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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ㅣ 그르니에 선집 1
장 그르니에 지음, 김화영 옮김 / 민음사 / 199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오래전부터 나의 위시 리스트였는데,
뒤늦게야 적지 않은 떨림을 안겨 준 책이다.
장 그르니에는 고백한다.
˝그래서 나는 하루에 세 번 무섭다. 해가 저물 때, 내가 잠들려 할 때, 그리고 잠에서 깰 때. 확실하다고 굳게 믿었던 것이 나를 저버리는 세 번..... 허공을 향하여 문이 열리는 저 순간들이 나는 무섭다.˝
이 구절을 읽고, 나는 두려움의 실체가 무엇인지를 생각했다.
우리가 확실하다고 굳게 믿는 것들과
두려움 자체에 대한 두려움들을...
그럴 때일수록 나는 두려움의 대상을 단순하게 받아들이려 다짐한다.
˝과연 어떤 광경들, 가령 나폴리의 해안, 카프리 또는 시디부사이드의 꽃 핀 테라스들은 죽음에의 끊임없는 권유와 같은 것이다. 우리의 마음을 가득 채워주어야 마땅한 것들이 마음속에 무한한 공허를 만들어놓고 있다.˝
아름다운 자연 혹은 대자연의 광활함을 맞이했을 때, 기쁨과 함께 오는 공허의 실체를 나는 맞닥뜨린 적 있다.
그순간 어떤 형체나 그림자가 내 신체 일부에 붙박였던 순간들도....
그 누구에게 전달하기 힘든 그 무엇의 텍스트가 되어 돌아왔다.
장 그르니에의 산문은 우리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한다.
내적 깊숙한 감정에 관하여, 내려놓지 못하는 스스로의 짐에 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