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양피지 - 캅베드
헤르메스 김 지음 / 살림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1.
기술이 발달하고 교통·통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사람들은 더 이상 누군가를 공경할 필요가 없어져 버렸다. 컴퓨터에 전원을 연결하고 익스플로러 창을 더블 클릭하거나 TV의 전원 버튼을 한 번 누르는 것만으로 세상에 있는 모든 정보를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는 시대의 공경이란, 사교에서나 필요한 연기 덕목으로 전락해 버렸다. 간혹 사람들은 공경을 명성과 혼동하기도 한다. 우리는 공경을 모르는 시대에 살고 있다.

[기적의 양피지 캅베드] 는 바로 이 공경이야 말로 모든 부와 명예와 권력의 밑바탕임을  말하는 책이다. 물론, 이 짧은 하나의 문장으로 요약할 수 없는 '어떤 것' 이 책에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 없으리라, 믿는다. 모든 글에는 오로지 그 행간에서만 발휘되는 특별한 아우라가 있다. 이 아우라는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기쁨을 느끼게 하거나, 슬픔을 느끼게 하는 등 감정의 변화를 일으키도록 한다. 그것이 바로 난해한 철학 원전을 읽게 만드는 힘이며, 길고 긴 장편 소설을 읽게 만드는 원동력이다.
그리고 그것은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옛 말에 '웃는 낯에 침 못 뱉는다' 란 말이 있다. 여기서 웃음이란 실 없는 웃음이 아니다. 생각없이 헤실거리는 것이 난처한 상황에서 해결책이 될 수 없음은 누구나 알 것이다. 이 웃음은 상대를 존중하고 공경하는 태도로서의 웃음이어야 한다. 더 나아가 우리가 주목해야할 것은 존중과 공경 속에 담긴 진정성이다. 진정성은 파급력이 크다. 제 아무리 허황된 문장일지라도 진정성을 담고 있는 발화는 결국 사람을 움직인다.

2.
서점에서 일하면서 출판사 직원분들을 종종 뵐 기회가 있었다. 그 분들은 매달, 짧게는 3일에서 길게는 6일 안에 전국에 있는 모든 거래처(서점)를 돌며 담당자를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재고를 확인하고, 일정한 만큼의 수금을 위해 일하는 분들이었다. 그 분들의 일정은 그야말로 전쟁 같았다. 한 서점에 채 10분도 머무르지 못하는 그 분들의 공통점은 '그래도 항상 웃는다' 는 사실이었다. 정말이지 그것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경의를 표할만 한 일이었다. 전쟁같은 일정 속에서도 그 미소를 유지할 수 있다니! 그 분들 모두는 대단하지만 그 찰나, 수 없이 많은 출판사의 직원분들이 지나쳐가는 속에서도 기억에 남는 분들이 몇 있다. 굳이 '왜 그럴까' 를 고민할 필요는 없었다. 그건 정해져 있는 답, 진정성 때문이었다.

대체로 비슷한 목적을 가지고 있기에 비슷한 패턴의 대화만을 나누게 되는 영업상의 대화에서조차 진심은 통했다. 똑같이 안부를 묻는 첫 인사부터 기억에 남은 그 분들은 달랐다. 정확하게 이름을 부르며 인사를 건넸고, 지난 달에 보았던 모습과 지금의 모습을 비교하는 것으로 안부를 짐작했다. 그 광경을 우연히 지켜보게 되었던 나는 깜짝 놀랐다. 짧으 시간 안에 수백 개의 서점, 수백 명의 담당자를 만날텐데. 그럼 저 분은 그 모든 담당자들의 이름과 마지막으로 만났던 모습을 기억하고 있단 말인가.

물론, 업무를 위해 일부러 메모를 해두고 외웠을 수도 있다. 그 노력 또한 대단한 일이다. 그러나 내가 겪었던 그 분들은 대체로 어떻게 하는 것이 진심을 담아 말하는 것인지 정확하게 알고 계시는 것 같았다. 그 분들은 일을 하고 있다기보다 사람을 만나고 있는 듯했다. 작고 사소한 것 하나도 허투루 넘어가는 법이 없었다. 나는 그 일을 지켜보면서 저분들과 형님, 아우 하며 술잔을 기울이는 상상을 하곤 했다. 
헛된 상상이지만 그럴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기적의 양피지 캅베드] 에서는 그것을 공경이라고 불렀다. 일을 공경하고, 사람을 공경하고, 신을 공경하는 일. 공경을 하면 일과 사람과 신을 모두 얻을 수 있으리라는 원리. [캅베드] 에서 말하는 공경엔 무수히 많은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겸손, 용기, 헌신, 끈기, 사랑…

너무 뻔하다고 혀를 차시는 분들에게, 나는 그것이 자기계발 서적들 본연의 임무라고 말해주고 싶다. 너무 뻔하고 당연해서 쉬이 잊고 사는 사실들을 상기시켜 주는 책. 지금 당장 서점에 달려가서 확인해 보아도 좋다. 우리의 머리를 몇 톤짜리 망치로 휘갈기는 것처럼, 마치 신의 목소리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탁월하고 탁월하며 새롭고 또 새로운 자기계발 서적이 있는지를 말이다. 가히 대홍수라고 표현할 만큼 많은 책들이 한결같이 말하는 내용들은 결국,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에 불과하다.

3.
우리는 누구나 우주를 품고 있는 존재들이다.
나를 변화시키는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오직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나도, 당신도, 누구나,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무엇이든 될 수 있다.
우리 안에는 우주가 있기 때문이다.
우주란 무한한 가능성을 의미한다.
세상에서 가장 신비한 것이란 자연계의 작동 원리도, 우주의 끝도 아닌, 인간 그 자체다.
어떤 사람은 별의 기원을 밝혀내기도 하고, 자연계의 원리를 증명하기도 한다.

계발서적이란 경전과 같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책을 공경하는 나의 태도이다.
허나, 곰곰 생각해보면 세상에 경전 아닌 것이 어디 있던가.
결국 세상 모든 것은 나를 일깨우는 경전의 한 구절과 같은 것을.

이만하면 훌륭하지 않은가!
당신도 이 책에서 느껴보라.
나도, 당신도, 누구나, 우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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