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 - 230 Days of Diary in America
김동영 지음 / 달 / 2007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To. 스물한 살, 울창한 숲 속의 길을 걷는 너에게.

노란색과 녹색 중에서 많이 고민했어. 봄인데 어떤 색깔로 봄을 느낄 수 있게 할 수 있을까하고^^ 결국엔 이 녹색이 당첨됐지만!! 아, 헛소리 하려는게 아니었는데...생일 축하해^ㅡ^ 내가 막막 성대한 파티 수준으로 축하해줄 순 없지만, 적어도 내 동생 생일을 허투루 보내고 싶진 않았어. ’어떤 걸 선물하면 좋을까’ 라고 한참동안 고민했는데, 역시 내가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책이 아닌가 싶었어. 그런데 그렇게 생각하고 나서도 또 고민이 되는거야. ’도대체 어떤 종류의 책을 선물해야 되는걸까?’ 
무작정 소설을 선물 하기엔 내 취향을 강요하는 것 같고, 혹 싫어하면 어쩌나 고민도 됐고. 

그러다가 생각이 난 게 [듀이] 였어. 네가 내, 서평을 가장한 낙서에 ’읽고 싶다’ 는 흔적을 남겼던 사실이 기억이 나더라. 그래서 일하는 서점을 뒤졌는데, 세상에, 다 팔린 거 있지;; 너무 아쉬워서 쪼그려앉아 낙담하고 있었는데 이번엔 그 생각이 났어. 언젠가 내가 너에게 이야기했던 너만의 시간. 그 시간을 함께할 수 있는 책이면 좋겠다는 생각에, 이전부터 내가 찜해두고 있던 이 책을 골랐어^^ 순전히 내 스타일이긴 하지만...이 책이 네게 어떤 새로운 시간을 만들어주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비가 오는 날이면 좋을거야. 아스팔트 도로의 자그마한 틈 사이를 파고드는 봄의 청량한 빗방울처럼, 네 마음의 작은 틈 사이로 스며들어서 1분, 혹은 1초라도 낭만적인 시간을 만들 수 있으면 좋겠어. 보잘 것 없는 위로가 되길. 이제 진짜 성인이 되는 너의 가슴 한켠에 미세한 향기로 남길, 바란다. 

조급해 하지 말고, 많은 말을 하려 하지 말고, 굳이 당장 이해받으려 하지 말고, 지금은 네가 하고 싶은대로, 할 수 있는대로 모든 것을 전진시키도록 해. 세상에 나면서부터 시작된 ’여행’ 을 거짓으로 하느냐, 진실로 하느냐는 다른 사람들에게 달린 게 아니니까.
생각해보면 우리에게 보여지는 것들은 모두 새롭고 경이로운 여행의 풍경들인데, 
우리가 지레짐작하고 ’지겹다’ 고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예쁘게 보여지려고 노력하기보다 너 스스로에게 솔직한 사람이 되려고 노력해. 이런 말 하는 내가 완벽할 리는, 당연히, 없지만^^; 우리 서로 노력해서 다음에 얼굴을 마주할 땐 ’그런 일이 있었어요.’ 로 자신있게 운을 뗄 수 있는 오늘을 살자. 시작해 보자. 그 자체는 네게 더 없는 큰 선물이 될거야. 나처럼 먼 길을 돌아가지 않고도 네가 멋진 사람이, 분명히 될 거라고, 불분명한 나보다 몇십배쯤은 확실하게 그렇게 될거라고 믿어. 

그렇게 시간이 흐른 뒤에 네가 서른이 되었을 때, 스물을 살고 있는 네가 상상하기 끔찍한(!) 시간이겠지만, 그 때가 되었을 때 이 책을 기억해줬으면 해. 열에서 스물로 넘어오는 시간이 급변하지 않았던 것처럼 스물에서 서른으로 넘어가는 시간도 마찬가지 일거라고 생각해. 열아홉에서 스물이 되는 순간, 우리의 키나 눈의 깊이나 양팔의 너비는, 갑자기 커지거나 깊어지거나 넓어지지 않았잖아. 11시 59분이 12시가 되는 것처럼 미세하고 당연한 과정을 ’살아가는 중’ 에 불과하니까. 

가파른 절벽을 단숨에 뛰어넘으려고 하진 마. 그렇게 조급해하고 불안해하지 않아도 넌 잘 해낼거야. 우리의 삶은 우리가 가진 꿈의 크기에 비례해서 고양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 되도록 꿈은 크게 가지되, 당장 눈 앞에서 그 꿈과 관련된 어떤 일이 성취되기를 바라진 마. 결국 꿈을 성사시키는 것은 내가 가진 진심의 깊이를 따르니까. 

지금은 네 마음 속에 깊은 구덩이를 팔 때야. 삽질같은 육체적인 노동은 당연히 힘들지.
힘든 시간, 현명하게, 누구보다 멋지게 이겨나가리라 생각한다, 너는.

이렇게 지리한 말들을 풀어놓는거 보면 조급해하는 건 오히려 내쪽인 것 같다^^
이 인연이 너무 소중해. 제대로 함꼐 나눈 시간은 얼마되지 않지만 내가 너의 오빠가 된 것, 네가 내 동생이 된 것. 쓸데없이 진지한 게 아니라, 네게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어 감사해^ㅡ^

진심으로 생일 축하한다. 봄비가 내린 뒤의 포근함같은 매일이 되길, 바랄게.


 

 
 

2009년 3월 9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