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폴라 앤 로모 - 나의 빈티지 카메라, 폴라로이드와 로모이야기
장현웅.장희엽 지음 / 북하우스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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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만한 사람이라면 사진에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 시대.
우리는 사상 유래없는 렌즈의 시대를 살고 있다.
디카가 널리 보급화되고, 더 나은 사진을 위해 DSLR 카메라를 구입하는 것이 이상하지 않고, 인구의 약 70%인 3700만명이 사용한다는 핸드폰에 카메라 기능은 필수가 된 시대. 인터넷에 수백, 수천의 카메라 동호회가 넘쳐나고 사진을 찍는 일이 일상의 한 부분이 된 시대에 사는데 정작 이렇게 말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사진을 사랑합니다. 사진을 찍으면 즐겁고, 기분이 좋아져요. 사진을 좋아하다보면 사진에 찍히는 대상도 좋아하게 되죠. 전 사진을 좋아합니다.

사진을 잘 찍는 사람들은 정말 많다. 사진의 구도니, 카메라의 셔터 스피드니, 조리개 개방이니 하는 것들을 잘 아는 사람들도 정말 많다. 
사진의 양적 성장은 질적 성장을 동반한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뭔가 좀 허전하다.
분명히 사진에 대해서는 다들 전문가 뺨치는 수준인데, 정작 즐겁게 셔터를 누르는 사람은 찾기가 어렵다. 다들 심오하고, 어렵고, 완벽한 예술 작품으로서의 사진을 찍으려고만 해서 그런 것일까? 그들에게 사진이란 유쾌한 놀이가 아니라, 또 하나의 작업에 불과한 것 같다.
더 멋있는 사진을 위해 먼 곳까지 출사를 마다하지 않고, 공들여 찍어서, 평가받기를 원하는 걸까? 

이 책은 사진에 대한 애정으로 똘똘 뭉친 두 형제의 이야기다.
아니, 사진에 대한 애정이란 말로는 이 책을 제대로 설명할 수 없겠다.
그건 이들을 매도하는 말일 것 같으니, 다시. 

이 책은 카메라와 그것이 만들어낸 사진과 카메라의 뷰파인더에 들어온 모든 것을 사랑하는 두 형제의 이야기다. 

폴라로이드와 로모라는 두 대의 카메라로 담아낸 그들의 애정은 사진만큼이나 유려한 글솜씨에서도 드러난다. 가만히 사진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이 책은 만들어진 동기부터가 그랬다.
카메라와 사진을 좋아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존재하는 데 비해 사진에 대한 책이 너무 없어서, 카메라 잘 다루는 법이나 잘 찍는 법을 강의하는 그런 책이 아닌, 그저 사진에 대해 즐거움과 인간적인 내용을 다룬 책이 없어서 의기투합 했다는 형제의 결과물이 바로 이 책인 것이다. 

마이클 부블레의 음악을 들으며, 가만히 기대어 앉아서, 병맥주를 옆에 놓고 한없이 여유를 부리고 싶어질 때 함께 있으면 좋을 책이다.
나처럼 비 오는 날을 좋아하고, 아날로그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책이다. 

폴라로이드 카메라는 고정된 렌즈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조금이라도 자신의 의도하는 대로 사진을 찍으려면 움직여야만 한다. 렌즈가 움직이지 않으니, 내가 움직이는 것이다.
그렇게 움직이다보면 피사체에 가까이, 더 가까이 다가갈 용기를 얻게 된다. 
물론, 모든 사진 찍기는 피사체에 가까이 하기다.
하지만 폴라로이드는 ’좀 더...’를 말한다. 
폴라로이드로 한 장의 사진을 찍기 위해 ’좀 더’ 가까이 하는 습관이 들면, 눈에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일 때가 있다. 
돌틈에 피어난 작은 꽃, 평소에는 몰랐던 친구의 반짝이는 눈망울, 혹은 점, 골목길과 
연탄재...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마음속의 눈과 귀가 손을 통해 카메라로 전달되는 과정이기도 하다.
폴라로이드가 만들어 주는 사진은 그런 것이 아닐까.
’좀 더’ 가깝게 만들어서, 마음의 거리를 좁혀주는, 전파 같은 것.


(+)
어쩌다보니 폴라로이드에 대한 이야기만 하게 됐다.
개인적으로도 폴라로이드를 좋아하다보니 그렇게 된 것 같은데, 편향된 글쓰기를 지양해야 한다는 입장에서는 부끄러운 일이지만 이해해 주시리라 믿는다.
60억의 사람이 있다면 60억의 생각도 있는 법이니까.
같은 책을 똑같이 받아들이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음, 이건 구차한 변명인가?
여하튼 로모 역시 훌륭한 카메라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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