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의 모든 순간들>/최갑수,장연정/인디고

안녕, 나의 모든 순간들 - 서로 다른 두 남녀의 1년 같은 시간, 다른 기억
최갑수.장연정 지음 / 인디고(글담) / 2015년 9월

 우리는 살면서 많은 시간을 흘려보낸다. 매일 똑같은 하루, 평범한 하루, 바쁜 하루를 보내다 보면 어느새 사소하지만 소중한 순간들을 놓치기 일쑤다. 그리고 그 시간들은 그대로 기억에서 잊혀진다. 그런데 이 작은 순간을 소중하게 간직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이 책의 저자인 최갑수, 장연정이다. '잘지내냐요, 내 인생'과 '사랑을 알때까지 걸어가라'등 이미 다수의 여행포토에세이를 낸 최갑수와 '소울트립'등의 여행에에이뿐만 아니라 노래 가사도 쓰는 장연정, 두 사람은 봄 부터 겨울 까지 담아낸 1년 속 서로의 순간들을 바라본다. 두 남녀가 기록한 1년 동안의 기억들은 같은듯 다른 모습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책을 읽는 나와도 어딘가 닮은 듯하면서 조금은 달랐다. 그렇게 그들의 순간들을 읽어가면서 나는 나의 순간을 떠올려 보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그들이 포착한 순간들을 보고 있으면 참 별것 아닌 사소한 것인데도 이렇게 다정하게 느껴질 수 있구나 하는 걸 깨닫게 된다. 감성이란 바로 이런 작은데서 출발하는 것이 아닐까. 카메라, 우산, 의자들의 순간까지도 잘 살펴보면 굉장히 행복한 순간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게 좋았다. 글 뿐 아니라 사진도 직접 찍은 것이라 그런지 사진을 보고 있으면 저자가 느꼈을 감정이 나에게도 다가오는 듯 했다. 나같으면 아무런 의미도 찾지 못하고 그냥 지나쳤을 일상의 당연한 것들을 이렇게 사진으로 담아두고 그 속에 담긴 행복을 찾아내는 것을 보면 참 신기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다. 나는 왜 하루를 의미없이 흘려보내기만 할까 싶은 회의감도 든다. 찾아보면 이렇게나 소중한 순간이 많은데 말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최갑수 작가와 장연정 작가의 글은 느낌이 조금 다르다. 최갑수 작가는 여행이 일이라 그런지 여행에서 느껴지는 감성 같은 것들이 더 묻어났고, 장연정 작가의 글은 일상을 마치 섬세하게 노래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 두 가지 감성이 신기하게도 하나로 연결되는 듯 자연스러워서 놀랐다. 그리고 서로 각자의 순간을 바라봐주는 시선도 좋았다. 각자의 순간들로만 채워서 끝날 수도 있었는데 그것을 서로 나누고 감상을 전하는 게 참 좋아 보였다. 두 작가의 글이 연결되는 지점은 또 있는데, 바로 같은 사물의 순간을 다르게 표현한 점이다. 예를 들어, 최갑수 작가가 카메라의 순간을 글로 풀어내었다면 그 페이지 밑에는 '그녀의 카메라'를 볼 수 있는 페이지가 표시되어있고 반대로 그녀의 '달력'밑에는 '그의 달력'페이지가 적혀있는 식이다. 같은 사물을 두고도 사람마다 이렇게 저마다의 색깔로 풀어낼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재미있는지. 그리고 나라면 그 사물의 순간을 어떻게 표현했을지 생각해보게 된다. 

 사실 우리는 이미 많은 순간들을 기록하고 있다. SNS에는 사람들이 저마다 사진으로 그들의 순간을 담아 올려놓는다. 하지만 남들에게 보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오로지 나만의 시간을 기록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 책은 우리가 미처 보지 못하고 지나치는 일상의 소중한 순간들과 생각들이 얼마나 많은지 보여주고 있다. 최갑수 작가는 책에서 이런 말을 한다.

 '우리의 모든 날들은 기억해야 할 가치가 있고, 우리의 모든 순간들은 소중하게 존재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우리의 시간을 소중히 바라볼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