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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 첫 번째 Classic - 세계적인 클래식 음악가와 아름다운 명곡을 만화로 만나는 클래식 입문서
강모림 글.그림 / 컬처그라퍼 / 2014년 3월
평점 :
절판


[대중문화예술] 내 인생의 첫 번째 Classic (글/그림 강모림) 


리뷰 : 혜 

                                                                                                                           


클래식이라는 서양 음악은 참 알게 모르게 생활 가까이 있습니다. 
과거의 비중이 높은 클래식이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의 받는 건 보편적인 감성이 오늘날에도 많은 감동을 주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린 시절, 동네, 이웃인 피아노 선생님께 이름 모를 작곡자들의 악보를 따라 곡을 배운 기억이 있습니다. 
그리고 종종 영화나 드라마를 보다보면 귀에 익은 클래식 음악을 듣게 되죠. 
클래식을 소재로 한 작품들도 꽤 많아졌고요. 
(최근에 종영한 드라마 '밀회'를 시청하셨다면, 더욱 친밀감을 느끼시리라 예상합니다.) 

이토록 가까이 클래식이 있음에도 막상 누가 작곡한 곡인지, 제목이 무엇인 지 쉽게 떠오르지 않습니다. 
워낙 많은 작곡자와 작품(작품명들도 꽤 어렵죠. 작품번호 몇 번, 교향곡, 무슨 장조, 애칭...)들이 전해오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암기 위주로 공부해 온 지난 학창시절의 음악수업 때문은 아닌 지 아쉬움을 품어봅니다. 

클래식 관련한 입문서들은 이미 많이 나와있습니다. 

그럼에도 이 책을 택한 이유는 지식으로 접하는 방향 대신 
21세기 동양의 평범한 청년이 클래식을 향유하는 방향을 터득하기 위해서였습니다. 


1. 기본소개 

이 책은 만화가이자 에세이스트로 활동 중인 강모림 작가의 그림과 글로 이뤄져있습니다. 
클래식을 좋아하지만 전문가는 아닌 작가가 스스로 자료를 수집하고 공부하면서 
본인 나름의 클래식을 소개하고 즐기는 방법을 비교적 쉽게 풀어놓았습니다. 

클래식을 대표하는 음악인들의 일화, 클래식이 형성되어 온 역사적 배경, 
영화에 나오는 클래식,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클래식을 소개하며 
겁내지말고 마음 편히 즐기기를 권장합니다. 

사실 제목이나 부제 '세계적인 클래식 음악가와 아름다운 명곡을 만화로 만나는 클래식 입문서'라는, 
실용서적 느낌 나는 내용이 그다지 마음에 와닿지는 않지만 
이러한 제목에 얽매이지 않고 여러 방면으로 클래식과 음악인에 대한 소개와 
클래식을 삽입한 영화들까지 제법 알찬 내용들을 담았습니다. 

*만화는 첫 번째 챕터인 '클래식 음악가 이야기'에만 음악인별로 나옵니다. 
그리고 요즘 우리나라 생활상을 배경으로 한 유머가 종종 등장합니다. 
이 정서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조금 당황스러움을 느끼실 수도 있습니다. 

 

2. 디자인 

연한 오렌지빛이 감도는 표지 위에 책에 소개한 대표 음악인들이 
앙증맞은 모습으로 옹기종기 모여있습니다. 
덕분에 딱딱하고 재미없는 교양서적일 것이라는 편견을 한 꺼풀 벗겨줍니다. 

내지도 올 컬러여서 색상이 주는 이미지닏 마치 음악인들의 특징을 뒷받침 해 주는 느낌입니다. 
예를 들면 낭만주의 시대에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라는 얄궂은 별칭으로 불리면서도 
명성이 자자했던 파가니니는 매서운 인상과 보랏빛 뒷배경 덕분에 초절정 기교가

기괴함까지 자아냈다고 하는 그의 연주법을 짐작하게 됩니다.


음악인들의 특징을 간결하게 잡아낸 일러스트 초상화들과 
재미난 만화들이 친근감을 더하고, 
줄간격에 여유를 둔 큼지막한 본문 내용과 
적절한 위치에 배치한 주석 덕분에 부담없이 읽었습니다. 



3. 구성 

대표 음악인 소개로 시작하여 클래식 역사, 많은 사랑을 받은 영화와 클래식을 소개하는 흐름은 
적절했다고 생각합니다. 
만일 클래식 역사부터 나왔으면 초반부터 지쳤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어려운 내용이 아니었기에 (중학생이 이해할 내용) 
어떤 순서이든 흥미로웠을 것입니다. 

