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 전쟁 - 제국주의, 노예무역, 디아스포라로 쓰여진 설탕 잔혹사
최광용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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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이 동물의 생존을 위한 필수 성분이라면. 설탕은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는, 바쁘고 피곤한 현대인에게 없어서는 안 될 필수 감미료가 아닐까. 3시가 조금 넘은 나른한 오후, 쌉싸름한 커피와 달달한 간식을 옆에 두고 펼쳐 본 최광용 작가의 〈설탕 전쟁〉. 책은, 이제는 우리 일상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설탕에 관한 이야기들을 생생하게 담아냈는데. 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를 지나 아메리카까지. 대륙을 넘나들며 촘촘하게 얽혀 있는 역사와 문화는 때로는 흥미진진함과 설렘으로, 때로는 먹먹하고 아린 슬픔으로 마음 깊숙이 와닿는다.








차가 영국에 본격적으로 유입된 시기는 16세기에서 17세기경이었고, 영국인들은 빠르게 차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자 차는 곧 중요한 돈벌이 수단이 되었다. 이에 당시 아시아를 주무대로 활동하던 영국 동인도회사는 본격적으로 차 산업을 발전시켰고, 차 산업으로 영국은 ‘해가 지지 않는 나라’라는 수식어에 걸맞은 대제국으로 성장할 만큼 막대한 부를 축적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 차와 함께 영국에 엄청난 수익을 안겨준 또 하나의 상품이 있었다. 바로 설탕이다. [p.17]




산스크리트어로 설탕을 뜻하는 샤르카라. 샤르카라는 원래 자갈이나 모래를 뜻하는 단어였는데, 사탕수수즙을 정제해 만든 설탕이 모래알을 닮아 이를 ‘샤르카라’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페르시아로 전해지며 샤카르, 이슬람에서는 슈카르가 된 샤르카라는 영어 단어 ‘슈거’가 되었고. ‘캔디’의 어원 역시 ‘설탕 조각’을 뜻하는 산스크리트어 칸다에서 찾을 수 있다고 저자는 전한다.




고대 인도의 설탕은 어떻게 전 세계로 퍼져 나가 사람들의 삶 깊숙이 자리하게 되었을까? 포르투갈의 공주 카타리나가 영국 왕 찰스 2세와 결혼하며 전해진 ‘차 문화’는, 차의 풍미를 해치치 않으면서도 찻잎 특유의 쓰고 떫은 맛을 중화하는 설탕의 확산과 함께 오늘날 영국을 대표하는 문화로 자리잡았고. 콜럼버스의 항해는 카나리아제도의 사탕수수를 히스파니올라에 전했으며. 고온다습한 열대기후에서만 재배 가능해 유럽에서는 생산이 어렵다는 사탕수수의 특징은, 앞다퉈 식민지 영토를 확보하려는 유럽 국가들의 다툼에 불을 지폈다. 우연한 사건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 가는 것을 보니, 역사의 커다란 흐름 앞에 한없이 작아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콜럼버스가 바랐던 인도와의 후추 무역은 얼마 후 포르투갈의 바스쿠 다가마가 선점하게 된다. 그러나 비록 금이나 후추를 얻지는 못했을지언정, 콜럼버스의 모험은 유럽 사회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 그가 유럽이 전래한 신대륙의 작물은 감자, 옥수수, 토마토, 담배, 카사바 등인데, 모두 오늘날 유럽뿐 아니라 전 세계인이 즐기는 것들이다. [p.32]







사탕수수는 기본적으로 열대나 아열대 기후에서 자라는 식물이기 때문에 중부 유럽, 특히 프랑스나 독일 본토에서는 재배가 불가능했다. 그렇기에 카리브해의 섬들을 식민지로 삼아 대규모로 사탕수수를 재배하며 설탕을 생산했던 것인데, 생산량을 더욱 늘리기 위해 사탕수수를 통해서가 아닌 방식으로 설탕을 얻을 방법 또한 꾸준히 찾고 있었다. 그러던 중 마침내 사탕로 설탕을 생산하는 방법이 개발되었다. 그야말로 과학이 만들어 낸 설탕이었다. [p.107]




〈설탕 전쟁〉은 달콤함으로 인류를 유혹한 설탕을 통해 들여다본 역사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낸다. 대항해시대의 흥미진진한 모험 이야기는 물론. 제국주의의 탐욕이 불러온 경쟁적인 식민지 건설과 노동력 착취, 100여년 전 하와이로 이주한 조선인들의 이야기 같은 씁쓸한 역사의 뒷면까지. 이제는 우리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재료인 설탕의 면면을 담아낸 〈설탕 전쟁〉은 쉽게 읽을 수 있지만, 절대 가볍지는 않은 책이었다. 이전과는 다른, 신선한 역사책을 찾는 사람이라면 최광용 작가의 〈설탕 전쟁〉과 함께 세계 곳곳에 찍힌 설탕의 숨은 발자국을 살펴 보면 좋을 듯하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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