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의 보트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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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쿠니 가오리 작가의 책을 읽을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작가님 만의 색을 가지고 있다. 처음엔 그 색에 적응하지 못했지만, 몇권의 책을 읽어가면서, 나도 점점 그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느낌을 받는다. 지금까지 내가 쓴 소설 중에서 가장 위험한 작품, 이 문구가 내 눈에 가장 먼저 띄었다. 어떤 사랑이야기를 적었을까?

 

엄마인 요코는 낭만주의자, 딸인 소우코는 현실주의자. 16년간 모녀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성장해가는 소우코, 사랑하는 이를 기다리며 멈춰버린 요코. 상대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았다. 사랑하는 이 사이에서 태어난 소우코와 함께하며, 그와 떨어져 있어도 위로를 받는 것 같았지만, 딸 소우코가 고등학교를 떨어진 곳을 가게 됨으로써 느끼는 그 혼란, 그와 딸이 등뼈가 닮았다며, 좋아하던 요코는 혼자가 되버리고 말았다. 그가 마지막으로 한 '돌아올게'란 한마디에 주기적으로 이사하며 그리워하던 요코, 영원히 함께할 것 같았던 나의 보물 소우코도 독립하면서, 몸은 일상으로 돌아왔을지 모르지만, 영혼은 16전 그 때, 그대로였다.

 

그 사람이 없는 세계에 살고 있는게 아니야.

걸으면서 나는 생각한다.

그 사람을 만난 후의 세계야. 그러니까 괜찮아. 다 괜찮아.

마치 기원 후와 기원 전 같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걸 보면 역시 그 사람은 나의 하느님인 것이다. (p.194-195)

 

 

요코가 하느님이라 칭하는 그 사람과 어떤 사랑을 나눴는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하지만 읽으면서 지난번 꽤 불편하게 읽어내려갔던 <노벰버레인>의 희준이 생각나기도 했다. 그저 한사람만을 바라보며 살아가는 삶이 닮아보였달까? 요코의 사랑은 뼈마디까지 녹아버릴듯한 사랑이었다. 어쩌면 떠돌이 나그네 인생을 택한것도 의지할 수 있는 것보다 의지 할 수 없는 것들이 많기에 그런것이 아닐까, 그 사람 때문에 부모님과 내가 아는 지인들과 연락을 끊었다는 것은 얼마나 그 사람을 사랑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것 같았다.

 

 

요코와 소우코의 이야기를 번갈아 들려주며, 지난간 모든 일은 '상자 속'에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딸 소우코와 아직 그 상자 속에 머물러사는 엄마 요코의 이야기였다. 하느님의 보트를 타고 16년간 여행을 한 이야기, 어디든 흐르고 흘러, 그곳에서 잠깐의 생활을 하고, 또 다시 어디론가 흐르고 흐르는, 그것은 어쩌면 우리의 인생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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