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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클립 한 개
카일 맥도널드 지음, 안진환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펀텐셜!
최대의 잠재적 재미를 뜻하는 신조어를 만든 카일은 말 그대로 자기 자신이 '최대의'
재미가 되었다. 보잘 것 없는 책상 위 클립 한 개로부터 집을 얻기까지의 과정,
그 모든 에너지가 이 펀텐셜이라는 말 속에 들어있다.
책의 띠지를 보니 '기적의 실화' 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음, 광고로서는 손색없는
문구이지만 사실, 빨간 클립 한 개의 주인공이자 이 책의 저자이며 놀라운 에너지의
소유자인 카일의 지난 1년을 담는 적절한 말은 아닌 것 같다.
누구나 할 수 있었지만 아무도 하지 않았던 도전, 젊음의 기록.
오히려 이 문구가 더 적절하고 멋지지 않나 생각한다.
1.
젊음은 항상 말한다.
도전해, 지금보다 더 큰 것을 위해, 큰 것을 이루도록 도전하라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은 모든 젊음의 공통점이지만, 큰 것을 지향하는 것 또한
젊음의 속성이다. 어느 시기부터 젊음은 사소한 것을 그냥 지나쳐버리는 자세의
대명사가 되었다. 젊음이란 혈기왕성하면서 동시에 그로인해 심사숙고가 없는 행위라고
대체 누가 정한 것인가?
2.
나에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다.
젊음이란 모든 것을 용서하게 만드는 무기라고.
기행(奇行)은 젊음과 예술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갑갑하고 답답했던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생이 되면서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나는 남들이 나를 이상한 사람, 독특한 사람으로 봐주길 바랐다.
뭔가 저 아이는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을 것 같아. 좀 이상하지만 그래.
내가 가장 듣고 싶어했던 말 중 하나였다.
나는 정말로 '보여주기' 위해 이상한 짓을 시작했고, 주변 사람들은 내가 의도한 대로
생각해주는 것 같았다. 나름 '그놈 물건이네' 취급을 받았다고나 할까. 내 자의식은
극도로 높아져갔다. 급기야 나는 이런 생각까지 했다.
도대체 이상한 짓을 안하는 젊음은 다 뭐야? 죽어버린 대학생들은 한심해.
그건 정말이지, 치기어린, 멍청하고, 너무 바보같은 생각이라 상대조차 할 수 없는
생각이었다.
카일은 젊음을 정확히 파악하고, 실천한다.
기행자체를 목표로 삼지 않으며, 힘이 넘치지만 착실한 계획을 가진 진짜 젊음.
나는 감탄했다. 이 스물 다섯 청년이 굉장히 크게 보였다.
그리고 지금 보게 된 것을 다행으로 생각했다. 내가 이 책을 대학교 1학년 때 보았다면
분명히 책을 집어 던지고 자리를 박찼을테니까. 계획? 계획은 겁쟁이나 하는 짓거리야!
나는 분명히 그렇게 외쳤을 것이다.
3.
어딘가에는 분명히, 아직도 내가 했던 것과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지금 당장은 성에 차지 않겠지만, 가지고 있어보라고. 시간이 흐른 뒤에, 내가 이 책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조차 희미해질때쯤 다시 이 책을 꺼내서 읽어보게 되면 알게
되리라. 내가 그때는 너무 어렸다는 것을.
굳이 이 책으로 나와 비슷한 당신의 생각을 바꾸라는 말을 하진 않겠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의 진리 속에서 살아가니까.
그냥, 가지고 있으라고, 권하는 것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