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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없는 육식의 탄생
체이스 퍼디 지음, 윤동준 옮김 / 김영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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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은 복잡하다. 1조 8천억 달러 규모의 배양육 시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 위험성도 크다. 만약 실패한다면 기후위기를 벗어날 유망한 해결책 하나가 완전히 사라지는 셈이다. 그러나 만약 성공을 거둔다면 혁명의 시작일 수 있다. [서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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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4학년 무렵. 학교 급식으로 콩고기를 처음 맛보았다. 시간이 흐르며 흐릿해진 기억에 언제인지는 이제 정확하지 않지만, 제육볶음 속 푸석하게 씹히던 고기의 식감은 잊을 수 없다. 낯선 식감과 냄새에 친구들 대부분은 포기했지만. 편식 없는 어른 입맛 반과 반 정도의 허세에 힘입어 그래도 어찌 한 그릇을 비워 낸 나는, 한동안 정체 모를 뿌듯함에 사로잡혔는데. 돌이켜보면 그건 '죽이지 않은' 고기를 먹었다는 데서 기인하지 않았을까 싶다. 어쨌든 결론은. 잊지 못할 푸석함 덕에 그날 이후 내가 더는 콩고기에 도전하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콩고기에 대한 느낌은 대체육 전체에 대한 거부감으로 이어졌다. 최근에 세포배양육을 다룬 기사를 마주하면서도 기대만큼이나 걱정이 앞선 것 역시 그 때문이었다. 인류가 직면한 여러 문제를 해결할 좋은 방법임은 분명하지만, 우리에게 익숙한 고기를 완전하게 대체하지 못해 발생한 사람들의 거부감은 세포배양육이 넘어야 할 커다란 산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책이 더 기대가 되었다. 해묵은 기억에 사로잡힌 내가 열심히 대체육을 부정해 오던 시간, 부지런히 앞으로 나아간 과학자와 기업가의 이야기를 생생히 담아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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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분야에서 일하는 몇몇 과학자는 단언한다. 농업혁명이나 산업혁명처럼, 앞으로 음식을 얻는 방식의 혁명은 세포농업일 것이라고. 그리고 발효 작용이 치즈나 요구르트, 맥주를 만들 수 있는 문을 열었듯, 세포배양이 새로운 형태의 식품을 생산하는 관문이 될 것이라고. [p.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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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형 동물농장 운영은 요샛말로 '가성비'가 좋지 않다는 태생적 한계도 있다. 소고기 약 450그램을 생산하려면 사료 2.7킬로그램이 있어야 한다. 돼지고기 500그램 생산에는 약 1.6킬로그램, 닭고기 500그램에는 약 900그램의 사료가 필요하다. 기업형 동물농장은 광대한 옥수수와 콩밭에서 재배하는 식물단백질에 의존한다. 동물에게 먹이면 다시 순환한다지만, 도축하여 생산한 고기 양이 사료 양에 비해 너무 적다. [p.20]

 

 

책에서 언급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축산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기업형 동물농장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는 지구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14퍼센트를 차지한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2019년 9월에 열린 기후변화 관련 유엔총회에서 세계적인 식품 회사 다논의 회장 에미뉘엘 파베르가 한 말에 다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 세기에 우리가 쌓아 올린 식품 시스템은 이제 막다른 길에 접어들었습니다."

 

 

《죽음 없는 육식의 탄생》은 세포배양육 산업이 현재의 농업 시스템으로 고기와 유제품을 생산할 때보다 45퍼센트 적은 에너지를 사용하고, 온실가스 배출은 96퍼센트까지 낮출 수 있으며, 토지와 물을 각각 기존 사용량의 99퍼센트와 96퍼센트까지 줄일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옥스퍼드대학교 연구팀의 2011년 데이터 추정치와 매년 심각해지는 지구온난화와 해수면 상승, 인구 증가와 식량 부족 문제를 종합적으로 살펴볼 때. 우리가 기존의 방식만을 고집할 이유는 하나도 없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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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형 동물농장 방식과 비교했을 때. 아직 높은 가격과 복제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돌연변이 위험, 세포배양육 산업에 적용될 법과 제도의 마련 등. 해결할 문제와 선행되어야 할 과제가 여전히 많지만. 그럼에도 세포배양육에 관한 연구는 우리가 추구해야 할 가치와 나아갈 방향을 일러준다는 점에서 마땅히. 긍정적으로 평가되어야 하지 않을까?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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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명상 - 알아차림과 치유의 글쓰기
김성수 지음 / 김영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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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뜻밖의 유머로 가득하다. 글쓰기와 명상, 두 가지 모두 심각한 주제인데, '글쓰기명상'으로 합쳐지니 신기하게도 유쾌 통쾌 상쾌한 자기 탐구의 리트머스 시험지가 된다.

