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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변의 모르면 호구 되는 최소한의 법률상식
허윤 지음 / 원앤원북스 / 202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모두를 경악하게 했던 N번방 사건이 터지고 난 후 나는 큰 충격에 빠졌었다. 우리나라 성범죄 형량이 워낙에 낮은 건 알고 있었지만, 범죄 뉴스 기사를 보면 말도 안될 정도로 합당한 처벌을 주지 않음에 충격을 받았다. (이제 좀 높인다고는 하는 것 같지만...)
관심을 갖고 반드시 개선해나가야 한다고 깊이 느꼈다.
그러나 단순히 형량이 너무 약해! 라고 말하기엔 사실 나도 뭘 아는 것이 없기에^^;;
일단 법부터 알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무턱대고 어려운 책을 보자니 받아들이지 못하고 책을 덮을 것만 같았고. 이 책은 목차를 봤을 때 안 겪으면 참으로 좋겠지만 우리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을 예시로 들어서 일단 실생활에 크게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이 책을 보기 전에 법을 알았다면 좋았을 순간들이 스쳐지나갔다. 생각해보니 참지 않아도 될 일들이 꽤나 있었다.
법률에 관한 책이라고 하면 괜히 두껍고 졸리다는 편견이 있었다. 이 책은 적당한 두께인데다 ‘말로’ 자세하게 상담해주는 문체라 읽으며 엄청 어렵다거나 졸리지 않았다.
엄청나게 끌리는 목차. 인생을 살면서 흔히 겪을 법한 이야기들이다. 물론 안겼으면 정말 좋겠지만!
몇 가지 기억에 남는 페이지를 적어본다.
1. 먼저 요새 너무 빈번해진:( 성범죄.(P.58-59)
성추행은 신체에서 민감한 부위를 나의 동의 없이 만졌을 때라고 알고 있었는데 어떤 신체 부위라도 허락 없이 접촉한다면 강제추행이 될 수 있다고 한다.
과거 판결에 뺨을 만진 남성이 유죄 판결을 받은 적이 있다고 한다.
듣고 나는 여자인데도 뺨은 괜찮지 않을까? 싶었는데 평소 눈빛이 음흉해보이고 언행이 좋지않은 사람이 내 뺨을 만졌다고 생각하니 온몸에 소름이...
어떤 부위이냐 보다 그 행위 자체가 성적으로 불쾌감을 주었는지가 중요한 것이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증거를 수집해야한다!!!
책에 나온 말이지만 읽으며 끄덕끄덕 했던 것이 ‘변호사는 증거를 인위적으로 만들어내는 사람이 아니라 증거를 가지고 법적 분쟁 과정을 도와주는 사람’이다.(P.65)
CCTV를 확보한다거나, 증인을 찾는다거나 해야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피해자의 진술이 얼마나 일관되는지가 중요하다. 경황이 없다고 하더라도 피해사실을 제대로 기록하고 정리할 것.
물론 상황 정리와 증거 확보는 다른 모든 케이스에서도 가장 중요한 작업이다.
책에 자세한 방법이 나와있으니 궁금하신 분은 책을 참고할 것.
2. 블로그 등 SNS를 하는 사람들이라면 신경쓰일만한 ‘저작권 침해’(P.179)
처음에는 책의 좋은 점을 하나하나 기록하고 싶어서 미주알고주알 다 적었었다.
그러다 어느날 페이지 번호를 적고 인용하는 식으로 기록하는 것도 저작권에 침해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요새 유튜브를 하는 사람이 많아져서 저작권 침해가 자주 발생한다고 한다.
특히 자주 문제가 되는 것이 음원이나 영화 영상.
예를 들어 카페에서 촬영한다고 하면 그 배경음을 지우고 영상을 올려야 분쟁에 휘말리지 않는다.
책의 경우 저작권법 25조에 따르면 다른 이의 글을 보도 교육 연구 등을 위해 사용할 때만 ‘인용’에 해당된다고 한다.
스스로의 의견을 펼치는 과정에서 다른 이의 글을 소개하거나 더 나아가 평가하는 수준이 되어야 인용이므로, 단순히 문장을 퍼오고 출처를 남기는 걸로는 부족하다고 한다.
평소에도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리뷰하려고 노력하는데, 정확하게 알게 되어 개운한 부분이었다.
3. 단순 변심으로 인한 환불은 불가라지만, 소비자에게 불리한 약관은 무효!(P.218~)
인터넷에서 옷이나 신발을 종종 사는데 태그를 제거하면 환불 불가 같은 글을 자주 봤다.
받은 직후에는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입거나 신어보니 불편해서 반품을 하고 싶었지만 이미 태그 제거했으니까, 하고 억지로 신거나 다른 사람을 준 경험이 꽤나 있다.
그러나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법에 따르면 소비자에게 불리한 약관은 무효라고 되어있다고 한다.
오프라인에서 직접 보고 산 물건이라면 적용이 어려울 수 있지만 인터넷 쇼핑에 대해서는 적용 가능하다는 점!
이외에도 층간소음, 교통사고, 의료사고, 월세가 갑자기 올랐을 때에 대한 내용도 흥미진진했다.
챕터 사이에 좋은 변호사와 피해야하는 변호사, 변호사 수임료, 법률 용어에 대한 설명 등 정보가 상당히 많이 담겨있어서 유익했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알아두면 좋은 상식들이 가득가득.
물론 막상 이런 사건들에 휘말린다면 당황하고 힘들겠지만, 미리 알아두면 조금이라도 증거를 확보할 수 있다거나, 변호사와 상담하면서 훨씬 수월할 것이니 읽어두길 잘했다 싶다. 잊어버릴 때쯤 두고두고 꺼내보기 좋은 책.
나처럼 법률에 대해 1도 모르지만 관심이 생긴 분들께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