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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구하러 온 초보인간 - 낯선 세계를 건너는 초보자 응원 에세이
강이슬 지음 / 김영사 / 2022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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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초보자여, 우리가 지금 처음이라는 막막한 벽과 빌런 개구리들 사이에 끼어 진퇴양난의 고통을 겪고 있더라도 부디, 부디 흑화되지 말아요. 우리가 히어로라는 사실을 기억하고 지금 우리의 구원을 기다리고 있는 미래의 우리를 생각해요. 지금 겪는 어려움은 미래에 '경험'이라 불리며 노하우가 되어 줄 것입니다. 그리고 미래의 우리에게 구원받을 미래의 초보들을 생각해요. 그리하여 우리가 결국은 더 좋게 만들어 낼 인류의 미래를 생각해요! 모든 것은 우리 초보인간들의 손에 달려 있습니다.
-작가의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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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기억에 남는 '처음의 순간'이 있다. 두발자전거 타는 법을 배운 날, 처음 학교에 가던 날, 들뜬 마음 사이를 어색함이 비집고 들어오던 신입생 OT.
강이슬 작가의 에세이 《미래를 구하러 온 초보인간》은 '낯섦' 앞에 선, 설렘과 두려움이 뒤엉킨 우리의 감정을 솔직하고 담백한 문장으로 그린다.
책을 읽기 전에 사전 답사를 하는 마음으로 전작 《안 느끼한 산문집》을 먼저 만나 봤는데. 《미래를 구하러 온 초보인간》을 몇 장 읽어나가다 보니 꽤 잘한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지은이의 마음을 조금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었고, 조금 더 가까운-친근한- 사이가 되어 이야기를 듣는 듯한 기분이랄까.
운전, 채식, 수영 등을 둘러싼 강이슬 작가의 아슬아슬한 첫 순간들이 담긴 《미래를 구하러 온 초보인간》. 눈가를 촉촉하게 적시는 감동과 배꼽 잡는 유머가 교차하는 책은, 새로운 도전을 앞둔 사람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격려를 건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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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큼이나 나를 믿고 싶어 하는 존재가, 나만큼이나 나를 살리고 싶어 하는 존재가 또 있을까. 없었으면 좋겠다. 그러니까 나보다 나를 더 사랑하는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말이다. 죽을 때까지 나는 나를 떠날 수 없으므로, 평생을 나랑 살아야 하는 나는 죽을 때까지 함께할 사람이 이왕이면 멋지고, 사랑스럽고, 든든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나의 꿈은 강이슬이 의지하고 기댈 수 있는, 강이슬의 영원한 믿을 구석이 되는 것이다.
《미래를 구하러 온 초보인간》, p.33
어떻게 보면 참 당연한 말인데. 내심 '나보다 더 나를 사랑하는 누군가'의 출현을 기다리고 있는 듯한 나의 마음이 낯설게만 느껴졌다. 타인에게 의존하지 않고도, 혼자 힘으로 충분히 채울 수 있는 따뜻함. 다른 이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해서. 스스로에게 더 멋지고 좋은 사람이 되어야 겠다는 다짐을 하게 만드는 문장이었다.
이제는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말보다 '사람은 죽어서 쓰레기를 남긴다'가 더 그럴듯하게 들린다.
《미래를 구하러 온 초보인간》 에서
이름을 남기고 싶은 마음과 이름 대신 엄청난 쓰레기만을 만들어내는 현실이 대비를 이루는 우리의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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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나는 살면서 처음으로 내가 방금 먹은 것이, 그리고 여태껏 먹어온 것이 호랑처럼 살아 숨 쉬던 동물임을 실감했다. 무거운 감정에 가슴이 짓눌리는 듯했다.
《미래를 구하러 온 초보인간》, p.60
반려동물에게서 '살아있는 존재의 숨결'을 느낀 저자는, 그렇게 비건 지향을 실천하는 사람이 되었다. 일을 하며 식단을 따르는 일이 쉽지 않기에 도시락을 준비하며 번거로움도 자주 만나게 되지만. 그럴 때면 자신의 귀찮음을 대가로 지켜온 생명들을 보며 생각한다.
아무도 해치지 않는 식단,
아무도 아프지 않은 식단,
아무도 슬프지 않은 식단의 가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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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처럼 살 거야."
볼펜 잔해를 쥔 주먹이 파르르 떨렸다. 어감이 좀 별로라서 그렇지 개처럼 즐겁게 살아보자는 결심이었다. 개처럼 즐겁게 살기는 쉽다. 뒷일 걱정을 안하면 된다. 박호랑이 뒷일을 걱정할 줄 아는 애였다면 후환을 두려워하느라 값비싼 볼펜을 오독오독 물어뜯는 만족감 같은 건 평생 모르고 살았을 것이다. 발톱 깎을 시기가 하루하루 다가올수록 구석에 몸 숨길 생각을 하느라 초조해서 잠도 제대로 못 잤을 것이다.
《미래를 구하러 온 초보인간》 에서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