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즈만이 희망이다를 읽고

퓨즈만이 희망이다 - 디스토피아 시대, 우리에게 던지는 어떤 위로
신영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9월

* 해당 게시물은 한겨례출판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디스토피아

현대 사회의 부정적인 측면이 극단화한 암울한 미래상. (표준국어대사전)

역사적으로 살기 좋았던 때는 없었다고들 한다. 예를 들어, 자영업자에게 ‘요즘 경기가 어떻습니까?’ 혹은 ‘살기 좀 편해졌습니까?’라고 물었을 때 ‘살기좋습니다’라고 대답할 확률은 언제나 낮았다는 것이다. 세상살이라는 것이 언제나 만만하지 않고 모든 것이 상대적인 것이기에 살기 좋다고 하는 사람은 드문 것도 사실일 것이다. 하지만 전세계적으로 모든 사람들이 패닉 상태에 빠지기 충분한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상황은 현대사에서 가장 살기 힘든 시기로 기록되지 않을까 싶다.

책의 서문에 저자는 이 책의 이야기들이 시의성이 떨어진다는 우려의 말들이 있었다고 했다. 책 속의 이야기들이 많게는 15년 전에 작성된 글들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이 책에 꼭 그 이야기들을 함께 싣고 싶었다고 한다. 나는 15년 전의 이야기들이 결코 시의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단지 15년 전의 ‘사건’들일 뿐 그 ‘사건’들은 현재까지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과거’의 일이 아니라 지금 ‘현재’의 일이라고 생각한다. 어떠한 ‘사건’들이 생겼을 때 그 사건들을 제대로 해결하나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그 사건은 또 다른 사건들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건강도, 사랑도, 아픔도 없는 이유가 바로 이러한 이 때문이 아닐까. 4장의 건강: ‘네가 아프면 나도 아프다’는 제목이 가장 눈에 띄었다. 그 중에 ‘함께 건강하지 않으면 어느 누구도 건강할 수 없다’는 꼭지는 보건학을 공부하고 있는 내게 가장 절실히 다가왔다. 건강불평등이야말로 현재 우리 사회에서 가장 문제가 되고 해결해야 할 부분임이 틀림이 없다. 의료공공성이 무너져가고 있는 우리 사회가 과연 올바른 복지국가로 향해 갈 수 있을까? 저자가 강조한 ‘함께 건강하지 않으면 어느 누구도 건강할 수 없다’를 많은 이들이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p. 155

“함께 건강하지 않으면 어느 누구도 건강할 수 없다”는 정신을 그 중심에 두는 작업이 되어야 한다.

p. 179

“우리가 평등을 추구하는 것은 그것이 우리에게 이득”

한국 사회 뿐만 아니라 전세계는 수많은 위기에 빠져 있었다. 각종 불평등뿐만 아니라 기후 변화, 코로나 19와 같은 팬대믹을 가져올 전염병 등, 보건의료의 최전선에서 일하는 직업군과 학자들의 우려와 달리 세상은 그 나름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그나마 이번 팬대믹이 많은 사람들에게 공중보건에 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는 점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위기를 기회로’ 일지도 모른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 책의 저자가 짚어주는 이야기들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모두가 함께 읽고 생각하여 더 옳은 방향으로 나갈 수 있도록 연대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해 주고 있다. 15년 전의 아픔들을 여전히 이야기하고 있는 지금이지만 향후 15년 뒤에는 아픔뿐만 아니라 함께 이루어낸 치유법들도 함께 이야기해 나갈 수 있길 바라며 이 책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