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제가 ‘Measure for measure’인 이 작품은 지금까지 ‘이척보척(以尺報尺)’이란 생소한 말로 옮기곤 했다. 이는 성경을 모르던 일본인들이 축자적으로 옮긴 것을 아무 생각 없이 답습한 결과이다. 하지만 ‘Measure for measure’는 글자 그대로 ‘자에는 자’, 혹은 ‘말은 말로 되는 되로’라는 뜻이 아니다. 세상에 이런 말은 존재하지 않는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 말은 ‘눈에는 눈으로, 이에는 이로’라는 마태복음 5장 38절에 나오는 격언을 가리킨다. 따라서 ‘눈은 눈으로, 이는 이로’ 정도로 옮겨야 마땅하다.
한마디 더 덧붙이면 역자 신정옥 교수는 전반적으로 셰익스피어 번역에서 기존의 한국어 번역본을 거의 그대로 따라 간 흔적이 역력하다. 새로운 관점과 참신한 표현을 시도하려는 모험 정신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다못해 오늘날 셰익스피어 번역의 대세인 운문 번역이라도 시도해 보았다면 나름대로 그 가치를 인정해 줄 텐데……. 특징이 없는 번역이 특징이 되어 버린 형국이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셰익스피어에 관한한 완벽한 번역이란 있을 수 없다고 한다. 그렇지만 이미 학계에서 널리 인정되거나 권위 있는 학설을 수용하여 번역하려는 성의라도 보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