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식모들 - 제11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박진규 지음 / 문학동네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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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된 군생활을 마치고 학교에 복학을 하게 되었고, 내가 떠나있던 2년 동안 학교는
그자리에 있었지만 여러가지가 생소하게 바뀌어 있었다.

강의실에는 전자출결기가 설치되어 학생증을 매 시간마다 찍으라고 했고, 도서관에도 좌석배치기(?)가 설치되어 학생증을 찍어야 했다. 어디서 난 돈인지는 모르겠지만 학교는 정문에 검문소 같은 요금소와 차단기를 세웠고, 요상한 전등과 나무를 심어놓은 열린 광장을 만들어서 주민들에게 개방했다. 으리으리한, 학교의 70주년을 기념한다는 기념관을 지어 올렸고, 그만큼 삐까뻔쩍한 박물관 건물을 이제야 완공했다. 

그리고, 등록금은 내가 군대를 가기 전보다 많이, 아주 많이 올라 있었다.

수상했다. 좀 수상했다. 
학교는 부인했다. 학교에서 했던 굵직한 사업은 다 지자체의 지원금과 각종 기부금으로 진행한 일입니다, 등록금 인상과는 상관이 없는 일입니다, 라고 말했지만 역시 수상했다.

나는 정확히, 그 시기에 이 책을 떠올렸다. 
나는 정확히 2005년 12월 21일에 입대를 했고, 이 책은 정확히 2005년 12월 22일에 나왔다.
음, 수상하다.

오래된 책이되, 오래되지 않은 것 같은 세련됨이 표지에서부터 보였다.
가벼운 마음으로 몇 십장을 읽고, 잠시 책을 덮었다.
읽은 내용을 곱씹는 동안, 전년도 수상작인 천명관 작가의 [고래]가 떠올랐다.
그제서야 [수상한 식모들]이 조금 이해되기 시작했다.

[수상한 식모들]과 [고래]가 가지는 일정한 접점은 말의 매력, 구술의 역사를 반복하고 있다는 점이다. [고래]가 그 속성을 구조와 문장 속에서 능수능란하게 표현해 냈다면, [수상한 식모들]은 소재 자체에서부터 노골적으로 그런 의도를 품고 있다. 

과거에는 모든 이야기가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다. 구전이라고 하는데, 이 와중에 청자이자 화자인 사람들의 취향과 기호에 따라 이야기는 가감이 일어나고 변형이 가해진다. 그것이 반복되다보면 본래 이야기의 뼈대만 남은 채, 심한 경우는 뼈대 마저도 뒤틀린, 새로운 이야기가 창조되곤 했다. 

[수상한 식모들]은 그 과정 속에서 사라져버린 이야기의 원형을 끄집어 내고 있다. 
옛날 옛날에~ 그런 이야기들이 있었는데~

놀라운 상상력이 아닐 수 없다. 이제껏 그 누구도 집중하고 조명해 보지 않았던 영역에 대한 새로운 개척은 박수를 받아 마땅하다. 많은 리뷰에서 지적하고 있는,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고 싶은 거냐? 라는 비판은 온당치 않아 보인다. 
물론, 소설이 탁월한 하나하나의 개별 문장과 탁월한 하나의 이미지 만으로 구성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인정할 건 인정하자는 말이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나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구술, 그 이외에는 뭐가 남았지?
실제로 남은 것이 별반 많지 않은 것 같다. 결말 자체는 만족스럽다. 그 이상의 결말은,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생각하면 없을 것 같은 충분한 수준이었다. 

일상에서 수상을 찾았다는 모토. 책읽기로서는 즐겁지만, 많은 독자들을 매료시키기엔 부족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박진규 작가가 어떤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이 한 작품으로 모든 걸 평가하기에는 부족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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