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 첫 번째 Classic - 세계적인 클래식 음악가와 아름다운 명곡을 만화로 만나는 클래식 입문서
강모림 글.그림 / 컬처그라퍼 / 2014년 3월
평점 :
절판


[대중문화예술] 내 인생의 첫 번째 Classic (글/그림 강모림) 


리뷰 : 혜 

                                                                                                                           


클래식이라는 서양 음악은 참 알게 모르게 생활 가까이 있습니다. 
과거의 비중이 높은 클래식이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의 받는 건 보편적인 감성이 오늘날에도 많은 감동을 주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린 시절, 동네, 이웃인 피아노 선생님께 이름 모를 작곡자들의 악보를 따라 곡을 배운 기억이 있습니다. 
그리고 종종 영화나 드라마를 보다보면 귀에 익은 클래식 음악을 듣게 되죠. 
클래식을 소재로 한 작품들도 꽤 많아졌고요. 
(최근에 종영한 드라마 '밀회'를 시청하셨다면, 더욱 친밀감을 느끼시리라 예상합니다.) 

이토록 가까이 클래식이 있음에도 막상 누가 작곡한 곡인지, 제목이 무엇인 지 쉽게 떠오르지 않습니다. 
워낙 많은 작곡자와 작품(작품명들도 꽤 어렵죠. 작품번호 몇 번, 교향곡, 무슨 장조, 애칭...)들이 전해오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암기 위주로 공부해 온 지난 학창시절의 음악수업 때문은 아닌 지 아쉬움을 품어봅니다. 

클래식 관련한 입문서들은 이미 많이 나와있습니다. 

그럼에도 이 책을 택한 이유는 지식으로 접하는 방향 대신 
21세기 동양의 평범한 청년이 클래식을 향유하는 방향을 터득하기 위해서였습니다. 


1. 기본소개 

이 책은 만화가이자 에세이스트로 활동 중인 강모림 작가의 그림과 글로 이뤄져있습니다. 
클래식을 좋아하지만 전문가는 아닌 작가가 스스로 자료를 수집하고 공부하면서 
본인 나름의 클래식을 소개하고 즐기는 방법을 비교적 쉽게 풀어놓았습니다. 

클래식을 대표하는 음악인들의 일화, 클래식이 형성되어 온 역사적 배경, 
영화에 나오는 클래식,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클래식을 소개하며 
겁내지말고 마음 편히 즐기기를 권장합니다. 

사실 제목이나 부제 '세계적인 클래식 음악가와 아름다운 명곡을 만화로 만나는 클래식 입문서'라는, 
실용서적 느낌 나는 내용이 그다지 마음에 와닿지는 않지만 
이러한 제목에 얽매이지 않고 여러 방면으로 클래식과 음악인에 대한 소개와 
클래식을 삽입한 영화들까지 제법 알찬 내용들을 담았습니다. 

*만화는 첫 번째 챕터인 '클래식 음악가 이야기'에만 음악인별로 나옵니다. 
그리고 요즘 우리나라 생활상을 배경으로 한 유머가 종종 등장합니다. 
이 정서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조금 당황스러움을 느끼실 수도 있습니다. 

 

2. 디자인 

연한 오렌지빛이 감도는 표지 위에 책에 소개한 대표 음악인들이 
앙증맞은 모습으로 옹기종기 모여있습니다. 
덕분에 딱딱하고 재미없는 교양서적일 것이라는 편견을 한 꺼풀 벗겨줍니다. 

내지도 올 컬러여서 색상이 주는 이미지닏 마치 음악인들의 특징을 뒷받침 해 주는 느낌입니다. 
예를 들면 낭만주의 시대에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라는 얄궂은 별칭으로 불리면서도 
명성이 자자했던 파가니니는 매서운 인상과 보랏빛 뒷배경 덕분에 초절정 기교가

기괴함까지 자아냈다고 하는 그의 연주법을 짐작하게 됩니다.


음악인들의 특징을 간결하게 잡아낸 일러스트 초상화들과 
재미난 만화들이 친근감을 더하고, 
줄간격에 여유를 둔 큼지막한 본문 내용과 
적절한 위치에 배치한 주석 덕분에 부담없이 읽었습니다. 



3. 구성 

대표 음악인 소개로 시작하여 클래식 역사, 많은 사랑을 받은 영화와 클래식을 소개하는 흐름은 
적절했다고 생각합니다. 
만일 클래식 역사부터 나왔으면 초반부터 지쳤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어려운 내용이 아니었기에 (중학생이 이해할 내용) 
어떤 순서이든 흥미로웠을 것입니다. 

또한 이 책 곳곳에 QR코드가 있습니다. 
챕터 에서 음악인들의 대표작들과 
귀에 익은, 쉽게 좋아하게 될 클래식 소개 부분에 삽입되어 있습니다. 
스캔을 하면 유명한 음악인들의 연주 실황 영상이 나옵니다. 

그러나 아름다운 선율을 스마트폰으로 듣기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음질좋은 음원 다운로드나 CD (샘플링이어도)를 추가한 것이 더 낫지 않았을까 싶지만 
이 책의 글과 그림으로 클래식에 얽힌 내용들을 참고하여 
스스로 찾아 듣는 즐거움에 눈뜨는 것이 이 책이 추구하는 목표로 느껴졌습니다. 

클래식 초보가 귀를 열게 되면서 
주위 사람들과 함께 클래식을 즐기고픈 마음에 이 책을 만들게 되었다는 작가의 고백에 공감한다면, 
클래식 마니아의 길로 가는 출발선에 이 책의 내용과 QR코드 속 영상들은 
클래식 초보들의 좋은 길잡이가 될 것입니다. 



