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의 자리 - 시민을 위한 헌법 수업 헌법의 자리 1
박한철 지음 / 김영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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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은 정치 세력 간 타협의 산물이다. 따라서 태생적으로 미래의 정치질서를 대상으로 하기에 그 개념이 추상적일 수밖에 없어 개방적이고, 사회 구성원이 대화와 타협을 통해 구체화하기 때문에 역동적이고 형성적이라는 의미에서 정치적이다. ‘헌법재판은 이렇듯 정치적, 개방적 규범인 헌법을 심사 기준으로 삼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정치적 성격을 띨 수밖에 없다. ‧‧‧ 이처럼 헌법재판은 사법기관의 사후적 법 인식 작용이라는 점에서 정치기관의 적극적 법 형성 기능과는 현저한 차이가 있다. [‘저자의 말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만큼 우리 사회에는 수많은 갈등이 존재한다. 여러 이해관계를 둘러싼 이런 갈등은 개인 간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울 때가 많은데. 이때 적절하게 개입해 갈등을 조정하고 해결하며 공동체를 지키는 것이 정치의 기능이다. 하지만 오늘날의 정치는 종종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할 때가 있고, 이로 인해 사후적 문제 해결을 위한 사법부와 헌법재판소의 적극적인 역할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헌법재판소장 출신의 저자가 13개의 주요 헌법재판을 중심으로 써 내려 간 헌법의 자리, 지금까지 헌법이 지나온 길과 함께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세계의 헌법과 우리 헌법의 역사, 발전 과정을 통해 독자는 우리 삶에서 헌법이 어떤 역할을 수행하는지를 살펴보고, 성숙한 시민으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

 

 

헌법의 자리는 전체 4부로 구성되었다. 책은 대한민국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주요 헌법재판 사례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이어가는데. 이를 통해 독자는 헌법의 역사와 의미뿐 아니라 국가의 역할이나 정치의 의미, 헌법적 가치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다.

 

 

헌법판례의 제목에는 많은 의미가 숨겨져 있다고 하는데. ‘제대 군인 가산점 사건(헌재 1999. 12. 23. 98헌마363, 판례집 11-2, 770)’을 예로 들면. ‘제대 군인 가산점 사건은 이 사건의 별칭에 해당하며. 괄호 안의 ‘1999. 12. 23’‘98’, ‘363’은 각각 선고일과 접수 연도, 접수번호를 의미한다. 그리고 ‘11-2’는 헌법판례집의 권수를, ‘770’은 페이지 번호를 담은 것이다. 접수번호 앞의 헌마는 헌법재판소 마류 사건(, 권리구제형 헌법소원 사건)임을 나타내는데. ‘가나다라를 붙여 구별하는 헌법재판소의 판례 유형에서 헌가헌나’, ‘헌다’, ‘헌라’, ‘헌마’, ‘헌바는 각각 위헌법률심판, 탄핵심판, 정당해산심판, 권한쟁의심판, 권리구제형 헌법소원심판, 위헌심사형 헌법소원심판임을 뜻한다고 한다.

 

이렇게 판례 제목에 숨겨진 정보를 파악하며 저자가 소개하는 헌법재판 사례를 만난다면, 한층 더 깊은 독서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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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국민과 민주화 열망에 힘입어 1987년 헌법을 대폭 개정했고, 이 헌법에 근거해 1988년에 헌법재판소가 창립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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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톤은 자신의 저서 국가를 통해 우리에게 정의에 대한 잠정적 개념을 제공한다. 그에 따르면 정의는 모든 사람이 자기 일에만 신경 쓰고, 남의 일에 간섭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모든 사람은 자신의 능력과 재능에 따라 국가와 사회에 봉사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모든 사람은 자신의 것을 누려야 하고, 박탈당하지 않아야 한다.” [p.48]

 

 

친일의 역사, 용서할 수 있는가 [친일 재산 환수 사건]

친일 재산 환수 사건2005년 제정된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의 국가 귀속에 관한 특별법(이하 친일재산귀속법‘)’에 대해, 친일반민족행위자의 후손들이 귀속 결정의 취소를 구하는 헌법소원을 제기한 사건이다. 이에 헌법재판소는 과거사를 청산하기 위해 친일 행위로 축적한 재산을 국가로 귀속시키도록 한 이 조치가 헌법을 위반하지 않는다고 결정했는데. 그 근거는 다음과 같다.

 

이 사건의 귀속 조항은 민족의 정기를 바로 세우고 일본 제국주의에 저항한 31운동의 헌법 이념을 구현하기 위한 것이므로 입법 목적이 정당하고, 민법 등 기존 재산법 체계에 의존하는 방법만으로는 친일 재산 처리에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으므로 이 사건의 귀속 조항은 앞의 입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적절한 수단이 된다. ‧‧‧ 이 사건의 귀속 조항은 피해의 최소성 원칙에 반하지 않으며, 과거사 청산의 정당성과 진정한 사회통합의 가치 등을 고려할 때 법익의 균형성 원칙에도 부합한다. 따라서 이 사건의 귀속 조항은 재산권을 침해하지 않는다”.

 

 

평등은 무엇을 요구하는가 [시각장애인 안마사 독점 사건]

2006헌마1098등 사건의 청구인들은, 시각장애인이 아닌 일반인은 안마사 자격 인정을 받을 수 없도록 규정한 개정의료법 제61조 제1항이 직업 선택의 자유등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2020장애인 경제활동 실태 조사에 의하면, 15세 이상 인구를 기준으로 한 전체 고용률은 60.2퍼센트이지만, 시각장애인의 경우엔 42.3퍼센트에 그치며. 이 중에서도 특히 중증 시각장애인의 고용률은 18.2퍼센트에 불과했다고 한다. 이러한 결과를 볼 때, 시각장애인 안마사 제도는 중증 시각장애인이 최소한의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을 적절하게 수행하고 있는 셈이다.

 

헌재의 결정 역시 다르지 않았는데. 헌재는, 시각장애인에 대한 복지 대책이 미흡해 이들의 생계를 보장하기 위한 다른 대안이 충분하지 않고. 일상생활에서 소수자로 살아온 시각장애인에게 실질적 평등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이들을 우대하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점을 이유로, 개정의료법이 비시각장애인의 직업 선택의 자유와 평등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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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중요한 사회경제적 생활 조건은 무엇보다 안정된 직장과 교육으로 국가는 그 사회적사실적 조건을 적극적으로 형성하고 제공해야 할 책임과 의무를 지며, 사회적 기본권은 이러한 조건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사회적 기본권의 법적 성격에 관해서는 학계에 많은 논의가 있지만, 사회적 기본권의 실현은 적극적인 국가 과제를 실현하고 급부를 제공하는 것을 전제로 하므로 이는 국가의 제한된 재정 능력과 다양한 국가 과제 간의 우선순위 선정 문제와 직결된다. [p.226]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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