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급등 사유 없음 - 세력의 주가급등 패턴을 찾는 공시 매뉴얼
장지웅 지음 / (주)이상미디랩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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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읽었던 『금융의 미래』, 『슈퍼리치들에게 배우는 돈 공부』가 거시적인 관점에서 투자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면 이 『주가급등 사유없음』은 미시적인 관점에서 투자에 대해 알려준다.

아직 펀드나 CMA 상품에만 손을 대고 있지만, 언젠가 주식에도 손을 댄다면 상당히 유용한 책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책의 좌우로 어려운 용어들을 하나하나 소개해주고 있다는 점에서 공부에 아주 많은 도움이 된다.

이 책은 이른바 '단타'로 치고 빠지며 돈을 벌고자하는, 워런 버핏을 비롯한 투자의 거장들이 '투기꾼'이라 부르며 경멸하는 유형의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기본적으로는 그렇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정말로 사회에 뭔가를 만들어내고자하는 기업들에 투자하는, 이른바 '가치투자'를 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도 그렇다.

'세력'이라고 하는 전문 투기꾼들이 어떤 수작을 부려서 다른 수많은 투자자들의 돈을 빨아먹는지, 그 방법을 보여주는 책이다. 그러니 이 책은 그런 수작에 편승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도 유용하지만, 그런 수작에 넘어가지 않고 진짜 건전한 기업에 투자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도 '방어 기술'로서 유용하다고 볼 수 있다.

개인적인 감상을 좀 덧붙여보자면, 주식투자라는 것이 그저 '투기' 취급을 받아도 정말 할 말이 없다는 것을 느꼈다.

물론 정말로 사회에 뭔가 가치를 창출해내는 기업의 투자자들에겐 해당하지 않는 이야기지만, 세상에는 '존재하지도 않는 상품'을 위해 '존재하지도 않는 회사' '존재하지도 않는 투자''존재하지도 않는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그걸로 돈을 만들어내는 투기꾼들이 있음을 무시할 순 없다.

이러한 과정에서 '진짜 좋은 상품'을 만들어 자본주의의 장점을 드러내던 사람들은 소모품처럼 버려진다. 그런 직원은 투기꾼들에겐 불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기업들은 그냥 돈 불리기에 필요한 직원들만으로 회사를 꾸려나가다, 한탕하고 사라진다.

최근 '사이버펑크'를 비롯한 게임들(여기엔 워크래프트3 리포지드, 삼국지14도 포함된다)이, 마케팅으로 기대감만 부풀리다가 실상은 엉망진창인 게임을 내놓는 것과도 관련이 있다. 살펴보면 정말 '좋은 게임을 만들던 직원들'은 퇴사한지 오래다. 회사에는 누군가가 돈을 불리기 위한 직원들만 남아 있다. 그리고 그 누군가는 솟아오른 주가로 이익을 보지만, 엉망진창인 게임을 내놓은 개발사는 '환불 폭탄'을 맞는다.

이건 내가 지어낸 음모론이 아니라, 바로 이 책, 『주가급등 사유없음』에 소개된 실제 사례를 게임 업계에 그대로 적용했을 뿐이다. 특히 '실상은 껍데기고 마케팅만 주력하는 현상'은 『금융의 미래』에서도 크게 비판한 바 있다.

비단 게임 업계 뿐만이 아니다. 어떻게든 원가를 절감하고 매출액을 부풀려서 투기꾼의 돈만 실컷 끌어들이려는 수작은 '맥도날드'와 '맘스터치'에도 있었다고 본다. 맘스터치는 현재진행형이지 않나?

이런 경향이 점차 커지면, 자본주의는 정말로 공회전만 실컷 하다가 마모되어 무너진다는 생각도 든다. 아니 당장, 우리가 사고 즐기고 먹는 상품이 형편없어진다. '페이트 그랜드 오더' 사태도 그러하다. 게임을 좋아하고 그 특징을 아는 사람들이 게임을 관리하는 게 아니라, 대충 좋은 IP하나 주워와서 시가총액이나 불려보려던 장사치들이 게임을 운영하고 자빠졌으니 이 사태가 일어나는 것이다.

더불어 우리가 그런 상품마저 살 돈도 없어진다. 일자리가 사라지거나 일자리를 만들던 회사가 누군가의 탐욕에 날아가버리니까. 심지어 투기장의 이런 '공회전'은 세력 투기꾼들만 하는 게 아니다. 이 투기꾼들은 기업가의 눈에서 탐욕을 읽으면 접근한다고 한다. 혹은 기업가 2세들이 흥청망청 하는 모습을 보고 타깃을 잡는다.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것이다. 기업은, 자본주의는 어떤 머저리들이 이야기하듯이 뭔 귀족노조 같은 있지도 않은 허상이나 공산주의자가 넘어뜨리는 게 아니다. 제 발에 자기가 걸려 넘어진다.

마르크스가 말하던 자본주의의 모순 심화와 붕괴는 이런 데서 시작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따라서 자본주의의 건전성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다소 사회주의적이더라도 규제와 개혁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며, 매일매일 정교해져야 한다는 것이 내 결론이다. 오히려 자본주의가 자본주의를 무너뜨리고, 사회주의가 자본주의를 지켜주는 이 구도가 참으로 아이러니하지만 말이다.

개인 차원에서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가치투자'를 하는 것만이, 나도 살고 자본주의 세계를 지키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겠다. '탐욕'을 부리지 않는 것이 오히려 '탐욕'을 충족시켜주는 가장 빠른 길인 셈이다. 불교의 선문답 같지만 세상 돌아가는 이치가 그렇다니 어쩌겠는가.

음... '혁명 로망스' 같은 거라도 써볼까. 혁명에서 왕조를 지켜내는 창작물은 흔하지만, 혁명가들의 낭만과 혈투를 다루는 작품은 드무니까(굳이 말하자면 『룬의 아이들』 시리즈가 거기에 속하겠지만, 메인은 아니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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