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도끼다
박웅현 지음 / 북하우스 / 2011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그런 책이 있다. 좋다는 이야기도 많이 듣고, 읽고도 싶은데 막상 선뜻 읽지 못하는 책들, 그 책을 읽는다는 것이 아까워서 일까? 나는 별로인거 아니야? 하는 불안감 때문일까. 이 책도 그랬는지 모른다. 선물을 받아 가장 잘 보이는 곳에 꽂아두었지만, 매번 다른 책들에 치여, 읽을까 고민하다가 그 곳에 모셔두었다. 그러다 읽고 싶어졌다. 왜 '책은 도끼다'라고 하는지 궁금했다. 난 책은 여행이라고 생각하는데, 도끼는 뭔가 강해보인다.

 

요즘, 참 이런 책이 많이 나오는것 같다. 어딘가에서 했던 강의를 책으로 엮는 것, 이 책 또한 그러했다. 3주에 한번 씩 진행했던 강의 내용을 엮어 8강으로 나누어 이야기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책 속에 나온 책들을 읽지 않아도 이해가 되었는데, 점점 뒷 강으로 갈수록 이거 책을 읽고 있어야겠다 싶었다. 더 깊이 읽기가 가능할 것 같았다. 이 책에서 주장하고 있는 것처럼.

 

책, 대학 와서부터 읽기 시작했으니, 이제 4년째다. 처음엔 그냥 읽는게 좋았다. 심심한 시간을 채워주었고, 힘들땐 힘이 되어주기도 했다. 그런데 책을 읽다보니, 책이 우선인지, 내가 우선인지 헷갈릴 때가 생기고, 요즘에 와서는 뭔가 갈증이 느껴졌다. 편독으로 인한 갈증이 생긴걸까?

 

저는 책읽기에 있어 '다독 콤플렉스'를 버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독 콤플렉스를 가지면 쉽게 빨리 읽히는 얇은 책들만 읽게 되니까요. 올해 몇 권 읽었느냐, 자랑하는 책 읽기에서 벗어났으면 합니다. 일 년에 다섯 권을 읽어도 거기 줄 친 부분이 몇 페이지냐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줄 친 부분이라는 것은 말씀드렸던, 제게 '울림'을 준 문장입니다. 그 울림이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한 것이지 숫자는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아마 다독 콤플렉스에 걸릴 뻔 한건지도 모르겠다. 책은 분명 많이 읽는데, 지난 1년간 읽은 책들을 생각해보면, 막상 기억나는건 몇 권 되지 않는다. 괜찮았던 책들을 다시 읽어보려고 하지만, 신간들에, 읽어보지 않은 책들에 치여 일년에 한두권 다시 읽는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책을 잘못 읽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꼭꼭 씹으면서 책 읽기, 그래서 사람들이 고전, 고전 하나보다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이런 책을 읽다보면, 책 뿐만 아니라 음악, 그림도 어떻게 생각나지? 라는 생각이 든다. 뭔가 다양한 사고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나는 그냥 이 책의 내용은 이러했고, 나는 이런것을 느꼈어, 정도인데 말이다. 책을 친구들에 비해 많이 읽다고 생각했지만, 그 의미면에서 보면 그렇지도 않은 것 같아 부끄럽기도 했다. 책을 느리게, 음미하며 읽는 것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다.

 

이 책에서 요즘 내가 좋아하는 시, 도종환 시인의 <담쟁이>가 나왔다. 도종환 시인 시집을 통해 처음에 보고 너무 좋아 마음 속에 담아두고 있던 것인데, 다음번에 그 시집을 읽으면 또 다른 시도 보이려나? 나도 여러번 읽기를 통해, 전에 발견하지 못했던 숨은 이야기들을 찾고 싶다. 책 한 권을 온전히 나의 것으로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