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 - 대한민국 30대를 위한 심리치유 카페 서른 살 심리학
김혜남 지음 / 갤리온 / 2008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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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런 생각을 했던 적이 있었다. 내게도 정신병이 있는 것은 아닐까. 정신병이란 전염병처럼 기피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마음의 어딘가가 고통을 호소하는 것이니 감기처럼 흔한 것이라는 말. 환희와 우울을 넘나드는 감정의 기복을 생생히 느끼며 혹시 조울증은 아닐까 걱정했던 순간. 만일 정말로 그렇다면 나는 어찌해야 하는 것일까, 잠을 이루지 못하던 밤. 

누구나 이와같은 생각을 살면서 적어도 한번쯤은 한다. 내가 정상적인 상태가 아닐거라는 의심. 그같은 생각은 아주 힘든 상태일 때, 지쳐있을 때 더 빈번히 고개를 쳐든다. 물론, 스스로가 조울증이라고 단언하는 사람도 많지만, 소리내어 말하지 않더라도 주변 사람들이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사실쯤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어설픈 지식을 접목하자면, 이와같은 병명의 남발은 신의 실수나 인정할 수 없는 상태를 이해하고 인정할 수 있도록 어떤 원인을 만들고자 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내가 지금 이러고 있는 건 조울증 때문이야. 아는 것도 병이다, 는 옛말이 떠오른다. 


2.
처음『서른살이 심리학에게 묻다』를 보고 삐딱한 생각이 치밀었다. 서른 살, 삼십대만 보라는 책인가? 이십대는 아직 어리다는거야, 뭐야. 참 실없는 오기로 이 책을 집어들었다. 프롤로그부터 시작해 311쪽 마지막 장까지 읽고 나서 책 제목의 '서른' 의 진짜 의미를 알게 됐다. '서른' 이 물리적인 서른 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는 걸. 

과거엔 없었던 지독한 취업난에 도서관에만 쳐박혀 있다가 던져지듯 세상에 나가게 되는 그들, 심리학의 인간발달 과정에서조차 언급이 없는 무명의 그들, 꿈과 현실의 간극에 낙담하고 좌절하는 그들, 갑작스럽게 밀려오는 삶의 모든 것들에 방황하게 되는 그들. '서른' 은 이 모두를 포괄하는 말이었다. 진부하게 들리지 않았으면 좋겠다.『서른살이 심리학에게 묻다』는 어떤 상태에 있든 당신을 보듬고, 위로하는 책이 될 것이다. 

저자는 우리가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던 삶의 오해, 잘못된 상식, 근거없는 이론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실제 사례와 풍부한 문화적 지식으로 이해를 돕고, 긴 여운을 남기는 특별한 시선의 마무리는 부드럽지만 강력하다.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는 유달리 자기계발서가 홍수를 이룬다는 통계에 동의한다. 사회로부터, 윗세대로부터 자연스럽게 이행되었어야 할 일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서, 라는 말에도 공감한다. 그러니 책과 같은 매체가 그 일을 대신하는 것이다, 는 말도 인정한다. 그 모든 사실을 끌어안고 말한다. 이 책은 진짜다.


사랑하는 사람, 부모님, 소중한 친구들을 한번에 아우를 수 있는 책은 많지 않다. 내가 아는 모든 사람들에게 선물하고픈 책이다. 삶은 늘 힘겹고, 우리는 망망대해에 떠 있으므로. 이 책이 당신의 항해에 필요한 지도는 되지 못할지라도, 먼저 항해를 떠났던 선장의 항해일지는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새로운 항로는 과거의 항로의 문제를 아는 것으로부터 시작될 수 있다. 


과거의 잘못에 연연하며 후회와 연민으로 세월을 낭비하지 마라. 중요한 것은 그러한 경험이 쌓여 현재의 당신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현재 당신의 선택과 행동이 옳을지 그를지는 미래가 알려 줄 것이다. 
"네가 항상 옳다는 것을 잊지 마라. 심지어는 네가 틀렸더라도 말이다!"
                                    -『서른살이 심리학에게 묻다』, 30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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