또한 이 책 곳곳에 QR코드가 있습니다. 
챕터 에서 음악인들의 대표작들과 
귀에 익은, 쉽게 좋아하게 될 클래식 소개 부분에 삽입되어 있습니다. 
스캔을 하면 유명한 음악인들의 연주 실황 영상이 나옵니다. 

그러나 아름다운 선율을 스마트폰으로 듣기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음질좋은 음원 다운로드나 CD (샘플링이어도)를 추가한 것이 더 낫지 않았을까 싶지만 
이 책의 글과 그림으로 클래식에 얽힌 내용들을 참고하여 
스스로 찾아 듣는 즐거움에 눈뜨는 것이 이 책이 추구하는 목표로 느껴졌습니다. 

클래식 초보가 귀를 열게 되면서 
주위 사람들과 함께 클래식을 즐기고픈 마음에 이 책을 만들게 되었다는 작가의 고백에 공감한다면, 
클래식 마니아의 길로 가는 출발선에 이 책의 내용과 QR코드 속 영상들은 
클래식 초보들의 좋은 길잡이가 될 것입니다. 



4. 감상 

인터넷서점에선 이 책을 '대중문화예술'로 분류하였습니다. 
그만큼 클래식은 소위 일부 교양인의 영역에서 대중에게 사랑받는 예술 영역으로 확장되었습니다. 
대중 영화나 드라마에 곧잘 등장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이 입문서를 통해 얻은 관점은 '사람' 그리고 '배경'입니다. 
어째서 바흐가 수많은 곡을 작곡하였는 지 , 
자살을 결심한 베토벤이 다시 재기할 수 있었는 지, 
쇼팽의 작품들 중에 소규모의 연습곡들이 많은 지, 
브람스는 교향곡을 좋아했고 바그너는 오페라를 좋아했는 지, 
드뷔시의 음악에서 인상파 화가들의 색채가 느껴지는 지, 
스트라빈스키 음악에서 유독 작곡자의 심리가 드러나지 않는 지, 
비록 전기가 아닌 짧은 일화를 통해 알게 되지만 
음악인들의 작품 세계를 알게 되는 중요한 열쇠임을 깨달았습니다. 

또한 역사 부분의 내용들도 흥미로웠습니다. 
클래식과 관련한 역사나 지식 대신 
어째서 그러한 음악과 음악인들이 출현하게 되었는 지 
간결하면서도 알찬 내용으로 소개되어 있습니다. 

신대륙 발견과 식민지 건설로 부를 얻은 기득권 (왕, 귀족, 교회)의 세력 과시를 위해 출발한 클래식이 
인쇄술의 발달로 음악이 더욱 널리 보급되고, 자유분방한 창작과 표현의 시대 (바로크)와 
자본주의 시대를 맞이하면서 예술에 투자하여 오페라와 같은 공연사업을 벌였습니다. 
이후 월급을 받는 음악인들의 시대, 자급자족을 하며 살아가는 음악인들의 시대를 지나 시민혁명, 산업혁명을 
겪으며 클래식을 더욱 대중의 품으로, 그리고 개인의 창작 영역에 집중하였습니다. 
이 낭만주의를 지나 20세기에는 과학의 발전(음반)과 세계대전(망명) 중에 더욱 더 많은 이들에게 
퍼져 나갔습니다. 이처럼 클래식 또한 시대에 맞춰 부름을 받고, 변화하고, 독립하며 
자신의 가치를 견고히 다져왔습니다. 

덕분에 그저 무슨 시대이며 어떤 음악인이 있고, 대표작들이 무엇이 있는 지 기억하던 때보다 
선명한 시대적 배경을 살피며 클래식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졌습니다. 


작가가 주목한 영화와 클래식들도 흥미롭습니다. 
덜 알려진, 숨은 명작들과 클래식도 소개하였으면 좋았겠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튼 만화로 까불거리며 웃음도 주고, 
생각 외로 상세한 역사를 알려주고, 
친숙한 영화나 유명한 동시대 연주가들의 대표 연주곡들을 소개하는 이 책은 
요즘 클래식이 낯설고 어려운 젊은 세대를 위한 첫 번째 책으로 
가볍게 읽지만 깊이 빠져들게 될 구심점이 되기에 적합한 입문서입니다. 



