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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잘못 산 게 아니었어 - “이게 사는 건가” 싶을 때 힘이 되는 생각들
엄기호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1년 12월
평점 :
품절
『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 그리고 그 후에 나온 『우리가 잘못 산 게 아니었어』, 이 두 권 다 단순히 그 제목에 혹해서, 읽게 되었다. 그리고 남들 다 열심히 미래를 위해 준비하고 있는데, 나 혼자 현재의 즐거움을 좀 더 즐기고 싶어, 내게 온 현실을 외면하고 싶어서 자꾸 다른 것이 눈에 들어오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의 특징이라면, 대학생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나왔다. 우리는 이슈가 되었던 사건도 어느 순간 잊어먹게 된다. 내가 겪은 일이 아니니까, 그것보다 더 복잡하고 힘든 일이 내게 더 많이 있으니까. 그것에 더 많은 신경을 쓸 여유는 없다. 지난번 책에선 고대사건, 이 책에선 카이스트 자살. 우리는 이 소식들을 어디서 보았나? 뉴스나 신문기사를 통해 보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토대로 그 생각만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같은 대학생이라는 신분, 비슷한 사건들이 일어나지만 그 사건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각은 다르다. 우리는 느끼지 못할 수 있지만 죽는 순간까지 차별이 발생하는 것이다. 다만 좀 더 좋은 대학에 다니고 우수하다는 이유로 말이다. 얼마전 인터넷 뉴스 기사를 통해 본 증권사, 신입공채 재산 보고 뽑았다? 는 기사가 떠올라 더 씁쓸하게 만들었다. 어느 순간부터 같은 일이지만 가진자와 가지지 못한자는 차별을 받는 것이고, 그렇기에 모두 가진자가 되기 위해 지금도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삶에서 경험은 죽었다. 순간 왜?라는 생각이 자연스레 들었다. 친구와 떠난 여행, 무엇인가 체험, 새로운 것을 해보는 어떤 것들을 모두 경험이라 생각하는 나로선 의문이 들 수 밖에 없었다. 저자는 능동적이지 않고 수동적으로 결정하고 행동하기에 이는 진정한 경험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었다. 무엇을 위해 하고 있는 것인가? 그냥 취업을 위해, 무엇인가를 위해 어쩔 수 없이 하고 있는 건 아닌가? 의미없는 움직임, 활동은 그저 보여주기 식으로 밖에 보여지지 않는다. 그것은 진정한 경험이 아니라 그저 수단일 뿐이다.
'법은 권력의 편입니다.' 제주 강정마을, 정부는 온갖 법들을 다 어기며 그곳에 꾸역꾸역 해군기지를 지으면서, 마을 시민들이 항의하고 반대하는건 다 법에 맡긴다고 한다. 파업할 자유도 힘없는 약자에게는 없는건가? 임기 초 MB정부는 법이 바로서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로마시대 '황제는 법에 의해 지배되지 않는다'도 아니고 민주주의 사회에서 이게 뭐지? 결국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과 다른게 뭐가 있단 말인가? 결국 사람들 사이의 믿음은 사라지고 사회에 대한 불신만 커지는 꼴이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법이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 설 수 있고 국민도 바로설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혼자의 외로움, 함께의 괴로움. 참 아이러니한 글이었다. 혼자하면 외롭고, 함께하면 불편하고, 가깝다가 멀어지고, 멀었는데 가까워지는 그 아이러니한 인간세계. 미지의 세계라는 생각이 든다. 요즘 혼자 영화보는 것을 즐겼는데 친구가 옆에서 왜 혼자보냐고, 외롭지 않냐는 말과 겹쳐서 더 와닿았다. 혼자보면, 내 편한 시간에 내가 보고 싶은 것을 선택해서 볼 수 있다는 것은 좋으나 보고 나서 함께 이야기 할 사람은 없는 아이러니함을 쿡, 찔러준 글이었다.
우리에게 소통의 부재에 대한 외로운 사람들의 처절한 이야기를 『우리가 잘못 산 게 아니었어』라는 제목을 통해 보여주고 있었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동료와 아지트였다. 혼자하면 어렵고 힘든 일이 함께 하면 그 자체로 힘이 되고, 공유할 수 있어 안정된다. 많은 수와 함께 하는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뜻이 맞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