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안녕 - 박준 시 그림책
박준 지음, 김한나 그림 / 난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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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이에 그림책을 읽는 날이 오다니! 난다 서포터즈 덕분에 간만에 편안하게 몽글몽글한 기분도 느껴본다. 시는 ‘안녕’이라는 말을 주제로 누군가에게 다가가고 관계 맺는 과정을 그린다. 그림은 두 주인공이 만나고, 함께 하고, 마지막 이별을 하는 이야기를 보여준다. 새와 함께 하던 강아지는 목줄을 끊고 힘껏 달리게 되는데, 결국 새는 강아지를 떠나 멀리 날아간다. 마지막 장면에서 강아지는 새가 건넸던 꽃을 물고 있는 반면, 새는 그 꽃을 떨어뜨린다. 강아지는 혼자 남겨졌지만, 또 ‘안녕’ 하고 인사를 건넬 누군가를 만날 수 있기에 그리 불행하지는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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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의 영화 언어
이상용 지음 / 난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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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이 한창 난리였을 때는 한국 영화가 칸 황금종려상이나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았다는 사실 자체에 집중한 논평들이 많았던 것 같다. 비평이 아니라 기사로 소식을 많이 접해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비전문가들이 으레 그렇듯 나도 영화를 줄거리나 연기에 집중해서 볼 때가 많다. 연출이 훌륭하다고 평가받는 영화는 재미가 없고, 상업적으로 흥행에 성공한 영화는 내 눈으로 봐도 비평할 만한 지점이 얕아서 영화 비평글은 항상 어려웠다. 봉준호 감독은 재미로 보나 예술로 보나 흠잡을 데가 없어서 책 읽는 것도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어디 가서 말하기도 좋고.


좀 더 심층적이고 영화 간의 유기적인 해석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 감독의 영화 세계를 전체적으로 조망하는 단행본이라는 점이 좋았다. 이 책을 읽고 이상용 평론가의 글을 몇 편 더 찾아봤는데, 너무 어렵지 않은 언어로 해석을 풀어내서 앞으로도 작가의 이름이 보이면 찾아 읽을 것 같다. 영화를 깊이 읽는 데에 막연한 두려움이 있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봉준호 감독 역시 이를 충분히 다루면서도, 이야기 속에 상반되거나 길을 잃게 만드는 이야기들을 삽입해놓는다. 그것은 한 편의 영화가 오로지 하나로 완성되는 이야기의 길이 아니라 수많은 길이 교차하는 장소임을 보여준다. - P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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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사람들
박솔뫼 지음 / 창비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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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솔뫼 작가 특유의 긴 문장은 익숙하지 않고 독특하다. 읽다보면 그래서 누가 뭘 했다는 건지도 헷갈려서 다시 읽게 된다. 책의 내용도 현실과 상상이 모호해지는 부분이 자주 등장하는데, 문체와 맞물려서 경계가 더욱 흐릿해지는 느낌이다. 좋았던 부분은 주인공이 상상하는 현재의 ‘나’와 다른 ‘나’, 실제와 다른 행동을 한 친구들 또한 허무맹랑한 게 아니라 어쩌면 내가 그렇게 됐을 수도 있는 존재라는 것이다. 어쩌다 보면 이렇게도 될 수 있고 저렇게도 될 수 있는 묘한 상상력과 우리의 일상을 잘 연결시켜 놓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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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음성같이 옛 애인의 음성같이 - 김승희가 들려주는 우리들의 세계문학
김승희 지음 / 난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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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책으로 김승희 시인에 대해 처음 알았다. 원래 책이나 영화를 볼 때 스토리를 중요시하는 편이라 ‘책에 대한 책’은 왠지 스포일러를 당하는 기분이 들어 조금은 꺼리는데, 이 책은 이야기를 알고 모르는 것과 관계없이 의미를 담고 있는 고전을 다루고 있어 편안히 읽었다.

사실 고전, 하면 막연히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그런데 그런 고전도 먼저 읽어본 사람이 ‘나는 읽고나서 이런 생각이 들었어.’ 라고 얘기해주면 더 용기를 가지고 읽게 되는 것 같다. 내게는 이 책이 믿을 만한 큐레이터가 ‘나랑 같이 이 책 읽어볼래?’ 라고 말을 붙이는 것처럼 느껴졌다. 글 자체도 제목처럼 어머니나 옛 애인이 넌지시 건네는 말처럼 상대를 생각하는 마음이 느껴져 따뜻하고 허투루 하는 말 없이 하나하나 짚어가며 읽었다.

개인적인 상황에서나 사회적인 시국에서나 지혜로운 어른의 조언을 듣고싶다는 마음이 강해지는 시기다. 적절한 시기에 나를 보듬어주는 책을 만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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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 진
이동은.정이용 지음 / 창비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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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진아와 수진은 각자의 자리에서 어떻게든 한 고비씩 넘겨 나간다. 가난은 노력을 무용하게 만들고 믿음은 기대를 배신한다. 사회도, 가족도 지켜주지 못하는 삶일지라도 놓치지 않고 이어나간다. 위태로워 보이는 두 사람의 삶이 그래도 버틸 만한 이유는 원고가 날아가 버린 슬픔을 달래기 위해 치킨을 나눠먹을 치킨이 있기 때문이고, 아들에게 만나는 사람에 대해 말해버리는 짖궂은 언니가 있기 때문이다. 수진이 써내려가는 盡進이라는 글씨처럼 두 여성이 지금보다는 조금 더 힘 있는 한 걸음을 내딛었으면 좋겠다. 다만, 너무 지치지만은 말고. 내 곁 사람들과 외롭게 않게.

한고비만 넘기면 진짜 내 인생 나올 거라며 청춘을 다 보내고 보니, 그 고비가 그냥 내 인생이었다. - P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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