<덧붙임> 
5. 기억에 남는 구절 

제가 주목한 구절은 그 동안 잘 몰랐던 음악인들의 어두운 경험이나 감정을 소개한 부분들입니다. 
위대한 음악인으로 알려져있는 것과 달리 당신들도 숱한 어려움과 고통을 겪었습니다. 
이제까지 어렴풋이 알았지, 자세한 사정은 모른 채 작품들만 좋다며 감상해 왔을 뿐입니다. 
그러나 이 구절들을 읽고난 뒤 음악을 들으니 
고귀하게만 여겨졌던 클래식이 한층 더 가까이, 사람들의 구슬픈 삶의 한 조각로 다가왔습니다. 
힘든 상황을 극복하거나 견뎌내며 위대한 예술가가 되었다는 점보다는 
그러한 현실 속에서도 예술이 끊임없이 맥을 이어온 점에 강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어쩌면 예술은 작품에 대한 지식과 감상 포인트보다도 
작품을 만든 한 사람을 이해하려하는 데에서 교감이 시작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얻는 것 만큼 잃은 것도 많았다. 여행 도중 어머니가 사망했고, 여행의 피로감에 어린 모차르트의 건강도 
악화되었다.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한 모차르트는 청년이 되자 기괴한 사람이 되어 버렸다. 참을성도 없고 괴팍한데다가 여자에 빠져 돈을 펑펑 써댔다. p.32 

하지만 일정한 거처가 없고 피아노를 살 형편조차 안 되었던 슈베르트는 모든 작곡을 기타로 해결했다. p.54 

리스트에게는 인간적으로 모순된 면이 많았다. 가족들에게는 무심한 반면 친구들이나 후배들에게는 언제나 친절했다. 또 화려한 여성 편력을 보이는 한편 성직자 같은 생활을 동경하기도 했다. p.79 

스물 여섯살의 바그너는 여배우 민나 플라너와 사랑에 빠져 결혼했으나 결혼생활은 행복하지 못했다. 민나는 정숙하지 못했고 바그너는 낭비벽이 심했다. 3년 후 바그너는 민나와 빚쟁이를 피해 파리로 도망쳤고 가난한 파리 생활이 이어졌다. p. 114 

유달리 감성적이고 예민했던 차이코프스키는 어머니의 죽음으로 큰 충격을 받았고 평생 그 후유증에 시달리기도 했다. p.122 

슈만은 젊은 시절 걸린 매독 때문에 정신병과 우울증에 시달렸다. 정신이상과 환청, 환각 등을 수반하는 매독은 슈베르트, 보들레르, 마네. 고흐 등 당대 많은 예술가들을 죽음에 이르게 했다. p.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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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명의 시간을 담다 - 시간을 수집하는 사진가
구본창 글.사진 / 안그라픽스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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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수집하는 사진가 - 공명의 시간을 담다  (구본창 저) 

 

 리뷰 : 혜

 

​                                                                                                                           



표지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예뻐야 산다.'는 요즘 책들답지 않게, 꾸민 듯 꾸미지 않은 느낌에 끌렸거든요.  

옅은 분홍빛에 물든 백자 그릇을 담은 띠지(표지의 일부를 둘러싼 종이)를 벗겨내면,

바짝 메마른 작은 넝쿨이 하얀 공간 위에 점점이 흩어져 있는 표지가 드러납니다. 

 

미리 말씀드리면, 이 이미지들은 구본창 작가의 작품인 '백자'와 '화이트'중 하나입니다.

 

이보다 더욱 화려한 작품들도 많았을 텐데

왜 이 책의 '얼굴'로 작은 그릇 한 점과 어디에나 흔히 있는 들풀을 택하였는 지,

이 둘의 조합은 무엇을 의미하는 지 궁금하여 책을 집어들었습니다.

 

 

1. 기본소개


이 책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사진가 중 한 사람인, 중견작가 구본창 본인이 

자신의 작품 세계가 어떻게 흘러왔는 지를 기술한 책입니다.

디자인 분야의 좋은 책들을 출판하는 안그라픽스의 문화예술 전문 브랜드, 컬처그라퍼에서

'21C컬처크리에이터 시리즈'의 두 번째 책이기도 합니다.

이 시리즈는 동시대의 문화예술 거장들의 이야기로, 독자들에게 영감을 전달하는 데에 목적을 갖고 있습니다.

(* 첫 번째 책은 승효상 건축가의 '오래된 것들은 다 아름답다.'입니다.)

