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엄마 _ 엄마라는 이름.

바보엄마 1 - 영주 이야기, 개정증보판
최문정 지음 / 다차원북스 / 2011년 12월

엄마 = 바보

재작년 노란 표지의 <바보엄마>를 읽으면서 그 새벽녁에 잠도 못자고 눈 퉁퉁 부어가며 눈물을 뚝뚝 떨치던 기억이 난다. 책 내용 자체가 '네 자식을 낳아보면 알게될거다.' 딱 이 말을 잘 전달해주는 3대모녀의 이야기이기, 엄마를 소재로 한 많은 소설과 에세이가 나왔지만 내 마음 속의 최고는 이 책이었다. 그리고 이번에 이 책이 드라마를 하면서 개정증보판이 나왔다고 해서, 어떤 내용이 추가되었을지, 그 당시의 나와 지금의 나는 이 책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지 궁금해져서 읽게 되었다. 이미 다 아는 내용인데, 기억하고 있는데, 또 울지는 않겠지?하는 마음을 가지고.

엄마가 날 사랑한 만큼 난 엄마를 미워했다.

그동안 착한 언니라고 믿고 있었는데, 그 언니가 내 엄마라는 사실을 알고 부터 이유도 없이 미워진다. 못되게군다. 그리고 평범한 가족을 꿈꿨다. 평범한 가족을 갖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지만 결국 가장 힘들고 아플 때 생각나는 이름은, 엄마. 내가 엄마를 세상에 묶어두는 닻이었다. 엄마가 삶을 살 수 있었던 이유, 정신을 차리고 보니 살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생각나는 건 엄마, 그리고 딸 닻별이. 나는 아이에게 좋은 엄마가 되어주자고 하지만, 아이도 내 어린시절처럼 소통을 거부하고 자꾸 자살시도를 하고 속만 썩인다. 그러면서 엄마의 마음을 알아가게 된다.

"사랑을 해 본 사람이면 사랑에 이유가 없다는 걸 잘 알거든요. 그 사람이 똑똑해서도, 그 사람이 예뻐서도, 착해서도 아니에요. 그저 그 사람이기 때문에 사랑하는 거지. 이유 같은 건 없어요. 이유가 있는 사랑이라면 그 이유가 사라지면 사랑도 없어질 테니까. 그런데 애초에 이유가 없다면 사랑도 사라질 수 없겠죠." (p.176)

이 사랑이 자식에게 주는 엄마의 무한한 사랑이 아닐까? 민원장님이 바보같은 엄마에게 보내는 사랑도 이랬다. 얼마 후면 죽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은 딸바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묵묵히 기다려주며 즐거움을 주려고 노력하는 사람, 끝까지 엄마를 생각해주는 사람, 이유없는 무조건적인 사랑. 이것이 진정한 사랑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엄마는 마지막 가는 길이 외롭지 않았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엄마에게 나쁘게 굴었고, 바람둥이 남편을 만났지만, 친구하나는 정말 제대로 만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연 친구가 곧 죽는다고 해서 자기 자식, 부모 다 버려두고 와서 친구와 함께 보낼 친구가 몇명이나 될까? 이런 친구가 한명이라도 있다면, 내가 헛살지는 않았구나, 왠지 마음이 편안해질 것 같다. 나도 내 친구들에게 나와 이름도 같은 현주 같은 친구가 되고 싶다. 함께 울어줄 수 있고, 용기 줄 수 있고 고민에 귀기울여 줄 수 있는 친구.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번에도 나도 모르게 어느 순간 눈물이 나왔다. 갑자기 걸린 감기에 안그래도 상태가 안좋았는데 정말 머리가 딩해질 정도로 울었던 것 같다. 그러면서 저번처럼 밤에 나 혼자 숨죽이며 볼 걸 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이 책을 읽기엔 날씨가 너무 화창하고 좋았다. 왠지 이 책은 밤하늘에 별이 빛날 때 읽어주어야 될 것 같다. 그리고 이번에 개정하면서 출간되는 닻별이의 이야기도 궁금해진다. 또 어떤 엄마이야기를, 내 이야기를 들려 줄까?

[네이버 북카페 서평이벤트를 통해 읽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하였음을 알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