드는 것은 발터 뫼르스의 커다란 힘이고 매력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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