 

저에게는 편견이 하나 있습니다.

예술은 설명을 하면, 예술가가 자신의 작품 세계를 설명을 하면,

작품은 점점 생기를 잃어간다는 내용이죠.

더군다나 교육을 위한 설명에는 귀기울이고 싶지 않습니다.

예술이야말로 상상과 다양성을 전제로 하는 영역인데,

한 번 주어진 설명이 여러 길을 막는 경우가 생기더라고요.

 

이러한 배경을 갖고 있는 탓에, 평소에도 예술을 설명하는 책은 피해왔습니다.

 

그럼에도 이 책을 고른 첫 번째 이유는 뜻밖에도

표지에 먼저 사로잡힌 것과 같이,

책 자체가 주는 느낌에 끌렸기 때문입니다.

 

 

 

2. 디자인 


(* 대부분 책 리뷰는 내용-구성,인용, 감상 중심이 많죠. 저는 이제부터 책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합니다. 내용을 담는 그릇인 책 또한 얼마나 많은 교감을 하였는 지, 독자들에게 어떠한 형태로 다가가고 책으로 빠지게 하는 지 살피겠습니다. 온전히 책을 아끼는 독자의 입장에서 바라보겠습니다. 인증과 같은 이미지 첨부는 생략해요. 가능하면 글로 전달하고 싶습니다.)     



아담한 책입니다. (반양장본 | 312쪽 | 200*145mm | 515g )

하드커버가 아니어서 들고 다니기에 적당한 무게감입니다.


띠지의 조화도 좋습니다.

평소에 띠지는 책 내용보다는 홍보와 디자인을 위해 덧붙인 것으로 여겨서,

구입하자마자 버리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 책의 반 이상을 덮은 띠지는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또 하나의 표지이자 책의 내용을 미리 알려주는 입구입니다.

책의 내용을 고스란이 담은 표지는 실로 오랜만입니다.


책을 펼치면,

시원시원한 배열 또한 편히 다가옵니다.

본문의 활자들이 제법 큽니다.

그리고 작가의 작품들 (주로 사진이며 회화와 작업 풍경도 있습니다.)이

주요한 위치에 여러 크기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여러 사진이 한 데 있거나, 사진 한 장이 한 페이지를 가득 채우고 있고,

작은 사진 하나가 덩그라니 홀로 들어가 있기도 합니다.


놀랍게도 여백을 많이 느꼈습니다.

큰 글자들과 이미지들이 가득하여도 아무 것도 없는, 빈 공간 또한 많습니다.

출판사나 이 시리즈가 지향하는 디자인일 지도 모르겠으나,

이러한 구성이 구본창 작가와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가는 정적인 상태에서 대상 (사물, 풍경, 인물)과의 깊은 교감과 찰나를

요란하지 않은 형태로 담아내어 감상자들이 천천히, 대상의 이야기를 살피게 하는

작품들을 만들어 왔습니다.

프레임을 꽉 채운 작품이 있는가 하면, 아주 작은 점마냥 흩어져 있는 작품들도 있습니다.

이 특징 때문에 작품에 대한 집중(찾기)과 휴식(상상하기)을 음미하며 감상하게 됩니다.  

책 또한 작가의 작품을 참 많이 닮아있습니다.

 

이에 더하여 무슨 종이인 지 정확히 모르지만

매끈매끈한 질감 덕분에 작품 속 사물들의 감촉을 어루만지는 상상도 덧붙습니다.

빛을 강하게 받으면 글씨나 사진의 일부가 보이지 않는데,

신기하게도 불편한 느낌보다는

요리조리 책과 몸을 움직이며 '책을 더 잘 읽는'위치와 자세를 찾는 것이

흡사 빛을 중요시하는 사진작가의 심정을 얼핏 헤아린 느낌이 들었습니다.

 

 

3.  구성

 

사진집? 에세이?

무엇으로 이 책을 명명할 지 고민이 들었습니다. 

책을 끝까지 읽고서야 저는 '에세이'쪽으로 마음이 기울었습니다.

에세이essay란 우리말로 하면 수필이라 하는, 개인의 경험이나 생각을 자유로이 쓰는 양식이라 하죠.

글은 물론이거니와 이미지마저도 그러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작가가 만들고 매듭을 진 작품이 아니고, 계속 한 호흡으로, 글에서 드러나는 작가와 참 많이 닮았습니다.

생각과 글과 사진의 일치라고 해야할까요?


