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감을 사야 해서, 퇴사는 잠시 미뤘습니다 - 우리에겐 애쓰지 않고도 사랑하며 할 수 있는 일이 필요하다
김유미 지음 / 쌤앤파커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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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주일 간 꼬옥 꼬옥 씹어가며 읽었던 책, 물감을 사야 해서 퇴사는 잠시 미뤘습니다.
제목만 보고 직감적으로 지금의 나에게 꼭 필요한 책이라고 생각했고, 너무너무 읽고 싶었다.
왜냐하면, 요새 회태기가 왔었기 때문!

회태기라고 사람들이 표현하던데, 회사+권태기의 줄임말이다. 연인간 권태를 느끼듯, 회사 생활에서도 권태를 느끼는 것을 이렇게 표현했다. 한 때는 성과를 내기 위해 온 정성을 쏟았고, 열정적이었고, 회사의 모든 사람들이 다 좋아보이고 모든 사람과 친해지고 싶었고, 좋은 회사에 다니고 있음에 감사하며 다녔다. 햇수로 벌써 5년차인 지금, 모든 것이 심드렁하고, 작은 일에도 예민하게 반응하며 스트레스 받으며, 시간이 쌓인 만큼 안좋은 것만 보이고, 주말에도 일 생각을 떨치기 어려운 최근, 나는 변화가 필요했다.

김유미 작가도 나와 같았다.​

한때는 하루, 아니 모든 일상이 일과 사람에 대한 스트레스로 가득 차 있었다. 출근도 하기 전에 퇴근을 하고 싶었다. 정작 퇴근을 해서는 회사에 대한 불만과 스트레스 때문에 제대로 쉬지도 못했다. 그렇게 몇 년간 회사에 다니다 보니 직장이 아닌 생활 자체에 회의가 들었다. (P.61)​

지금 내가 그러했다!!!

책을 읽으면서 구절 구절 마치 나의 상황과 마음을 대변하는 듯한 문장에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후 작가의 생활은 완전히 달라졌다.

요즘 나의 하루는 퇴근 전과 후, 2회로 나뉜다. 직장인으로서 8시간의 삶을 살고 난 후 ‘온전한 나’로서의 하루가 시작된다. 하루를 두 번 살려면, 퇴근 전까지 딴 생각할 틈이 없다. 정시 퇴근을 하려면 집중력과 추진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려야 했다.(P.61)

작가는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해 업무 시간엔 더욱 집중해서 일을 했고, 끝난 후 온전히 일에서 분리가 되어 나를 위한 삶을 살기 시작했다. ‘미술’이라는 중요한 일이 생기며 내키지 않는 만남은 정리할 수 있게 되었고,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하나둘 깨닫기 시작했다.

작가의 표현으로는 그림은 불타오르지는 않았지만 질리지도 않았다고, 하면 할 수록 좋았다고 했다. 
그림을 그리는 과정이 결코 쉬운 것은 아니었다. 어떻게 그려야 좋을지 매번 고민하고 많이 생각해가며 그림을 그렸다고 책의 거의 대부분에 힘듦이 녹아 있었다. 그럼에도 그릴 때 몰입할 수 있고, 결과물을 보며 큰 성취감을 느꼈다고 한다. 책 중간 중간 작가님의 그림이 담겨있는데 정말 대단했다. 취미로 이렇게 그림을 그리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닐텐데. 5년이란 시간동안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있었을까, 그 정성이 그림에서 묻어나왔다.

​처음부터 뜨겁지는 않았다. 벌써부터 타올랐다면 즐거움을 알기도 전에 식어버렸을 테다. 적당한 온도의 열정은 나로 하여금 계속해서 그림을 그리게 한다.(P.251)

지속해서 한다는 것은 힘들지만 오히려 그 자체로 힘이 되기도 했다. 무엇보다 시간을 다스리는 힘이 생겼다.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시간에는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시간을 보냈다.(P.212)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 시간을 아껴서 쓰고, 작은 행동들이 모여 큰 결과로 이어지는 것을 보니 점점 시간을 알차게 활용하게 되었다고 한다. 유화를 그릴 때 오래 걸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해보니 시간이 오래 걸려서가 아니라 귀찮아서 그랬다는 것을 느꼈다고. 그걸 깨달은 후 점심시간의 남은 30분도 뭔가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며 책을 읽었다고 한다. 하루에 30~40페이지 정도는 읽을 수 있었고, 다섯번의 점심시간을 보낸 후에는 책을 한권 다 읽었다고 한다. 그렇게 책을 읽는 습관도, 글을 쓰는 습관도 하나씩 만들어갔다. 그 결과물로 이 책이 나온 것일테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P.209)

​사랑이 아닌 다른 무언가로 가슴 뛰고 질투하고 기대하게 될 줄은 몰랐다. 사랑보다 확실한 건 완전한 무언가를 완성하면서 느낀 성취감이었다.(P.250)

간혹 회사 일에서 뿌듯함을 느끼고 즐거운 사람이 있다. (사실 나도 그랬다. 과거에는) 그렇게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지만, 애석하게도 우리는 살기 위해, 해야 하니까 하는 일들이 더 많은 것 같다. 생계를 위한 일이 아닌,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을 찾아서 하는 것이 일상에 얼마나 큰 활력소가 되며 ‘나’를 알아가는 데에 도움이 될까.  나에게도 그런 일이 있으면 좋겠다고 막연하게만 생각했는데 책을 읽으며 ‘아, 내가 이런 거에 관심이 있었는데 한번 해볼까’ 마음 안에서 잠자고 있던 욕망들이 꿈틀대는 것을 느꼈다. 이왕이면 작가님처럼 취미가 직업으로도 이어져서 생계에 도움이 되는 일이 늘어나는 루트라면 더할나위 없이 좋을 것만 같다.

작가님의 글을 보고 있으면 너무나 나같아서, 너무나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흔한 사람이라서 책에서 희망이 느껴진다고 해야하나. 책에 쓰여진 ‘쳇바퀴 돌 듯 무의미하게 흘려보내던 퇴근 후의 저녁이 잊었던 나를 발견하는 시간으로 바뀐 마법 같은 이야기’처럼, 흔하디 흔한 나에게도 이런 마법같은 일이 생기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서평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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