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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미트 패러독스
강착원반 지음, 사토 그림 / 놀 / 2024년 1월
평점 :
사후 30일 이내에 갑자기 부활하는 원인 불명의 상태를 뜻하는 '좀비'와 인간이 함께 살아가는 올랜드 제국. 좀비인 동생 실버와 함께 변호사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는 변호사 골드는 부모님이 계신 공동묘지에서 우연히 릴리 아르테미아와 마주하고. 좀비가 된, 친좀비파 귀족 아르테미아 가문의 마지막 자손은 그들에게 사망 보험금 수령을 위한 재판을 의뢰하는데.
사망 후 최대 30일 이내에 부활하게 되는 원인 불명의 병
또는 그 병의 환자를 '좀비'라고 칭한다.
[p.10]
살았는지 죽었는지에 대한 어떠한 정식 규명도 없이, 그저 먹지도 자지도 않는 존재로서 값싼 노동력으로만 치부되며 차별 속에 살고 있는 좀비들. 골드와 실버, 그리고 그들의 의뢰인 릴리는 올랜드 제국에 뿌리 깊게 자리잡은, 좀비를 향한 차별과 혐오를 극보하고 그들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까.
좀비들조차 인간이라면 싫어하고 봐요. 네 편 아니면 내 편. 사람들은 세상을 흑과 백으로 나누는 것을 좋아하거든요.
[p.61]
잠도 안 자고 밥도 안 먹는 값싼 노동력 정도로 여겨지며 차별받는 '좀비'와 그런 좀비들이 자신들의 일자리를 위협한다며 배척하는 '인간'. 좀비물의 흔한 설정과 달리 인간과 좀비가 공존한다는 설정 자체도 흥미로웠지만, '좀비'에 대한 규정을 내리는 법정 장면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어쩌면 우리 사회에 숨어 있는 여러 차별과 혐오를 극복하는 것 역시, 대상을 정확히 규정하고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려는 노력에서부터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답게 살고 싶었다고? 너흰 이미 사람이 아니잖아. 한 번뿐인 삶을 두 번 사는 걸론 충분하지 않은 거냐? 좀비조차 되지 못하고 죽어버린 인간들에겐 차별조차 특혜고 사치야. 살아 있어야 차별도 받고, 나아갈 수 있는 거니까.
[p.107]
귀여운 그림체의 단권 만화책이지만, 담고 있는 메시지는 제법 묵직한 책이었다. 독자를 빠져들게 하는 흥미진진한 스토리텔링과 함께 책에 담긴 좀비와 인간의 대립으로, 우리 사회의 갈등도 함께 들여다 볼 수 있는 《데드미트 패러독스》. 초등학교 고학년 정도의 자녀를 둔 부모님이라면 아이와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눠 보는 것도 좋겠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