 구본창 사진작가의 이야기를 담은 책은 프롤로그와 에필로그, 18개의 챕터로 이뤄져있습니다.

사진공부를 시작한 80년대부터, 90년대, 2000년대 지금까지의 작가로서의 활동을 살펴

종종 어린 시절의 이야기도 나옵니다.

 

연대기를 따라 작가의 이력이 등장하기도 하지만

더 주목해야 하는 점은 그 때 그 시절 작가가 품었던, 지금도 영향을 받는 가치관입니다.


의미심장한 제목인 '공명의 시간을 담다'와 마찬가지로 챕터 제목들만 모으면

어떠한 생각을 하고 창작을 하는 작가인 지 감이 옵니다.

특히 마음에 와닿았던 제목들을 소개합니다.


'낡은 시간을 수집하다.'

'목적이 있는 것과 없는 것'

'일상의 보석'

'비어 있기에 아름답다'

'견딜 수 있을 만큼의 고독'


이처럼 독자는 각 챕터별 제목으로 먼저 구본창이라는 사진 작가를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작가의 독백, 고백, 사진 (작품, 현장 모습)들이 독자에게 다가옵니다.

 

꼭 한낮의 오후에 여유로이 차 한 잔 마시는 것과 같이 말이죠.

 

 

 4.  감상

 

구본창 작가의 이력만 살피면 패기넘치고 유능한, 영향력이 넘치는 예술인임을 바로 알 수 있습니다.

사진가에 대한 이해가 아직 꽃피기 전인 80년대에 독일 유학을 시작으로, 

국내외를 넘나드며 작품활동과 사진전 기획을 포함해 역량있는 후배 사진가 양성에 힘을 쏟는 교수로서

끊임없는 교감과 실험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이력에 더하여 일종의 '자기예술론'이기도 한 이 책이 사진용어며 작품해설이며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쉽습니다.

사진에 대하여 익숙하지 않더라도 물 흐르듯 책 속 글자들이 마음으로 스며들었습니다.

작가의 일기장을 엿 본 기분도 들었고요.

이 점을 계속 생각하며 책을 읽었습니다. 

 

구본창 작가에게서 주목한 주제들은, '소품, 수집, 교감'입니다. 

 

'소품'을 글자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됩니다.

작가는 유독 어디에나 있으나 어디에도 있지 않은 것처럼 여기는 대상에 집중합니다.

나비 박제, 물결, 넝쿨, 비누, 눈 쌓인 돌, 주차장, 벼룩시장에 나온 물건과 같은 것들에 말이죠.


작가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 하지만 아무리 작은 소리라도 나는 그것을 듣고 싶고, 그러한 작업이 굉장히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주변의 작은 목소리를 듣고 대화하기 위해서는 애정이 필요하다. 따뜻한 눈이 있어야 보이고 읽힌다.

  아마도 나는 이런 애틋한 감정과 기억들을 기록하고 간직하려고 사진가가 된 모양이다. (p.185)'


'수집'은 소품만큼이나 대상을 대하는 작가의 태도가 반영된 행동입니다.

보통 수집이라하면 연구나 취미를 위해 물건을 모으는 일이지만,

작가의 수집은 그렇지 않습니다. 

이름없고 낡은, 일상용품들을 모읍니다. 

다양한 종류의 물건들에게서 작가는 이야기를 듣고, 하나씩 맞추어 세상을 바라봅니다.

형제 사이에서 열등감과 소외감을 느끼며 내향적으로 자랐다고 고백한 작가가

버려지고 덧없는 물건, 잘 해왔으면서 나서지 못 하는 학생에게 애정을 보내는 까닭을 이해하였습니다.


그래서인지 '교감' 에 있어서 구본창 작가는 탁월합니다.

바다의 물결에서 강한 생명력을 느끼고,

모델과 배우들 얼굴 너머의 사연을 이끌어내고,

파리의 건물모퉁이를 보호하는 경계석인 여러 샤스루의 사연을 담고,

역동적인 탈춤 대신, 탈 자체에게서 이야기를 듣고,

단아한 백자에게서 수줍음 많은 분홍빛 얼굴의 아씨를 만납니다. 

 

이와 같은 상황은 사진 분야에서 스트레이트(연출없는 실제상황일까요?), 연출로 이미지를 담아낸다고 합니다.

하지만 요즘처럼 기기가 발달된 시기에서 우연히 얻어 걸린, 아름다운 이미지가 판을 치는 이 때에

사진가가 사진가로서 살아가는 길은 무엇일까요?