[정여울 《끝까지 쓰는 용기》 《마지막 왈츠》 저자 추천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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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에 만난 첫 번째 글쓰기책. 인 줄 알았으나, 정확하게 말하면 '글쓰기를 활용한 명상법을 다룬 책'이 더 적절할 것 같다. 급변하는 현대 사회에서 흔들리지 않는 내면의 힘을 키우는 명상이 사람들의 주목을 받은 지도 꽤 오래되었다. 명상은 성공한 사람들의 아침 루틴에 등장하는 단골 손님이 되었고, 매년 많은 사람들이 명상에 도전하고 또 실패한다. 《글쓰기명상》은 제목 그대로. 글쓰기를 통해 나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마음 깊은 곳에 자리한 불안과 슬픔, 외로움 등의 감정을 들여다 볼 수 있는 방법으로써의 '글쓰기명상'을 소개한다. 눈을 감고 허리를 곧게 편 채 움직임 없이 보내는 명상의 시간이 힘겨웠던 사람, 평소 글쓰기에 어느 정도 애정과 재미를 느끼고 있던 사람이라면. 이 책 《글쓰기명상》이 더 매력적으로 와닿을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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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글쓰기명상》은 모두 3부로 구성되었다. 먼저 1부에서는 글쓰기명상을 소개하며, 우리에게 익숙한 기존의 명상과 글쓰기명상이 어떻게 다른지. 왜 글쓰기명상이 필요한지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간다. 다음의 2부는 본격적으로 글쓰기명상을 시작하기에 앞선 워밍업의 시간이다. 지은이는 삶에서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단어들을 소개하며, 독자에게 짧은 질문들을 던진다. 마지막으로 3부에서는 글쓰기명상의 구체적인 방법을 만나볼 수 있다. 저자는 모두 34가지의 방법을 제시하는데, 쉬운 듯하면서도 어려운 주제들에 스스로 답을 하며 독자는 자기 내면에 한걸음 더 다가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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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명상의 5가지 원칙>

1. 자신이 쓴 글을 타인에게 낭독하거나 보여주지 않는다.

2. 손가락 끝에서 두서없이 튀어나온 글을 최고로 여긴다.

3. 띄어쓰기나 맞춤법, 비속어, 욕설 등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구사한다.

4. 일단 쓰고 난 글은 즉각 찢어버리거나 소각하여 완전히 폐기한다.

5. 자신은 최악의 글쓰기를 할 권리를 타고났음을 기억한다.

 

혼자 쓰고 읽는 글이기에 타인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아도 되고,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점에서 글쓰기명상은 일기쓰기와도 많이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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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의 어느 구석에 흉터나 사마귀처럼 박혀 있을 충동적 거부의 언어, '싫어!' 모르긴 해도 생애 아득한 시절, 엄마 젖을 빨면서 당신은 마음껏 '싫다'고 할 수 있었다. 그 시절의 옹알이 중 상당 부분은 '싫어'였을 것이다. 배가 조금만 부르면 고개를 내저었고, 잠자기는 싫은데 잠이 쏟아지거나 주변이 시끄러우면 오만상을 찌푸리면서 울어댔다. 공기나 습도가 조금만 불편해도 젖먹이였던 당신은 단호히 '싫다'는 신호를 보냈다. 그런 때가 있었다. 내 생애 그 많던 '싫어'는 어디로 갔을까? 세상살이에 적응하고 순응하면서 자신을 둘러싼 조건과의 타협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당신의 원시 언어, 근본 감정은 고난의 길을 걸었던 걸까?

[p.115]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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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구하러 온 초보인간 - 낯선 세계를 건너는 초보자 응원 에세이
강이슬 지음 / 김영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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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초보자여, 우리가 지금 처음이라는 막막한 벽과 빌런 개구리들 사이에 끼어 진퇴양난의 고통을 겪고 있더라도 부디, 부디 흑화되지 말아요. 우리가 히어로라는 사실을 기억하고 지금 우리의 구원을 기다리고 있는 미래의 우리를 생각해요. 지금 겪는 어려움은 미래에 '경험'이라 불리며 노하우가 되어 줄 것입니다. 그리고 미래의 우리에게 구원받을 미래의 초보들을 생각해요. 그리하여 우리가 결국은 더 좋게 만들어 낼 인류의 미래를 생각해요! 모든 것은 우리 초보인간들의 손에 달려 있습니다.

