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는 고래의 실천 - 켄 블랜차드 자기경영 실천편
켄 블랜차드 외 지음, 조영만 외 옮김 / 청림출판 / 2009년 1월
평점 :
품절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라는 책을 읽고나서 그런 생각을 했던 적이 있다.
하나하나 다 맞는 말이구나! 감탄을 연발하며 연신 무릎을 쳐댔던 기억이 난다. 

그때 나는 군인이었고, 나름대로 힘든 시기였다. 이대로 젊음이 지나가 버릴 것만 같았던 불안감,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채 2년을 보냈다는 초조함, 사람들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성장이라곤 전혀 없다는 정체감이 나를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군생활을 하는 동안 운이 좋았다. 좋은 부대에서 복무를 했고, 좋은 고참들을 만났고, 좋은 후임들을 만났다. 그 편하다는 분대장도 남들보다 오래 했다. 막내 생활은 바쁘고 정신없어 힘들었지만, 고참이 되었을 때는 많은 여유를 가졌다. 동기들은 저마다의 목표를 위해서 밤늦게까지 공부를 하는 동안, 나는 방황했다.
좋은 운을 내것으로 만들지 못했다.
무엇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하는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뭘 해볼 요량으로 기웃거린 것은 아니고, 단지 책 냄새를 좋아했던지라 부대 독서실을 기웃거리던 중, 눈에 띄는 책이 있었다. 제목이 특이하다고 생각했고, 별 생각없이 책장에서 빼냈고, 그 자리에서 단숨에 읽었다. 
좋았다. 뭔가 상쾌했다. 책의 긍정적인 기운이 내게로 전이된 듯한 느낌이었다.

이후로도 나는 그 책을 가까이 두고 여러번 읽었다. 딱히 어렵거나 두껍지도 않은 책이라 술술 읽혔다. 꼭 책의 덕택이라고 하긴 우습지만, 나는 그로부터 전역을 하기까지 50여권의 책을 더 읽었고, 평소에 관심이 있었던 영화를 더 알기위해 영화잡지를 정기구독했고, 30여편의 영화를 봤고, 당구를 배웠고, 하루에 매일 2시간씩 운동을 했고, 매일 일기를 썼고, 컴퓨터관련 자격증을 2개 땄고, 운전면허를 땄다. 

전역 후, 나는 곧바로 복학을 했고 열심히 살아보자는 마음가짐으로 한 학기를 보냈다.
1학년 때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학점이 나왔고, 그로인해 더 노력할 생각을 했다기보다 오히려 더 나태해졌다. 바보같이 이제 예비역이 되니 교수님께서 학점을 챙겨 주신다고 지레짐작을 해버렸던 것이다. 
복학을 하고 맞이한 두 번째 학기에서 금세 내 밑천은 드러나버렸다. 게다가 1학년 때의 잔꾀가 슬슬 몸을 풀기 시작했다. 연초에 했던 다짐은 희미한 잔향만큼만 남아 있었다.

어설픈 1년이 모두 지나갈 무렵에야 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나는, 학교에서 취업이라는 바깥 공간으로 밀리고 밀려 그 문턱에 선 4학년이 됐음을 알았다. 덜컥 겁이 났다. 젊음을 너무 생각없이 흘려보낸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됐다. 나는 아직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였고, 마침 내게 닥친 여러 일들은 스스로에게 도망치라고 부추기는 것 같았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젊음을 즐기리라.’ 였다. 
예전부터 꿈꿔왔던 전국일주를 하기로 마음 먹었고, 머리가 터질만큼 책을 읽고 싶었고, 그래서 잡은 목표는 겨우 150권이지만, 읽은 책들의 서평을 모두 쓸 생각이라 앞이 깜깜하고, 그 사이에 여행을 위해서는 또 꾸준히 아르바이트를 해야하고, 평생에 악기 하나는 다루는 게 소원이라 기타를 배울 생각인데다가, 어릴때 도장같은 데를 다녀본 적이 없는지라 운동을 꾸준히 할 생각이고, 틈틈이 소설이든 수필이든 시든 글을 쓸 생각이고, 단편 열 편을 쓰는 것은 무리일까라는 생각도 들지만, 누군가가 커피를 타는 바리스타의 뒷모습이 멋있다는 말에 그것도 해 볼 요량인 것이다. 
그야말로 원대하고 또 원대한 계획이 아닐 수 없다.

계획으로만 끝날 게 아니라 제대로 실천을 하는 것이 관건인데...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초등학교 이래로 방학 계획표를 단 한 번도 지켜보지 않은 달인인데다가, 일기란 당연히 한 달 분량을 몰아서 쓰는 것이 당연한 줄 알았던 여유로운 속기사였고, 학교에서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은 숙제 베끼기라는 신조를 가진 대담한 필사가였으며, 하교 후 하는 일이란 오로지 놀기였던 대인배였다. 
음, 그랬다.

일단 일은 저질렀는데, 어찌 실천을 할 것이냐...
이런 고민과 자괴감에 빠져 있는데, 거짓말같이 내게 날아온 책이 바로 [춤추는 고래의 실천] 이었다. 우연이라기엔 우스울 정도로 놀라운 타이밍이랄까.
이 책의 전작도 비슷한 상황에서 내게 다가왔기에 더욱 그랬다. 

역시 이 책도 앉은 그 자리에서 독파를 해버렸다. 
담겨있는 내용도 내용이지만,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이자 장점은 책이 가지고 있는(혹은 책을 쓴 이들의)긍정적인 마음이 읽는 사람에게로 전이된다는 것이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나서, ’나는 지금 무엇이라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는 생각을 하게 만들어 주는 책을 만나기란 쉽지 않음을 상기한다면,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별 다섯 개를 줄 수 있다는 생각이다. 

시시콜콜한 책의 내용을 중언부언하진 않겠다. 
어떻게보면 행동주의의 관점이 두드러지기도 하는 그런 행동패턴을 설명하기 때문이다.
내가 이 책의 내용을 요약하고 정리한다고 해서 모든 분위기를 모사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지도 않거니와 명쾌한 리뷰를 읽고 책을 읽었다고 자처하는 분들을 조심스럽게 경계하려는 까닭이다. 

꼭 한 구절을 인용하라고 한다면 이 구절을 말할까 한다.
                        
                        나를 신뢰하는 사람이 단 한 명만 있어도 
                        세상에서 가장 멋진 변화를 만들 수 있다.

내가 지금의 바보같고 대책없는 엉터리 계획을 마음먹고 실현하기까지, 마음 속으로 깊이 공감해주고 무한한 신뢰를 보내준 사람들에게 감사한다. 
누가 그렇게 해줬냐고?
그건 바로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다.
정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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