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를 반복해도 공감하고 이해하려는 이유에 대해 다시 생각해본다.
그것이 사랑이기 때문은 아닐까.
누군가를 완전히 이해하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해할 수 없는 나 아닌 다른 이를 향한 공감과 이해의 노력이 곧 사랑이다.
사랑이 없는 사람은 살아도 사는 게 아니다.
로기완은 조용히 죽어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을 상황이었지만 끝끝내 살아냈다.
그게 어머니를 향한 사랑이었고, 사랑하는 연인을 향한 사랑이었고, 자기 자신을 향한 사랑이었고, 자신과 같으면서도 다른 타인을 향한 사랑이었다.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고 연대하는 유일한 방법이 결국 내가 굳건하게 살아가는 것이라면,
죽을만큼 괴로워도 끝끝내 살아가는 것이라면, 죽겠다는 마음으로 살아 내보는 것도 연대의 방식이 될 것이다.
출,퇴근 길 지하철에서 이 책을 읽었다.
사람이 많은 공공장소에서 읽기 적합한 책은 아니었다.
매 문장이 나를 때리고, 울컥이게 만들었기 때문에.
그럼에도 책을 덮을 때,
내 마음속에는 작은 씨앗이 심겨진 것 같다.
물과 비료를 제 때 주지 못해 실패할 수도 있겠지만, 언젠가는 모양을 가진 무엇으로 자랄 것이다. 그게 풀이 되고, 나무가 되고, 숲이 되는 상상을 하며 살며시 미소를 띄워보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