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 중학교 국어교과서 수록도서 푸른도서관 24
이금이 지음 / 푸른책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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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내게 성장소설, 청소년 문학에 관심 갖게 한  작가가 이금이다. 쉽기 때문이기도 하고 재밌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교사인 내게 화두를 던지기 때문이다. 작가 후기를 읽으며 아이를 키워오면서 겪은 갈등들이 고스란히 책 속에 담겼다는 고백을 한다. 글쓰기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아이들을 이해해 왔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이금이의 소설들은 많은 생각들을 하게 한 것이었다, 솔직한 이야기이니까.

 

아이를 등학교에 입학을 시키고 고민들이 꽤 생겼었다. 그러다 바쁘다 보니 잠시 잊기도 하고, 아직은 시간이 있다며 고민들을 유예하기도 하여 왔다. 그러던 것이 이 책을 읽으면서 이것이다 말하기 어려운 어슴프레한 고민의 윤곽들이 다시 눈에 밟히기 시작한다.

공교육 체제의 한 교사로서 나는 과연 공교육을 얼마나 신뢰하는가도 문제이지만, 공교육이 교육이 전부가 아닐 수 있어야 한다는, 또는 아닐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문제도 고려하다보면 어쩔 수 없이 자가당착에 이른다. 이 자가당착이 여전히 문제이겠지만, 벼랑을 읽으면서 '유예하지 않는 삶'에 대해 깊이 생각해 봐야 한다는 것만은 분명해졌다, 늦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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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아란타로 가다 나를 찾아가는 징검다리 소설 13
설 흔 지음 / 생각과느낌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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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금이와는 다른 성장 소설 한 편 소개할 수 있어 기쁘다. 지은이인 설흔은 앞서 내가 강추했던 "연암에게 글쓰기를 배우다"라는 책의 저자이기도 하다. 글이 쉽게, 청소년을 위한 책답게 쓰여져 있다. 역사를 좋아하는 학생이라면, 역사를 연표로 알기보다는 삶의 현장으로 이해하고자 하는 학생이라면 더욱 재밌게 읽을 만한 책이라 생각한다.

일본으로 가는 통신사의 얘기를 소설적 재미에 역사적 사실을 더해 재밌게 쓰고 있다. 소년이 통신사 행렬에 따르게 되면서 소년이 겪는 정신적 성장을 말하는 듯하면서도, 당대 소년과도 같던 조선의 성장을 보여주고 있다. 역사적 깊이가 있다거나 문학적 성취보다는 '삶의 태도'에 이 소설은 촛점을 맞추고 있다. 새로움을 향하는 문을 열어달라고 '두들기기'만하는 소극적 태도가 아닌 닫힌 문을 '부수는' 적극적 태도를 얘기한다. 파괴의 적극성을 소설의 끝에서 소년의 선택을 통해 '새로운 문을 만드는 '창조적 적극성'으로 이 소설을 갈무리한다. 이러한 옮아감이 조선이 갔어야 하는 아쉬움에 대한 작가의 표현이기도 하겠지만, 작가의 의도만큼의 역사적 성찰과 깊이가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다만 성장통을 이겨가는 경로를 주어진 것-여기서는 '닫힌 문'으로 표현하고 있다.-에 대한 소극적 태도와 적극적 태도의 극복은 새로운 경로의 설정-문을 만드는 것-으로 제시하는 갈무리는 계속 성장을 바라는 어른의 입장에서도 새겨들을 만하다. 닫힌 문 앞에서 서성일 필요없이 새로운 문을 향하는 용기, 여전히 매력적인 삶의 길이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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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유원의 고전강의 공산당 선언 - 젊은 세대를 위한 마르크스 입문서
강유원 지음, 정훈이 그림 / 뿌리와이파리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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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1학년 때던가 2학년 때던가 고집스레 이 책을 읽었다. 도무지 무슨 말인지도 모른채, 글자만 읽었다. 그리고 대학 5학년을 다니면서도 읽었던 듯 싶다. 그리고 졸업하고 사회단체 일하면서도 읽었던 듯하고, 교직에 나와서도 또 읽었던 듯한데, 별스레 기억나는 것이 없었다. 다만 "유령이 떠돈다"는 말과 국가를 "부르조아를 위한 위원회"라 칭하는 그 명쾌한 '선언'만이 남았던 듯하다. 하도 오래된 기억이라 정확하지 않지만, 이 팸플릿을 읽고 나면 항상 비판적 의식이 용솟음쳐올라 무엇에 대해서든 써야 한다는 느낌을 받곤 했던 듯하다. 이번에도 ...

