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가는 먼 길
캐런 매퀘스천 지음, 이순영 옮김 / 문예출판사 / 2012년 12월
평점 :
절판


2013년의 시작은 이 책이 되었다. 표지의 느낌이 좋았다. 그리고 힐링소설이라니, 힐링이 필요했던터라 주저없이 읽기 시작했다. 중간에 조금 답답하게 느껴질때도 있었지만, 내가 그런 그리움을 경험해본 적이 없기에 이해를 하지 못했으리라, 생각이 들었다. 외국소설을 읽을 때마다 내 취약부분인 등장인물들의 이름을 적으며, 관계를 파악하며 천천히 읽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도 그들과 함께 자동차 여행을 떠나는 느낌이었다.

 

여행을 갈때 중요한건, 어디로 가느냐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누구와 가느냐도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같은 여행지를 가도 누구와 가느냐에 따라 그곳이 다르게 기억되기도 하니까. 이 책에선 상실감에 빠진 네 여성이 함께 여행을 한다. 이들은 슬픔치유모임에서 만났고, 라번의 경우는 우연치 않게 함께가게 되었다. 공통점이 있다면, 각자가 상처를 안고 있다는 것, 위스콘신에 산다는 정도 외엔 공통분모는 없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라번과 재지는 엄마와 딸 뻘이었고, 그들은 초면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 서로에 대해 알지도 못했다.

 

잠시 일상 탈피를 위해 떠났고, 서로 잘 모르던 사이이다 보니, 오해가 생기기도 하고, 같이 하다보니 정이 쌓이기도 하다. 서로 이해하고, 아픔을 나누고, 도와주기도 한다. 심령술사, 죽은이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재지 덕분에 조금은 판타지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중간에 포기할 수도 있었던 이 여행을, 잘 마칠 수 있게 해준것도 재지였다. 난관에 부딪혔을 때, 잘 될거예요- 무슨 이유가 있기 때문일거예요 - 라고 하면서 그들은 계속해서 여행을 할 수 있었고, 무슨 말을 들을 땐 일방적으로 들으면 그 속에서 오해가 생길 수 있다는 생각 또한 들었다.

 

마니는 트로이와 비슷하다는 생각에 도와줬지만, 그 사람은 현행범이었고, 충격을 받기도 하지만 좋은 사람들이 훨씬 많았다. 이유 없이 도와주는 이들, 이런 이들이 있기에 우리는 살만한 것이다. 리타는 자신의 외동딸인 멀린다를 죽인 데이비스를 우연히 보게 되고, 피폐한 삶을 살 줄 알았던 기대와 달리 너무도 뻔뻔히 잘 지내고 있었다. 결국, 죄값을 치르게 되긴 하지만. 은둔형 외톨이처럼 보냈던 라번은 처음으로 위스콘신을 벗어나면서, 스스로 가지고 있던 울타리도 걷어냈다. 삶의 활력을 되찾게 된 것이다. 어쩌면 지금까지 의료적 치료보다 그 계기가 필요했을지도 모른다. 재지는 여기서 가장 현명한 인물이었고, 사랑도 얻었다. 카슨이라는 남자를. 마니는 트로이를 만나고 그도 자신과 이 지역을 그리워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비행기에서의 안좋은 추억으로 타지 않았던 비행기도 타게 된다.

 

길들은 지루했지만, 그들은 일주일여 동안 참 많은 것이 변해있었다. 어쩌면 그것이 여행이 매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것을 보고, 겪으면서, 나를 돌아보기도 하고 새로운 나의 모습을 발견하기도 하니까 말이다. 집으로가는 길은 참 멀어보였지만 그것보단 얻은 것이 더 많은 여행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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