4. 감상 

인터넷서점에선 이 책을 '대중문화예술'로 분류하였습니다. 
그만큼 클래식은 소위 일부 교양인의 영역에서 대중에게 사랑받는 예술 영역으로 확장되었습니다. 
대중 영화나 드라마에 곧잘 등장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이 입문서를 통해 얻은 관점은 '사람' 그리고 '배경'입니다. 
어째서 바흐가 수많은 곡을 작곡하였는 지 , 
자살을 결심한 베토벤이 다시 재기할 수 있었는 지, 
쇼팽의 작품들 중에 소규모의 연습곡들이 많은 지, 
브람스는 교향곡을 좋아했고 바그너는 오페라를 좋아했는 지, 
드뷔시의 음악에서 인상파 화가들의 색채가 느껴지는 지, 
스트라빈스키 음악에서 유독 작곡자의 심리가 드러나지 않는 지, 
비록 전기가 아닌 짧은 일화를 통해 알게 되지만 
음악인들의 작품 세계를 알게 되는 중요한 열쇠임을 깨달았습니다. 

또한 역사 부분의 내용들도 흥미로웠습니다. 
클래식과 관련한 역사나 지식 대신 
어째서 그러한 음악과 음악인들이 출현하게 되었는 지 
간결하면서도 알찬 내용으로 소개되어 있습니다. 

신대륙 발견과 식민지 건설로 부를 얻은 기득권 (왕, 귀족, 교회)의 세력 과시를 위해 출발한 클래식이 
인쇄술의 발달로 음악이 더욱 널리 보급되고, 자유분방한 창작과 표현의 시대 (바로크)와 
자본주의 시대를 맞이하면서 예술에 투자하여 오페라와 같은 공연사업을 벌였습니다. 
이후 월급을 받는 음악인들의 시대, 자급자족을 하며 살아가는 음악인들의 시대를 지나 시민혁명, 산업혁명을 
겪으며 클래식을 더욱 대중의 품으로, 그리고 개인의 창작 영역에 집중하였습니다. 
이 낭만주의를 지나 20세기에는 과학의 발전(음반)과 세계대전(망명) 중에 더욱 더 많은 이들에게 
퍼져 나갔습니다. 이처럼 클래식 또한 시대에 맞춰 부름을 받고, 변화하고, 독립하며 
자신의 가치를 견고히 다져왔습니다. 

덕분에 그저 무슨 시대이며 어떤 음악인이 있고, 대표작들이 무엇이 있는 지 기억하던 때보다 
선명한 시대적 배경을 살피며 클래식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졌습니다. 


작가가 주목한 영화와 클래식들도 흥미롭습니다. 
덜 알려진, 숨은 명작들과 클래식도 소개하였으면 좋았겠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튼 만화로 까불거리며 웃음도 주고, 
생각 외로 상세한 역사를 알려주고, 
친숙한 영화나 유명한 동시대 연주가들의 대표 연주곡들을 소개하는 이 책은 
요즘 클래식이 낯설고 어려운 젊은 세대를 위한 첫 번째 책으로 
가볍게 읽지만 깊이 빠져들게 될 구심점이 되기에 적합한 입문서입니다. 



<덧붙임> 
5. 기억에 남는 구절 

제가 주목한 구절은 그 동안 잘 몰랐던 음악인들의 어두운 경험이나 감정을 소개한 부분들입니다. 
위대한 음악인으로 알려져있는 것과 달리 당신들도 숱한 어려움과 고통을 겪었습니다. 
이제까지 어렴풋이 알았지, 자세한 사정은 모른 채 작품들만 좋다며 감상해 왔을 뿐입니다. 
그러나 이 구절들을 읽고난 뒤 음악을 들으니 
고귀하게만 여겨졌던 클래식이 한층 더 가까이, 사람들의 구슬픈 삶의 한 조각로 다가왔습니다. 
힘든 상황을 극복하거나 견뎌내며 위대한 예술가가 되었다는 점보다는 
그러한 현실 속에서도 예술이 끊임없이 맥을 이어온 점에 강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어쩌면 예술은 작품에 대한 지식과 감상 포인트보다도 
작품을 만든 한 사람을 이해하려하는 데에서 교감이 시작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얻는 것 만큼 잃은 것도 많았다. 여행 도중 어머니가 사망했고, 여행의 피로감에 어린 모차르트의 건강도 
악화되었다.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한 모차르트는 청년이 되자 기괴한 사람이 되어 버렸다. 참을성도 없고 괴팍한데다가 여자에 빠져 돈을 펑펑 써댔다. p.32 

하지만 일정한 거처가 없고 피아노를 살 형편조차 안 되었던 슈베르트는 모든 작곡을 기타로 해결했다. p.54 

리스트에게는 인간적으로 모순된 면이 많았다. 가족들에게는 무심한 반면 친구들이나 후배들에게는 언제나 친절했다. 또 화려한 여성 편력을 보이는 한편 성직자 같은 생활을 동경하기도 했다. p.79 

스물 여섯살의 바그너는 여배우 민나 플라너와 사랑에 빠져 결혼했으나 결혼생활은 행복하지 못했다. 민나는 정숙하지 못했고 바그너는 낭비벽이 심했다. 3년 후 바그너는 민나와 빚쟁이를 피해 파리로 도망쳤고 가난한 파리 생활이 이어졌다. p. 114 

유달리 감성적이고 예민했던 차이코프스키는 어머니의 죽음으로 큰 충격을 받았고 평생 그 후유증에 시달리기도 했다. p.122 

슈만은 젊은 시절 걸린 매독 때문에 정신병과 우울증에 시달렸다. 정신이상과 환청, 환각 등을 수반하는 매독은 슈베르트, 보들레르, 마네. 고흐 등 당대 많은 예술가들을 죽음에 이르게 했다. p.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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