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여전히 삶을 사랑하는가
에리히 프롬 지음, 라이너 풍크 엮음, 장혜경 옮김 / 김영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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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여전히 삶을 사랑하는가? 활력과 체험을 제공하는 온갖 서비스로 인해 우리는 자신이 얼마나 활력과 내적 활동성을 잃어버렸는지 깨닫지 못한다. 자극이 있을 때만, 활력과 생기를 불어넣을 때만 살아 있다고 느낄 위험이 커져간다. 하지만 진정으로 살아 있다고 실감하려면 스스로 생각하고 느끼고 활동적일 수 있는 자기 나름의 힘과 멀어지지 말아야 한다. [서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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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영화의 소재로 자주 활용되지만, 앞으로는 없었으면 했던 전쟁이 다시 우리 삶에 들어온 지금. 감정이 메말라가는 현대인에게 '사랑'을 강조한 에리히 프롬의 글은, 오늘의 우리에게 무엇을 느끼게 할까. 무거운 마음과 복잡한 생각 속에 책을 펼쳤다.

《우리는 여전히 삶을 사랑하는가》는, 프롬의 마지막 8년을 함께 한 조교이자 정신과 전문의인 라이너 풍크 박사가 그의 유작을 엮어 낸 책이다. 미발표 작품을 소개한 이 책은 각각의 주제를 갖는 짤막한 글을 담았다. 그 덕분에 독자는 이전의 책들보다 쉽게, 더 다양한 분야에 대한 프롬의 철학을 들여다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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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인간 사회에는 폭력 행사를 방지하는 법이 있다. 폭력을 휘둘러 타인을 제 뜻대로 행동하게 만들려는 행위를 법이 제재하는 사례는 수없이 많다. 하지만 법은 폭력 앞에서 최소한의 보호밖에 제공하지 못한다. 개인적인 관계에서는 대부분 법이 폭력을 효과적으로 막아주지 못한다. [p.31]

 

<우리는 여전히 삶을 사랑하는가>에서 프롬은 개인적인 관계에 등장하는 폭력의 몇 가지 예를 소개했다. 자신이 원한느 직업을 갖겠다는 성인 아들을 반대하는 아버지,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겠다는 아들을 막기 위해 눈물을 흘리며 호소하는 어머니, 자신의 말을 듣지 않으면 나쁜 성적을 주겠다는 교사. 상대보다 자신이 더 강할 때에만 합리적인 것으로 보이는 이런 폭력의 행사는, 겉보기엔 바라는 결과에 닿은 듯하지만. 언제나 위험한 부작용이 뒤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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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에는 마양처럼 위험한 부작용이 따라붙는다. 국가 차원에서는 정복당한 국민에게 뜨거운 복수심을 남기며, 사정이 허락한다면 똑같이 폭력을 사용해도 좋다는 도덕적 정당성을 부여한다. 폭력은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에게도 위험한 부작용을 불러온다. [p.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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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 행사는 인간존재의 문제를 푸는 길 중 한 가지다. 하지만 필요한 힘의 수단을 갖춘 사람에게만 열리는 길이다. 폭력 행사는 삶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길이긴 하지만 만족을 주는 길은 아니다. [p.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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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리히 프롬은 <인간은 수단이 아니라 목적이다>에서 현대의 두 가지 중대한 과제를 소개하는데, 그 중에서도. 두 번째 과제의 '창조성'을 말하기 위해 담은 독서 이야기가 마음에 와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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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령 책을 한 권 읽는다고 치자. 그 책을 다 읽고 나면 나는 저자가 하고자 하는 말을 다 이해한다. 그게 전부다. ··· 하지만 그 책이 좋은 책이라는 전제하에 작가가 말하는 것을 그저 받아들이는 수준에서 멈추지 않고 내 안에서 무언가 깨어나고 새로운 생각이 떠오르도록 책을 읽을 수 있다. 그러면 나는 그 책을 실제로 읽은 것이고, 책을 읽고 난 나는 달라진 인간이다. [p.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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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시시즘, 이기주의 같은 정신적인 것부터 대량생산이나 경제적 과잉 등의 사회경제적 조건까지. 프롬은, 우리가 스스로의 삶을 무의미하다고 생각하도록 만드는 요인을 밝히고 극복할 방법을 제시한다. 깊이 생각할수록 향이 짙어지는 글이다. 어느 때보다 사랑의 회복이 절실한 지금. 깊은 사유와 예리한 통찰이 담긴 글을 찬찬히 들여다보며, 사회심리학자이자 정신분석학자로서 프롬이 건네는 삶과 사랑, 진정한 자유에 대한 질문에 답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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