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머니로드 - 돈의 흐름을 바꾼 부의 천재들
장수찬 지음 / 김영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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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만들어낸 세상을 이해하려면, 돈이 탄생한 역사부터 살펴보아야 합니다. 조선의 머니로드는 그런 의도로 쓴 책입니다. 조선사를 중심으로 하고 여러 유럽국가들을 곁들여 돈과 얽힌 사람들이 만들어낸 역사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인간 군상이 일구어낸 돈의 정치, 화폐의 흐름, 부의 비밀을 여러 키워드로 담았습니다. [‘프롤로그에서]

 

 

2021년에 발표된 전 국민 금융 이해력 조사에서 우리나라 성인의 금융 이해력(금융의 건전한 행위, 합리적 지식, 태도) 총점은 66.8점으로 기록되었다. 조사 국가인 OECD 11개국의 평균, 62점을 훌쩍 넘어 얼핏 보기엔 문제가 없는 듯하지만. 청년층과 노년층의 점수가 우리나라 평균에 한참 못 미치는 64.7, 62.4점인 것을 고려한다면 조사 결과에 조금은 진지해질 수밖에 없다.

 

 

조선의 머니로드프롤로그에서, 저자 장수찬 작가 역시 이런 상황에 대한 염려를 드러냈다. 이에 지은이는, 생활을 위협하는 금융위기와 충격에 대비하기 위한 가장 훌륭한 대응 방식으로 역사를 돌아볼 것을 제안한다. 역사 속 화폐 이야기를 들여다보고, 이전 시대 사람들의 사례를 통해 자금을 어떻게 운용하는 것이 좋을지 생각해볼 수 있는 책. 그런 면에서 조선의 머니로드는 재미있게 접근해 꼼꼼하게 공부할 수 있는, 알찬 역사책이었다.

 

 

저자인 장수찬 작가는 이번 책, 조선의 머니로드로 처음 만났는데. 저자소개를 살피다 찾아보니 역사 만화로도 유명한 분이었다. 어릴 때 재밌게 읽던 맹꽁이 서당시리즈가 떠오르는 귀여운 그림이었는데. 역사를 좀 더 쉽게 공부하고 싶은 사람,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만화책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은 사람이라면 작가님의 전작 장수찬의 역사툰을 함께 만나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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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도 그럴 것이 아무리 선비라도 열흘을 굶으면 고상한 허물을 벗게 마련이다. 배고프면 나무를 도끼질하고 시장에 내다 파는 장사꾼도 마다하지 않는 법이다. 전쟁으로 국고가 텅 비자 유교 국가 조선이 군대에 장사를 허락한 것은 그런 이유에서였을 터다. 존경해 마지않는 성인 말씀이 담긴 책을 군대에서 만든다는 것은 꼿꼿하던 유교 패러다임이 전쟁으로 점차 유연하게 변화했음을 의미한다. [p.42]

 

지금도 그렇지만, 과거에도 전쟁은 우리의 삶을 크게 바꾸어 놓았다. 임진왜란은 물물교환이 활발했던 조선에 은화 중심의 화폐경제를 불러왔고, 삼수병으로 구성된 훈련도감 역시 임진왜란을 계기로 편성되었다. 훈련도감은 의식주를 모두 나라에서 책임지는 특성 탓에 늘 빠듯한 예산으로 고생했고 나중엔 스스로 재정을 꾸릴 방법을 찾아야 했는데. 이때 훈련도감이 처음 벌인 사업은 바로 서적 출판이었다. 출판기관인 교서관이 전쟁으로 기능을 상실하고, 책의 수요가 급증했던 전후 상황을 고려한다면. 훈련도감의 출판은 꽤나 시의적절한 사업이었을 것이다.

 

 

조선의 머니로드2부는 돈과 관련한 힘센 자들의 흥망을 담았는데. 그중에서도 제주의 지역적 특성을 이용해 부를 축적한 조천 김씨의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이들은 제주에선 평범한 해초에 불과하지만 육지에선 산모를 위한 보양식으로 인기가 좋았던 제주산 미역을, 육지로 가져가 비싸게 팔았다. 원금의 수십 배에 달하는 미역 판매금은 다시 쌀을 매입하는데 사용되었고. 기름진 육지의 쌀은 다시 제주에서 비싼 값에 거래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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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부 같은 자본가들이 자행한 서민 털어먹기 방식은 대략 이러했다. 봄은 춘궁기라 돈보다 쌀이 귀하므로 금융자본가들은 쌀 대신 돈을 내준다. 이때 쌀 시세가 낮아지는 추수기가 도래하면 현물인 쌀로 갚으라고 현혹한다. 서민에게는 이 방식이 합리적으로 보인다. ‧‧‧ 봄철에는 돈 한 냥(미곡으로 환산하면 쌀2)을 빌려 쌀값이 떨어지는 가을철에 현물로 갚기로 손도장을 찍어 다짐하는 것이다. 1.5(이자 0.5냥 포함)에 해당하는 쌀로 갚기로 약속했으니 언뜻 별로 비싸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가을이 오면 1.5냥을 현물로 갚아야 한다. 환산하면 무려 쌀이 7.5(원금 5+이자2.5). 원금의 3배를 갚아야 하는 셈이다. 이유는 가을철이면 쌀의 가치는 떨어지지만 상대적으로 돈의 가치는 오르기 때문이다. [p.224]

 

 

돈이 돈을 부르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지만. 그 돈을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따라 사람들의 평가는 달라진다. 가난한 사람들의 돈으로 더 큰 부를 축적한 놀부와 굶주린 백성들을 돕기 위해 곡식 7천 석을 나라에 바치며 신분 상승까지 이뤄 낸 평민 부자 장익복. 이들의 이야기는 돈의 가치란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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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 임금이 성정각에 계셨다. 우부승지 황승원이 방답첨사 장익복을 이끌고 임금 옆에 섰다. 방답첨사가 임금 앞에 나아가 엎드리니 상(정조 임금)께서 말했다. “너의 본래 직업이 무엇이냐?” 장익복이 대답했다. “농사꾼입니다.” 임금이 말했다. “너는 곡식 2천 석을 바쳤기 때문에 그 정성이 훌륭하여 특명으로 관직을 제수하였다. 너는 내려가서 부디 직임을 잘 수행하도록 하라. 또한 도(호남 지역)을 효유하고 백성을 흥기토록 하여라.” 이어 물라가라고 명하니 장익복이 먼저 물러났다. [승정원일기, 정조 8612]

 

 

장수찬 작가의 조선의 머니로드는 친절한 역사책이었다. 재미있는 역사 이야기를 그리면서도 시뇨리지, 디베이스먼트 등의 경제 용어 소개도 빠뜨리지 않았다. 중간중간 만날 수 있는 ZOOM IN에서는 같은 시대, 바다 건너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소개하는데. 길진 않지만 동양과 서양의 역사를 비교할 수 있는 구성 덕에 더 꼼꼼하게 공부하며 읽을 수 있었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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