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만든 물질, 물질이 만든 인간 - 오늘의 세계를 빚어낸 발명의 연금술
아이니사 라미레즈 지음, 김명주 옮김 / 김영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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쿼츠시계는 우리가 교류하게 했고, ‘강철철도 레일은 연결하게 했고, ‘구리통신케이블이 전하게 했고, ‘사진필름은 포착하게 했고, ‘탄소전구 필라멘트는 보게 했고, ‘자기하드디스크는 공유하게 했고, ‘유리실험기구는 발견하게 했고, ‘실리콘칩은 생각하게 했다. -‘서문에서-

 

 

과학기술의 발달과 신재료의 등장으로 우리 삶의 모습은 놀라운 속도로 달라졌고, 변화는 지금 이 순간에도 진행 중이다. 재료과학자 아이니사 라미레즈의 책 인간이 만든 물질, 물질이 만든 인간은 산업혁명 이후 인류가 겪은 변화와 인간이 만들어낸 새로운 물질, 그리고 그 탄생 과정을 생생한 묘사와 꼼꼼한 문장으로 독자에게 소개한다.

 

 

인간이 만든 물질, 물질이 만든 인간은 재료과학자이자 현재 과학 커뮤니케이터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아이니사 라미레즈의 첫 단독 저서라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책은 모두 여덟 개의 장으로 구성되었는데, 각 장의 제목이 각각 하나의 동사로 이루어진 것이 재미있었다. 교류하고, 연결하고, 전달하고, 포착하고, 보고, 공유하고, 발견하고, 생각하고. 이는 여덟 개의 장이 담고 있는 각 장의 주요 소재인 여덟 개의 인공물질과 사물이 영향을 끼친 인간의 행위를 나타내는데. 단순하게 이런 행위가 가능해졌다는 것뿐만 아니라, 이것이 결과적으로 인간의 행동 방식 자체를 바꾸었다고 이야기하는 저자를 통해 과학을 조금 더 다양한 방향에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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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오랜 세월에 걸쳐 시간에 대한 집착을 키워왔다. 시간을 알 수 있게 된 덕분에 우리는 세계를 이해하고, 약속을 잡고, 교류할 수 있었다. 우리는 정확한 시게를 추구하면서 일출이나 일몰 같은 자연의 단서를 버렸다. 그리고 잠을 잃었다. 그러면서 정밀한 시계를 가지면 시간을 손 안에 넣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은 손에 넣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p.57]

 

 

과거 서양의 사람들은 지금과는 다른 방식으로 잠을 잤다고 전해진다. 그들은 오후 9시나 10시쯤 잠자리에 들어 세 시간 반을 자고, 자정쯤 일어나 한 시간쯤 깨어 있다가 잠이 몰려오면 다시 침대로 돌아가 세 시간 반 정도 선잠을 자는 수면방식을 취했는데. 정확한 시계의 등장은 이러한 방식에 변화를 불러왔다.

 

일출이나 일몰 같은 자연의 단서에서 벗어나 시간을 손에 쥘 수 있게 되자, 당시 사람들에겐 시간을 관리하고 싶은 마음이 자라났고. 비슷한 시기에 등장한 인공조명은 활동할 수 있는 시간을 연장하며 인간이 분할 수면과 작별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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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덕분에 미국은 지리학자들이 시공간의 압축이라고 부르는 것을 경험했다. 즉 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으로 이동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줄면서 두 지점 사이 거리의 중요성도 줄어들었다. 다시 말해, 세계가 축소된 것이다. [p.86]

 

 

1865421일 이른 아침, 볼티모어의 다운타운 거리는 링컨 특별호라고 이름 붙여진 열차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415일 숨을 거둔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의 시신을 싣고 달리는 장의열차는 수도 워싱턴에서 출발해 13일에 걸쳐 필라델피아, 뉴욕, 클리블랜드, 시카고 등을 지나 일리노이주 스프링필드로 향했고 그 길을 따라 수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금속 합금인 강철의 등장과 강철이 놓은 다리 덕분에 슬픔에 잠긴 대중이 링컨의 마지막 길을 배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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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 우리는 밝은 조명을 얻으면서 오랜 동반자였던 어둠을 잃어버렸다. 우리 문화는 어린아이처럼 어둠을 두려워하고, 어둠을 없애기 위해 온 힘을 다한다. 가로등과 현관등, 야간등을 켤 뿐 아니라 옷장, 냉장고, 오븐 안에도 불을 켠다. 도로, 표지판, 초인종뿐만 아니라 신발과 자동차 바퀴 덮개, 변기 시트에도 불을 밝힌다. 정전이 되어도 휴대폰에는 아직 빛이 남아 있다. 이렇듯 우리 주변에서 조명이 꺼지는 일은 결코 없다. 하지만 현재 과학자들은 빛이 너무 많다고 말한다. 우리는 빛을 쬐지 말아야 할 시간에 쬐지 말아야 할 빛을 너무 많이 쬐고, 그런 빛이 우리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우리 몸의 구조에서 찾을 수 있다. [p.230]

 

 

인공조명은 해가 저문 뒤어도 우리가 낮처럼 활동할 수 있도록 돕지만, 태양빛을 완전히 모방하지는 못한다고 한다. 태양의 빛은 무지개색을 모두 담아내는 반면. 백열전구는 불그스름한 빛을, 가정용 형광등과 LED 전구는 푸른빛을 띠며 태양광 스펙트럼의 일부만을 포함한다.

 

최근 한 연구진은 인공조명과 유방암의 관계에 주목했다. 아직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지만. ‘전등 사용과 유방암의 세계적인 증가 추세’, ‘맹인 여성의 유방암 발병률이 낮다는 점을 중심으로 펼치는 이들의 의견은 충분히 주목할 만하다.

 

 

인간이 만든 물질, 물질이 만든 인간은 신재료와 이를 통해 만들어진 물건들이 인간의 생활을 어떻게 바꾸었는지 살펴보는 책이다. 새로운 재료를 향한 필요와 욕망은 어떻게 자라났으며 그 과정은 어떤 모습이었는지, 만들어진 물건들은 인간의 삶과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책은 날카롭게 분석하고 꼼꼼하게 풀어낸다. 과학사에 숨어 있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나고 싶은 사람이나 자연과학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이 책이 더없이 좋은 선택이 될 것 같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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