"하나의 유령이 한국교육에 떠돈다."로 적고 "전교조 몰이 사냥에 MB와 뉴리아트, 조중동이 신성동맹을 맺었다."는 식의 패러디가 대학시절 대자보 초안을 쓰듯 떠올라 곤혹스럽다. 그런데 쓰고 싶다.


이 책은 내가 읽은 <공산당 선언> 중 가장 쉬웠다. 쉽다고 느낀 이유가 진짜로 쉽게 이해되도록 쓰였을 수도 있고, 프랑스 혁명과 서양사를 모른 채 읽었던 시절이 아닌, 제법 머리가 굵어진 지금이라서 좀더 쉽게 느껴지는 것일 수도 있을 테지만, 어떤 이유에서든 유쾌하게 재밌게 읽었다는 것이다.

아직도 공산당 어쩌고하면 빨갱이라는 부정적 어감에 덧씌워 몰매를 맞는 세상이기는 하지만, 공산당 선언에서 말하는 역사의 변혁과 기어코 反자본주의적이어야 하는 간명한 얘기-사람을 돈으로 보지마!-는 여전히 감동적이고 유효하다.

예전 전교조 양산지회 홈페이지에 '나는 사회주의자' 어쩌구했더니 '과격'이라는 딱지를 붙여주던 우리 전교조 사람들에게 이 책을 읽고 권하면 또 뭐라 할런지.... 그래서 잠시 물러서서 나는 '反자본주의자'라고 '선언'해볼까 싶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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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의 마음 - 정약용 산문 선집 돌베개 우리고전 100선 11
정약용 지음, 박혜숙 엮어옮김 / 돌베개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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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선생 역시 한 사람의 아비였고, 남편이었고, 누군가의 동생이었고, 그리하여 따뜻한 피가 흐르는 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도 갈등하고 돌아보며 자신을 다듬어 갔다. 그는 바로'흔들리며 핀 꽃'이었다.


이 책은 수오재기로 시작한다. 고딩들도 아는 글이며, 수능 시험에도 나오는 글이니 더이상 무슨 말이 필요한 글이겠는가. 이 책은 다산 선생의 의식을 엿볼 수 있는-결코 깊이는 아니다. 짧은 글이고 편집된 글이기에, 더구나 그의 방대한 저서를 두고 발췌된 책을 보고 그를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하면 이는 교만이다-친철한 편집이 돋보인다. 생애의 18년을 귀양지에서 보내야 했지만 좌절하지도 않았고, 오히려 자신의 학문적 업적을 이루는 바탕으로 삼는 그의 돋보이는 낙관적 자기 성찰과 의지는 한 편의 다큐멘터리이다. 그러면서도, 귀양지에서 가족과 자신의 형제와 자식을 생각하는 그 절절함은 또 한 편의 휴먼드라마이다.


그간 다산의 글들과 생애에 관한 책을 읽었고, 읽다가 힘들어 그만 둔 책도 있는데, 읽다 그만 둔 책에는 박석무의 <다산 정약용 유배지에서 만나다>라는 책이 있다. 힘들어 유난히 책이 눈에 들어오지 않아 힘들어 중간에 놓아버렸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그 책의 내용이 새록새록해졌다. 독서는 읽다가 그만 둔다고 하더라도 읽은 만큼은 의미가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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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찰하는 진보
지성사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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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개혁

한국 보수의 미래가 '백범'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남북의 단독정부 수립을 막고 통일의 터전을 닦기 위한 배범의 노력을 호말만큼이라도 이해한다면 한나라당은 시도때도 없는 색깔론을 펼쳐서는 안 된다. 좀더 진지하고 이성적으로 남북관계를 바라보아야 한다. 이승만 식의 보수는 암울하다는 필자의 얘기에 적극 공감하면서, 새삼 조선일보가 왜 그토록 이승만을 국부로 숭상하고 싶어하는지 그들의 '색깔'의 근원을 알겠다.

