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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켜야 할 세계 - 제13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문경민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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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서평단으로 가제본을 받아 1부만 읽고 쓰는 리뷰입니다.


책은 교사 정윤옥의 죽음으로 시작된다.

왠지 어디선가 찬 바람이 부는 듯한 기분이 드는 문장들로, 교사 정윤옥의 마지막이 외롭고도 허망하게 그려진다. 그가 생을 살아냈던 학교의 문은 열리지 않고 그로 인해 그의 생이 녹록치 않았음을 예상해본다.


1부의 내용은 정윤옥의 아주 어린 과거를 담고 있다. 발달장애 학생을 신경쓰고 그의 담임을 맡고 싶어하는 윤옥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과거다. 발달장애 동생을 생활고 끝에 희망의 집으로 보내고 그 뒤로 생사 조차 알 수 없는 채로 살아오게 된다. 그의 동생을 향한 애증인지 죄책감인지 그리움인지 모를 감정은 발달장애 학생에게로 옮겨가게 될 것이다. 이후의 이야기를 읽지 못해서 잘은 모르겠지만, 현 시점에서 가장 읽어봐야 할 책이 아닐까 싶다. 교권이 무너지고 교사들의 설 곳이, 목소리가 점점 사라지는 시대. 학생과 학부모의 눈치를 보며 정말 가르쳐야 할 것들을 가르치지 못하는 교사들이 너무 많아지는 시대. 아파하고 힘들어하는 교사들을 도울 어떠한 정책도 법도 시스템도 없는 시대. 아이들을 잘 가르치고 싶어서, 좋은 사람으로 키워내고 싶어서 선택한 길 위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교사들이 계속 생겨나는 시대. 무자비하고 잔인하고 어둡고 축축한 시대에 흔들릴지언정 꺼지지 않는 불처럼 단단한 책일 것이라 생각한다.


책을 다 읽지 않았지만 교사 정윤옥의 생이 뜨겁고 열정적이고 단단했음을 알 수 있었다.

우연히 만난 친구와의 대화에서 친구는 이렇게 말한다. "어쩔 수 없는 일도 있는 것 같더라."

그러나 정윤옥은 그에 이렇게 생각한다. '정말 어쩔 수 없었을까.' 이 한 마디는 정윤옥 삶의 전체를 관통하고 있을 것이다. 정말 어쩔 수 없는 일은 없다는 것, 애쓰고 노력하면 바꿀 수 있고 지킬 수 있다는 신념, 계속된 방해에도 굴하지 않고 나아가겠다는 굳건함. 

생의 빛이 희미해져가는 모든 이들에게 의지를 심어줄 수 있는 책이길 바란다. 진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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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에 관하여
정보라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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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이런 류의 소설을 즐겨 읽는 편은 아니다.

살인과 고문, 폭력 등의 폭파적인 이야기는 자극적인 소재로 흥미를 끌 수 있겠지만, 깊이를 더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정보라 작가의 신작 소설이라고 해서 기대는 했으나 매력적인 소재였던 건 아니다.

대략적인 줄거리는 이렇다. 고통을 없애버릴 수 있는 신약의 개발과 함께 고통이 사라진 세상에서 오히려 고통을 숭배하며 고통을 쫓으려는 교단의 탄생. 고통을 없애려는 제약 회사와 고통을 숭배하는 교단 사이의 관계성, 그에 얽힌 수많은 사람들의 삶에 관한 이야기.