구본창 작가의 마음가짐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아름다운 대상을 아름답게, 다양한 기법을 익혀 담아내기보다 중요한 것은

'끊임없이 세상을 바라보고 대화를 나누고, 느낀 바를 사진으로 잘 보여주기'가 아닐는 지요. 

관찰과 수집을 게을리 하지 않고, 촬영을 위해 많은 자료를 수집하여 정리하고, 공부하고,

촬영 허가를 받기 위해 복잡한 절차와 긴 시간을 기꺼이 견뎌내는 작가는

거장이라는 완성형에 마침표를 찍지 않고, 괄호를 열어 두어 지금도 성장하는 예술인임을 알았습니다.


유독 자신을 고독한 자로 정의하며, '진공의 시간'을 보낼 때마다

그간 만나 온 대상과 자료를 정리하고

내 안의 영감을 발견하고

대상과의 대화를 준비한다는,

본인의 사진 작업 방향을 유지하면서도 언제든 변형할 준비를 한다는 작가에게서

'청년 작가'로서의 열정이 느껴졌습니다. 

  

책 곳곳에 등장하는 작업실이나 전시장에서의 작가는 얼굴에 웃음이 가득합니다.

그러나 마지막 페이지, 외서를 읽고 있는 작가의 옆모습 사뭇 진지합니다. 

(어느 페이지에도 비슷한 사진이 한 번 더 나와요.)

눈빛은 물론 책을 들고 지그시 내려다보는 표정에서 대상을 대하는 작가의 태도가 보였습니다.

백자와 교감하기 위해 무릎을 꿇고 껴안은 자세로 안을 바라보는 모습도 기억납니다.


대상을 사랑한다는 것,

나에 대한 집중이 남에게로, 다시 그들에게서 나를 만난다는 것,

이 모든 과정에 '사랑'이 없으면 피어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어떠한 경지에 오를 수록 복잡함은 단순함으로, 단순함 안에 심오함이 깃든다고 하죠.


구본창 작가는 아직 제가 '감'으로만 인지하는 영역에 도달한,

보잘 것 없는 물체에 마저 생명의 기운이 어린 따스함을 건네 사진에 담는 사람입니다. 

 

 

 

 

'유명한 예술인의 이야기이니 읽자, 또는 잘 모르니 알기 위해 읽자.'라는 생각 대신

그저 한 예술가, 한 사람의 이야기라 생각하고 책을 펼쳐보세요.

이러한 예술인의 에세이를 읽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의 이야기에 공감하는 내 자신이지 않을까요?

책을 읽는 우리 또한 책과, 예술가와 교감하기 때문입니다.

 

 

<덧붙임>

5. 기억에 남는 구절

 

사진과 예술을 넘어 삶에 울림을 주는 좋은 문장들이 많습니다.

여기에서는 개인적으로 사진가로서, 예술인으로서의 창작 방향을 밝힌 부분을 공유합니다.

 

'나는 지금도 현재진행형의 작가이고 한국 사진계에서의 내 사진과 역할에 대한 평가는 나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의 손으로 이루어져야겠지만, 적어도 내 자신이 스스로에게 가장 크게 의미를 부여하는 사진가로서의

 작업이란, 사라져 가는 일상의 순간순간을 잡아내어 기록하며 그 매순간의 공명을 담아내는 것이다. (p.13)


'사진은 지난 30여 년간 나를 매료시켜 온 표현 매체이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새로운 것에 호기심이 많다.

 평면이 아닌 입체, 소리나 빛과 같은 매체, 또는 그들의 복합적인 만남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사진의 무한한 표현 가능성을 끝까지 탐구하며 사진가의 숙명에 충실하게 살고 싶다. (p.161)'


'단지 아름다운 사물에 대한 관심이 아니라 스토리와 히스토리에 귀를 열어 두고 사는 것, 

 그것이 지금까지 계속 새로운 주제를 발견하면서 작업을 지속하게 한 힘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p.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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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스터 라이드 - EP 1집 고생 끝에 Rock이 온다
루스터 라이드 (Rooster Ride) 노래 / 미러볼뮤직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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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꾸밈이 과하거나 또는 어딘지 밋밋한 느낌을 벗어나, 제대로 rock이란 이런 것이다! 라고 아우라를 뿜어내는 밴드입니다. 청춘을 응원하고 때로는 감성에 푹 젖게 만드는 루스터 라이드의 내일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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