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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형제 동화전집 (무삭제 완역본) ㅣ 현대지성 클래식 1
그림 형제 지음, 아서 래컴 그림, 김열규 옮김 / 현대지성 / 2015년 1월
평점 :

<그림 형제 동화전집>은 그림형제가 언어학 연구의 일환으로 독일의 민담, 설화, 전래동화 등을 수집해서 엮은 동화라고 한다. 그림형제는 작가라기 보다는 언어학자이자 문헌학자라고 한다. 그동안 유명한 모든 그림형제 동화작품들이 작가가 지은 동화인줄 알았는데 민담, 전래동화 등을 수집하여 동화전집이라는 이름으로 책을 만들었다는 건 이번에 처음 알은 사실이다. 초판에는 약 86편의 동화가 수록됐다고 하는데 이번에 현대지성에서 나온 <그림 형제 동화전집>은 총 210편의 동화가 수록되어 있다.
이 책은 처음에 <어린이와 가정을 위한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처음에 나왔다고 한다. 이 책은 가장 인간적의 것의 심층, 인간적인 심성이 무엇인지, 민속을 통해 그림형제가 밝혀냈다고 한다. 일단 이 책은 동화작품이 210편이라 페이지수가 1050여 페이지에 이르지만 동화하나당 장수가 그렇게 많은 편이 아니라서 쉽게쉽게 한 작품씩 읽힌다.
하지만, 동화를 읽으면서 제목이 왜 <어린이와 가정을 위한 이야기>였는데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드는 작품들이 너무너무 많았다.
<그림 형제 동화전집>은 어린이를 위한 동화라고 하기에는 각각의 이야기가 가진 인간의 탐욕, 배신, 이기심 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는 동화다. 또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는 동화는 매우 아름답게 각색된 것이었다. 완역본인 이 책에서는 계모는 모두 나쁘다는 편견과 신체의 엽기적인 훼손, 아이들을 학대하는 부모들, 사람을 잡아먹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들이 일상다반사로 나오고 있다. 착한 왕비들은 왜 항상 일찍 죽는지, 아버지들은 왜 이렇게 다들 무기력한지.
특히, 신데렐라의 이야기는 동화책 뿐이라 아니라 영화로도 나와서 착하면 나중에 좋은 일이 생긴다는 아름다운 이야기를 전해주지만 원작의 동화에서는 신데렐라의 두 언니들이 구두에 발을 껴맞추기 위해 엄지발가락을 잘라내고, 다른 한명은 발뒤꿈치를 잘라내 구두를 신는다는 내용이 나온다. 구두를 신기위해 피를 철철 흘리면서도 아픔을 참고 구두를 신는 내용은 아이들이 그냥 읽기에는 너무 잔인한 내용이다. 신데렐라 영화를 너무 좋아했던 나에게 발을 잘라낸다는 내용은 너무 충격적이었다.
백설공주에서는 계모는 실은 사람의 간과 허파를 먹는 식인종이라는 이야기와 이야기의 끝에 벌로써 시뻘건 쇠신발을 신고 죽을때까지 춤을 추는 벌을 받는다. 사람을 죽이려고 한 사람에게 벌을 하는 거라고 하지만 권선징악이라고 하기에는 착한사람들이 너무 잔인한 벌을 내리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헨젤과 그래텔에서 아이들을 갖다버린건 아버지와 계모 둘다 인데 (실은 친아버지도 아이들을 같이 갖다버리는 사람) 나중에 돌아온 아이들이 아버지와 함께 행복하게 잘사는 모습은 아버지의 무기력함을 그대로 보여주는 동화인것 같았다. 계모만 불행하게 죽는 것이 과연 모든이들이 행복해지는 결말일까?
라푼젤에서는 왕자와 라푼젤의 사랑이 마녀로 인해 방해받은 것처럼 나오지만 이 원작에서는 라푼젤은 쌍둥이를 임신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이야기와 많이 다름을 알 수 있었다.
책의 끝부분에 있는 <토끼와 고슴도치>라는 작품은 이야기가 주는 교훈이 무엇인지 이게 교훈이 맞는지 한번 생각해보게 되는 이야기였다.
토끼와 고슴도치가 만났는데 토끼가 고슴도치의 외모를 비웃는 발언을 하자 화가난 고슴도치는 달리기 시합을 제안한다. 토끼는 자신있게 응하지만 토끼는 아무리 뛰어도 고슴도치를 이길 수가 없다. 왜냐하면 시합의 시작점과 끝에는 외모가 똑같은 고슴도치와 고슴도치의 부인이 그대로 서있었기 때문이다. 그 사실을 모르는 토끼는 자기가 달리기 시합에서 졌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가 없어 33번이나 달리기 시합을 더 하다 밭고랑 한가운데서 쓰려져 죽고만다. 내기에서 이긴 고슴도치는 즐겁게 아내와 집에 돌아왔다는 이야기다. 그 이후로는 토끼들은 더이상 고슴도치와 달리기 시합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 동화의 마무리에서 그림형제는 교훈을 써주는데, 남을 우습게 여기면 안된다는 것과 결혼은 자기와 비슷한 부류(외모)와 해야한다는 교훈을 남겨준다.
남을 우습게 여기는 것은 안될 일이지만 그렇다고 토끼를 죽도록 만든것이 맞나 싶은 생각이 들었고 마지막의 교훈이 이게 교훈인가? 싶은 마음이 솔직히 있었다.
이 책에는 우리가 알고 있는 이야기들도 모르는 동화들도 있었는데 익히 알고 있던 동화들은 우리가 아는 내용과 조금씩 달라 읽는 즐거움이 있었다. 하지만 잔혹동화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리는 동화들이 있어서 아이들이 읽기보다는 어른들이 읽기에 더 적합한 동화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어른의 마음으로 동화를 읽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그런 책이었다. 읽으면서 내가 알던 동화, 새로운 동화를 읽는 즐거움을 준 <그림 형제 동화전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