이 소설은 아직 개발되지 않은 진통제, 간혹 등장하는 SF적 요소 등으로 지금 보다 좀 더 먼 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것 같지만 그 속에 사는 인간들의 삶은 지극히 현실적이며 지금의 상황과 다르지 않다. 제약 회사는 고통을 없애는 약을 만들기 위해 그들의 자식을 고통 속에 밀어 넣는다. 어릴 때부터 고통 속에서 길러진 아이들, 결국 고통을 버티다 못해 스스로 죽기를 원하는 아이들이 있다. 교단에 스스로 들어간 어머니와 그의 아이들도 결국 아버지의 폭력을 피해 살 길을 찾은 것이었다. 어찌 됐건 이 소설에서 두드러지는 건 그 아이들이다. 사건의 중심에 서 있는 아이들. 그들은 부모에 의해 선택하지 못하는 상황 속에 놓여져 원하지 않는 삶을 살아왔다. 그들은 각자 '고통'을 겪지만 고통에 대한 생각은 다르다. 그리고 이렇게 다른 두 사람이 만나서 결국은 각자의 고통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한다. 그 동안 고통은 타인이 주입한 가치관, 신념, 생각, 감정 등이었다면 이들은 서로를 만나고 세상을 넓혀가며 스스로의 고통을 스스로 정의하게 된다. 이 부분에서 나는 이 소설이 성장소설로 읽혔다. 이야기의 중심에 서 있는 고통 받던 아이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고자 한다. 그들에게 고통을 주던 자들, 스스로 고통을 원했던 시절도 지나 무엇이 고통이고 왜 고통이 필요한지 스스로 깨쳐가게 된다. 그들의 시작은 디스토피아였고, 희망이라고는 조금의 불빛 만큼도 보이지 않았지만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처참하게 찢겨지고 부서진 그들의 삶에도 희망의 빛이 생긴다. 나는 이 이야기를 통해 희망의 빛을 보았다.


SF적인 요소, 자극적인 소재, 잔인한 장면들, 폭력적인 사건들은 그저 벌어지는 일이다. 그 안에는 여전히 현실적이고 불안하고 어리고 여린 나와 비슷한 이들이 살아간다. 지금 여기 어딘가에서 벌어지는 일들과 다르지 않다. 그들은 고통에 대해 생각한다. 고통이란 몸이 있는 존재는 벗어날 수 없다는 점에서 존재의 의의와 통하는 연결고리를 가진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살면서 고통을 느낀다. 그게 육체적이든 정신적이든 피할 수 있는 자는 없을 것이다. 고통은 개인의 것이고, 공감은 가능하지만 완전한 공유는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나의 고통은 나만이 아는 것이고 그에 대한 자세 또한 나만이 정의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고통에 관하여 생각하는 것은, 삶에 관하여 생각하는 것과 큰 차이가 없을 것이다. 책을 덮으며 이야기는 끝이 났지만 여전히 살아 움직이는 인물들을 떠올렸다. 앞으로도 그들의 삶에는 무한한 고통이 가득할 것이지만, 그들은 끝끝내 살아낼 것이다. 가득한 고통 속에서 실낱같은 희망의 빛을 보며 죽음이 아닌 삶으로 향해갈 것이다. 나는 그들의 삶을 응원하고 싶어졌다.

망가졌더라도 살아갈 수 있고 살아갈 자격이 있다는 사실, 망가진 채 살아가도 괜찮다는 승인을, 같은 경험을 가진 다른 존재를 통해 재확인하고자 하는 생의 가장 깊은 추동(推動)이었다. - P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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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름
델핀 페레 지음, 백수린 옮김 / 창비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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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엄마는 여름 휴가를 떠난다. 아마도 엄마가 자랐던 시골 마을의 오래된 집으로.

엄마는 옛 추억이 가득한 집과 주변의 풍경 속에서 어린 시절을 떠올리고, 아이는 그런 엄마의 시절들을 더듬는다. 그림책을 읽는 내내 여름의 풍경이 내 주변을 감싸고 있었다.

내리쬐는 햇빛, 숨이 막힐듯한 습기, 더운 열기를 더 덥게 만드는 매미들의 울음 소리 같은 것들을 싫어하지만 그래서 여름이 싫다고 생각했지만 여름은 그 속에 반짝이는 것들을 숨기고 있었다.

나무 그늘의 시원함, 복숭아와 아오리 사과, 선선한 여름 밤 산책, 땀 흘린 후 마시는 시원한 맥주 한 잔. 여름이여야 찾을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작지만 소중한 것들. 책은 나에게 여름 안에 숨겨진 빛나는 것들을 계속 상기시킨다. 그리운 사람들과 보고 싶은 시절들. 아이가 혼자 신발끈을 묶어가는 시간 동안 나는 기억했다. 그러니까 내게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름이 있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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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노트 블로노트
타블로 지음 / 달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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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내 학창시절을 물들이던 타블로의 꿈꾸라....항상 그 사각거리는 연필소리와 함께 나오는 블로노트들을 포스트잍에 예쁘게 써서 매일매일 다이어리에 붙여놓곤 했었는데...이게 책으로 엮여 나오다니 당장 구매해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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