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름다움이란 이름의 편견 - 인간의 외모를 바라보는 방식을 리디자인하다
데버러 L. 로드 지음, 권기대 옮김 / 베가북스 / 2011년 1월
평점 :
품절
최근 마른 모델의 사망소식은 연일 우리의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 심각한 거식증을 앓던 프랑스 모델 이사벨 카로(28)는 170cm가 넘는 키에도 체중이 24kg에 불과할 정도였습니다. 이 상태에서도 그녀는 물 한 모금 삼키는 것조차 거부했으며 최근 사망하였습니다.
이 사건은 다이어트에 열심인 여성들뿐만 아니라, 매스컴에서도 연일 모델 계의 핫이슈로서 다루었습니다. 하지만, 다시 한번 생각해 보면 이것은 결코 모델이라는 특수직 종사자들에게뿐만 아니라, 우리와 같은 일반인에게도 하나의 경종을 울리는 사건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것은 그녀를 죽음으로 몰고 간 모델 및 광고계의 시스템적 문제점뿐만 아니라, 이것에 익숙하게 순종하는 우리의 일상에서도 너무나도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들 역시 마른 모델의 뒤를 따라 맹목적인 다이어트에 뛰어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날씬한 몸매, 풍만한 가슴이 현시대의 여성의 미를 대표한다고 누군가는 열렬히 주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이미지를 누가 만든 것일까요? 풍만하고 건강한 모습의 여성상이 1950년대를 지나치며 급격히 마른 체형에 긴 팔과 다리, 그리고 풍만한 가슴과 작은 얼굴로 변하기 시작합니다. 이것은 TV의 본격적이 보급과 미국과 유럽의 글로벌 기업들의 공격적인 세계시장 공략과 그 괘를 같이 하고 있습니다.
![](http://tpimage.kyobobook.co.kr/upload/2011/02/10/d875c52c2cdf49528d23474dd65ca9b2.jpg)
가장 쉬운 예로 우리는 산타클로스 하면 뚱뚱한 모습에 긴 흰 수염, 그리고 빨간 모자와 빨간 장갑, 빨간 코트를 입은 점잖은 할아버지를 상상하게 됩니다. 그러나 이것은 결코 전통적인 산타클로스의 모습이 아닙니다 이러한 빨간 산타클로스의 모습은 코카콜라가 만든 광고에 시작되었습니다.
이처럼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산업은 영리 추구를 위해서 우리가 상식이란 이름으로 알고 있는 모든 것을 왜곡시킬 수 있으며, 또한 실제로 왜곡을 해오고 있습니다. 그 중 가장 큰 포지션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교육과 미용 분야일 것입니다. 특히 미용은 지난 수세기 동안 여성들의 가치관과 그들을 바라보는 우리의 관념을 완전 왜곡시키다 못해 심하게 변형시켜왔습니다. 그것은 여성을 아름다움이란 핑계로 옥죄이거나, 또는 통제(성차별)의 목적으로 여성을 강력하게 인권의 사각지대로 내 몰았습니다.
마른 모델들의 연이은 죽음, 성형수술에 대한 근거 없는 비평과 추종, 그리고, 여성의 기본적인 인권에 대한 불평등.. 이 모든 것이 사회전반에 퍼져 있으며, 우리는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책 ‘데버러 L. 로우드’의 『아름다움이란 이름의 편견』은 이러한 뿌리깊은 우리사회의 성에대한 부조리와 차별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여성의 외모에 대한 여러 가지 형태의 차별 및 이를 역이용하는 산업전반의 실태, 또한 이를 방관하거나 너무나 당연시 여기는 어이없는 기업들과 국가기관에 대해서 신랄하게 비판의 화살을 당기고 있습니다.
내가 말하려는 이슈의 상대적인 중요성을 천명하자는 게 아니다. 여성권리 옹호단체의 개혁 어젠더에서, 외모는 맨 윗자리를 차지할 가치가 없다. 그러나 어떤 문제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라는 점에서, 그것은 하나의 중요한 도전으로 남아있다. 우리가 한 때 우리 영혼의 상태를 향해 쏟아준 관심, 그런 종류의 관심을 이제 사람들은 육신의 상태를 향해 쏟고 있다. 그리고 그 결과는 거의 대부분 전혀 건설적이지 못하다. 아름다움은, 그래 한낱 가죽 한 꺼풀에 불과한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름다움을 추구하기 위해 치러야 할 대가는 훨씬 더 두렵다. 외모라는 것의 금전적, 육체적, 심리적 대가는 우리게 좀 더 지대한 관심을 쏟고 일사불란하게 행동할 것을 요구한다. 우리가 이 세상 모든 불의를 다 제거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지만, 틀림없이 조금 더 개선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자면 우리는 외모를 단순히 심미적(審美的)인 이슈로만 취급할 게 아니라 법적-정치적 이슈로도 취급해야 할 것이다. 주1)
특히 저자의 이러한 시선은 생물학적 분석에서부터 법률시스템의 문제점에 이르기까지 저자의 풍부한 지식에서 그 바탕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정당한 여성의 권리와 그 권리를 받쳐줄 사회적 시스템의 구조에 대해서 우리의 머리 속에 쉽게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입니다.
![](http://tpimage.kyobobook.co.kr/upload/2011/02/10/ff89b161588b4cfda51908bc848158f3.jpg)
우리나라 역시 산업이 발전하고, 개인의 삶이 풍요로워졌다고는 하나 결코 개인의 인권이 그 만큼 성장했는가에 대해서는 누구도 싶게 이야기를 할 수 없을 것입니다. 특히 산업사회가 성장할수록 여성관이 더욱 왜곡되어가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심지어 이시대 가장 강력한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하는 미국 국무부 장관 힐러리 클린턴과 한나라당 박근혜 전대표조차도 그녀들의 정치적 파워보다 그녀들의 피부주름, 화장법, 옷맵시, 핸드백등이 더욱 회자되는 것은 정말 씁쓸한 웃음을 감출 수 없습니다. 이제는 결코 더 이상 전통의 부조리함과 경제의 논리에 휩쓸려서는 안될 것입니다. 그 해법을 이 책 속에서 찾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 후기
저 역시 읽는 내내 너무 남성중심의 사회에서 자라왔다는 생각이 들게 됩니다.
우리가 정의라고 주장하는 생각을 둘러싼 생각의 울타리를 뛰어넘는 순간 그 정의란 놈이 얼마나 치졸한지 알게 될 것입니다.
그 정의란 놈의 울타리를 이 책은 철저히 부숴놓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위에 새로운 울타리를 지어 올릴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