-작가의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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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기억에 남는 '처음의 순간'이 있다. 두발자전거 타는 법을 배운 날, 처음 학교에 가던 날, 들뜬 마음 사이를 어색함이 비집고 들어오던 신입생 OT.

강이슬 작가의 에세이 《미래를 구하러 온 초보인간》은 '낯섦' 앞에 선, 설렘과 두려움이 뒤엉킨 우리의 감정을 솔직하고 담백한 문장으로 그린다.

책을 읽기 전에 사전 답사를 하는 마음으로 전작 《안 느끼한 산문집》을 먼저 만나 봤는데. 《미래를 구하러 온 초보인간》을 몇 장 읽어나가다 보니 꽤 잘한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지은이의 마음을 조금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었고, 조금 더 가까운-친근한- 사이가 되어 이야기를 듣는 듯한 기분이랄까.

운전, 채식, 수영 등을 둘러싼 강이슬 작가의 아슬아슬한 첫 순간들이 담긴 《미래를 구하러 온 초보인간》. 눈가를 촉촉하게 적시는 감동과 배꼽 잡는 유머가 교차하는 책은, 새로운 도전을 앞둔 사람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격려를 건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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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큼이나 나를 믿고 싶어 하는 존재가, 나만큼이나 나를 살리고 싶어 하는 존재가 또 있을까. 없었으면 좋겠다. 그러니까 나보다 나를 더 사랑하는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말이다. 죽을 때까지 나는 나를 떠날 수 없으므로, 평생을 나랑 살아야 하는 나는 죽을 때까지 함께할 사람이 이왕이면 멋지고, 사랑스럽고, 든든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나의 꿈은 강이슬이 의지하고 기댈 수 있는, 강이슬의 영원한 믿을 구석이 되는 것이다.

 

《미래를 구하러 온 초보인간》, p.33

 

어떻게 보면 참 당연한 말인데. 내심 '나보다 더 나를 사랑하는 누군가'의 출현을 기다리고 있는 듯한 나의 마음이 낯설게만 느껴졌다. 타인에게 의존하지 않고도, 혼자 힘으로 충분히 채울 수 있는 따뜻함. 다른 이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해서. 스스로에게 더 멋지고 좋은 사람이 되어야 겠다는 다짐을 하게 만드는 문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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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말보다 '사람은 죽어서 쓰레기를 남긴다'가 더 그럴듯하게 들린다.

《미래를 구하러 온 초보인간》 에서

 

이름을 남기고 싶은 마음과 이름 대신 엄청난 쓰레기만을 만들어내는 현실이 대비를 이루는 우리의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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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나는 살면서 처음으로 내가 방금 먹은 것이, 그리고 여태껏 먹어온 것이 호랑처럼 살아 숨 쉬던 동물임을 실감했다. 무거운 감정에 가슴이 짓눌리는 듯했다.

《미래를 구하러 온 초보인간》, p.60

 

반려동물에게서 '살아있는 존재의 숨결'을 느낀 저자는, 그렇게 비건 지향을 실천하는 사람이 되었다. 일을 하며 식단을 따르는 일이 쉽지 않기에 도시락을 준비하며 번거로움도 자주 만나게 되지만. 그럴 때면 자신의 귀찮음을 대가로 지켜온 생명들을 보며 생각한다.

 

아무도 해치지 않는 식단,
아무도 아프지 않은 식단,
아무도 슬프지 않은 식단의 가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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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처럼 살 거야."

 

볼펜 잔해를 쥔 주먹이 파르르 떨렸다. 어감이 좀 별로라서 그렇지 개처럼 즐겁게 살아보자는 결심이었다. 개처럼 즐겁게 살기는 쉽다. 뒷일 걱정을 안하면 된다. 박호랑이 뒷일을 걱정할 줄 아는 애였다면 후환을 두려워하느라 값비싼 볼펜을 오독오독 물어뜯는 만족감 같은 건 평생 모르고 살았을 것이다. 발톱 깎을 시기가 하루하루 다가올수록 구석에 몸 숨길 생각을 하느라 초조해서 잠도 제대로 못 잤을 것이다.

《미래를 구하러 온 초보인간》 에서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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