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여주는 연애 상담소
김호애 지음 / 토닥스토리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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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죽음 이후에도 끝나지 않는 마음, 『죽여주는 연애 상담소』

사랑은 도대체 무엇이기에 죽음마저 넘어 사람의 마음을 붙잡아 두는 걸까. 김호애 작가의 『죽여주는 연애 상담소』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인연을 알아보는 능력을 지닌 신보영이 귀신들의 연애 상담을 맡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오컬트 로맨스 소설이다. 남편의 새로운 사랑을 막고 싶은 귀신부터 죽어서라도 연애하고 싶은 귀신까지, 저마다 다른 사연을 가진 이들의 등장은 기묘하면서도 엉뚱한 웃음을 자아낸다. 하지만 그들의 이야기를 하나씩 들여다볼수록 웃음 뒤에 감춰진 외로움과 그리움이 선명해진다.

이 책의 매력은 귀신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통해 오히려 지극히 인간적인 감정을 이야기한다는 데 있다. 죽은 뒤에도 누군가를 향한 마음을 놓지 못하는 이들을 보고 있으면 사랑이란 감정이 얼마나 질기고 간절한 것인지 실감하게 된다. 특히 귀신들의 부탁을 들어주느라 고군분투하는 보영의 모습은 유쾌하지만, 그들의 사연을 마주할 때마다 이야기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마음을 파고든다. 처음에는 기상천외한 설정에 웃다가도 어느새 그들의 사랑이 끝내 이루어지기를 바라게 된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이 작품이 사랑의 성공 여부보다 사랑하는 순간의 진심에 주목한다는 점이다. 우리는 흔히 오래 지속된 사랑이나 운명처럼 맺어진 관계를 완벽한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반대로 이별로 끝난 사랑은 실패한 사랑이라고 여기기도 한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기준에 조용히 질문을 던진다. 비록 영원히 함께하지 못했더라도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했고, 그 사랑으로 인해 이전과는 다른 사람이 되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 아닐까.

귀신들의 사연을 해결해 가는 동안 보영 역시 자신의 사랑을 돌아본다. 운명적인 상대를 기다리면서도 정작 자신의 감정에는 솔직하지 못했던 과거를 되짚고, 다른 이들의 사랑을 통해 지금 자신에게 주어진 삶과 시간을 바라보게 된다. 이 과정은 사랑에 관한 이야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언젠가 끝날 것을 알면서도 사랑하고, 언젠가 사라질 것을 알면서도 소중히 여기는 것. 어쩌면 삶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은 영원함이 아니라 유한함을 알면서도 기꺼이 마음을 내어주는 용기일 것이다.

『죽여주는 연애 상담소』는 죽음이라는 무거운 소재를 유머와 로맨스로 풀어내면서도 그 안에 묵직한 여운을 남긴다. 누군가에게는 미련으로, 누군가에게는 후회로 남은 사랑을 쉽게 실패라고 단정하지 않는다. 모든 사랑이 해피엔딩에 도달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그 사랑의 의미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책을 덮고 나면 문득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을 떠올리게 된다. 마음을 표현하기에 늦은 때는 없는지, 괜한 두려움 때문에 망설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어차피 녹을 눈이기에 아름답지 않은 것이 아니듯, 언젠가 끝날 사랑이라고 해서 시작할 가치가 없는 것도 아니다.

사랑이 무엇인지 아직도 명확한 답을 내릴 수는 없다. 다만 한 가지는 알 것 같다. 완벽한 결말을 보장받아서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결말을 알 수 없어도 마음이 향하는 곳으로 나아가는 것이 사랑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죽여주는 연애 상담소』는 사랑을 망설이는 사람에게는 용기를, 지나간 사랑을 후회하는 사람에게는 위로를 건네는 작품이다. 그리고 우리에게 묻는다. 언젠가 끝날 삶이라면, 지금 우리는 얼마나 아낌없이 사랑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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