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중고나라 선녀님
허태연 지음 / 놀 / 2024년 1월
평점 :
흔하고 뻔한 킬링타임용 소설이라고 생각했다.
어떤 묘사는 너무 자세해서 외려 구차해졌고,
어떤 설명은 너무 단면적이라 공감하기 힘들었다.
그러나 책이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묘사나 문장을 떠나 어떤 한 덩어리로 뭉쳐있는 중심이 있었다.
모든 것을 가진 남부러울 것 없어 보이는 재벌집 사모님이
중고 거래에 목을 메는 이유가,
단지 평범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라니.
나를 모르는 사람들과,
내 고통에 한 마디씩 얹는 사람들 말고
나의 아픔을 모르는
그저 물건을 사고 파는 관계로 만난 사람들과
이런 저런 세상 사는 이야기를 하는 것.
중고 거래의 본질은
내가 버리기엔 아까운 물건을 팔거나
내가 사기엔 너무 비싼 물건을 싸게 사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중고나라 선녀님이 중고 거래를 하며 느끼게 된 것은
물건 보다는 사람에 있었다.
그 물건을 사고, 사용하고, 아꼈던 사람들.
그리고 결국은 어떤 이유로 팔게 되는 사람들.
그리고 어떤 물건을 그와 비슷한 혹은 전혀 다른 이유로 사는 사람들.
중고 거래라는 것은,
물건을 사고 파는 행위 보다는 그 물건에 가격을 매기고 지불하는 과정에서
물건에 얽힌 삶에 대한 이야기를 읽는 과정이었다.
중고 물건을 가지고 나온 사람들과 선녀님이 전해주는
따뜻함을 나도 중고로 받은 듯한 기분이 들어
훈훈해지는 이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