 

사회경제개혁

'기업하기 좋은 나라'가 언제부터 만들어진 구호인지는 모르겠으나, 우리 나라의 많은 도시는 '기업하기 좋은'을 지향한다. 그런데 조국은 '기업하기 좋은'이 만들어 낸 사회가 안타깝게도 '기업범죄하기 좋은'으로 변질되었다는 것을 지적한다. 지강헌의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아직도 계속되고 있음을, 분식회계(표현은 어렵지만 결국은 횡령이거나 절도이다.)를 저지른 재벌을 벌금으로 용서하거나 교묘한 논리로 면죄부를 발부하는 현 사태를 통해 증명하고 있다. 우리에게 '삼성'이 도대체 무엇인지, 무엇이어야 하는지 평등과 정의의 신념으로 명징하게 태도를 취해야 한다.

 

인권지키기

차이가 차별을 낳아서는 안된다는 극히 평범한 신념이 우리 사회에서는 평범하지 않다. 생각이 다른 사람을 법과 제도로써 차별을 하는 정도가 아니라 반인권적 억압과 탄압을 자행하는 것을 마땅하다고 여기는 주류들의 집단주의적이고 국가주의적인 최면 상태는 언제나 바뀔까? ㅠㅠ 

 

평화와 통일 만들기

이 단원에서 필자는 '연북'하되 '비북'하자가 말한다. 우리 사회가 비민주적 또는 반민주의 문제가 존재하듯, 북한도 공산일당독재에 의한 비민주와 반민주가 존재한다. 우리 사회가 반인권적 일들이 비일비재하듯이 북한 사회도 그러하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의 진보세력의 일부는 그러한 북한을 옹호하는 것은 '연북'이 아니라 '종복'인 것이다. 북한의 핵도발에 대해 신랄할 수 있는 진보세력이어야 한다는 필자의 주장은 나의 마음을 그대로 담았다.

 

법률개혁

소크라테스의 얘기가 나온다. 그는 '악법도 법이다'는 기득권적인 말만을 남긴 것이 아니다. 말이란 것이 전체 맥락을 무시하고 단락을 끊어버리면 전혀 다른 의미로 해석될 수도 있다.

소크라테스는 말한다. "나는 죽음을 두려워한 나머지 그릇된 일에 관해서는 어느 누구에게도 복종하지 않을 것이며, 복종하기보다는 차라리 죽겠다."

이 문맥이 소크라테스가 말한 '악법도 법'이란 말의 전제인 것이다.

 

학문과 대학개혁

지식 상인의 길을 가서는 안 된다. 선비의 길을 가야한다. 서울대 법대에는 두 개의 기념홀이 있단다 하나는 '유민홀'이고 또 하나는 '조영래 홀'이란다. 유민 홍진기는 경성제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창씨개명을 하였고, 해방 후 미군정청 법제관을 일했고, 이승만 정권 하에서 3.15부정선거를 총괄하다가 4.19로 쫓겨났다가 사면되어 동양방송, 중앙일보 사장을 지냈다. 그의 큰 딸이 홍라희 씨란다.

조영래 변호사는 서울대 운동권 3인방(+김근태, 손학규)의 한 사람이었단다. 전태일 평전을 썼고 인권변호사로 활동을 하다 1990년에 폐암을 사망했단다. 지금 서울대 법대생들이 닮고 싶은 사람 1위라고 한단다.

 

여성의 새로운 삶을 위해

얼치기 페미니스트라는 고백에 적극적으로 동감하면서 읽었다. 

 

민주화 운동에 대한 기억과 성찰

"17대 총선에서 종철의 아버지 박정기 씨는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 낙선운동을 하다가 운동원들한테 폭행을 당했는데, 종철이가 끝까지 소재를 밝히지 않으며 보호하려고 했던 박종운 씨는 부천에서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필자는 아이러니라고 말하지만, 아이러니라 말하기엔 너무 아픈 거 아닌가...  

  

=>공부도 잘해, 젊은 나이에 교수도 돼, 어려울 듯한 내용도 이토록 쉽게 잘 써, 게다가 인물도 좋은 필자다. 이런 사람 보면 '화난다'. 정말 즐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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