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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트랩 - 당신을 속이고, 유혹하고, 중독시키는 디자인의 비밀
윤재영 지음 / 김영사 / 2022년 7월
평점 :

이 책은 일상에서 우리가 알게 모르게 경험하고 있는 덫 기술에 대해 전반적으로 소개한다. 나는 ‘사용자 경험 디자인’과 ‘인터랙션 디자인’ 분야 연구자이기에 이 덫을 ‘디자인 트랩’이라 통칭하고, 사용자와 디자인 측면에 집중하여 설명할 것이다. [‘프롤로그’에서]
사냥으로 생활을 이어가던 과거에는 야생동물을 잡기 위해 흔히 두 가지 방법을 사용했다고 전해진다. 야생동물이 잘 다니는 길목에 통나무 묶음을 괴어놓고 미끼로 유인하는 ‘벼락틀’과 매운 연기를 동굴 안으로 넣어 너구리나 오소리 등이 밖으로 나오게 만드는 ‘굴 사냥’이 그것인데. 원시적인 사냥법처럼 들리는 이 방법들은 오늘날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홍익대학교 시각디자인과 교수이자 UX 디자인 전문가인 저자 윤재영 교수는, 실체를 왜곡하고 미처 깨닫지 못한 사이 우리를 속이고 유혹하는 오늘날의 마케팅 전략과 디자인 트랩 사례를 한 권에 꼼꼼하게 담아냈다.
심리학 이론을 기반으로 한 디자인 트랩은, 고도로 설계된 마케팅 전략이다. 때문에 사용자의 입장에서는 이를 눈치 채지 못하면 무조건 당할 수밖에 없는데. 실제로 페이스북, 유튜브, 인스타그램, 넷플릭스 등은 사용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디자인 트랩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끊임없이 등장하는 새로운 플랫폼 사이에서 미래 산업의 시대를 살아갈 우리에게 마케팅 전략에 대한 이해와 기업들의 교묘한 함정을 간파하고 대처하는 방법은 더 이상 선택의 영역이 아니다.
디자인이 적용되는 단계는, 디자인이 전혀 적용되지 않은 ‘0단계’부터 디자인 트랩을 뜻하는 ‘3단계’까지. 모두 4개의 단계로 나눌 수 있는데. 적절하게 사용된 좋은 디자인(2단계)은 실체를 돋보이게 하지만. 미숙한 디자인(1단계)과 나쁜 디자인(3단계)은 실체에 도움이 되지 않거나 실체를 가리는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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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트랩 전략은 크게 ‘미끼’와 ‘매운 연기’ 전략으로 나뉜다. ‘미끼’는 벼락틀처럼 좋아할 만한 것으로 꾀는 전략이고, ‘매운 연기’는 굴 사냥처럼 싫어할 만한 것으로 몰아 유인하는 전략이다. [p.20]
디자인 트랩은 교묘한 함정으로 사용자의 인지를 흐리면서 사용자의 목표를 방해하거나 사용자가 의도한 행동을 하지 못하게 만든다. 이러한 디자인 트랩의 대표적인 예로는, ‘한 달 무료 체험’으로 서비스에 가입하게 만들고 ‘깨알 같은 글자와 복잡한 과정’으로 해지를 어렵게 만드는 온라인 구독 서비스가 있다.
《디자인 트랩》은 우리에게 편리함을 주는 자동화 기기의 위험성, 즉 자동화 역설에 대해서도 소개한다. 현대사회의 무제로 우리는 ‘정보 과부하’를 주목하지만. 우리의 손을 거치지 않아도 일을 마칠 수 있도록 삶을 편리하게 만드는, 지나친 ‘정보의 저부하’가 야기하는 문제 역시 무시해서는 안 된다.
로버트 여키스와 존 도슨은 쥐가 들어 있는 상자 안에 흰새고가 검은색의 통로를 설치하고, 쥐가 검은색 통로를 지나갈 때 전기충격을 가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강도를 나눠 진행한 실험에서 두 사람은 충격이 강할수록 쥐들이 통로를 잘 구분할 것이라 예상했지만. 실험 결과, 중간 정도일 때의 효과가 가장 좋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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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는 자극 정도가 지나치게 높을 때는 스트레스를 받아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자극 정도가 지나치게 낮을 때는 빈사 상태에 빠질 정도로 무기력해졌다. 카와 많은 연구자는 이 실험의 낮은 자극에 대한 결과에 주목했는데, 자동화로 인해 자극이 약해질수록 사람은 의욕이 사라지고 무기력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p.77]
코로나19와 함께 찾아온 비대면 시대. 현장감을 더하면서 호스트와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새로움과 재미를 제공하는 라이브 커머스가 인기를 끌고 있다. 간편한 제작 방식과 저렴한 가격, TV 홈쇼핑에 비해 높은 호스트의 자유도가 장점이지만. 아직 규제의 사각지대에 있는 라이브 커머스는 사용자의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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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교묘하게 우리의 선택을 조종하는 디자인 트랩 탓에 서비스 측이 유도하는 대로 –쉽게- 서비스를 구독해 한참이 지나 –어렵게- 해지하고, SNS에 중독돼 시간을 허비하거나 ‘좋아요’에 집착하는 우리. UX 디자인 전문가의 친절한 안내서 《디자인 트랩》을 통해 일상 속 숨은 함정들의 작동 원리를 알아보고, 디자인 트랩에 대처하는 방법을 만나 보는 것은 어떨까?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