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바다 - 제12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
정한아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2009년 여름, 한참 소설의 재미를 알아가던 중 이 책을 도서관에서 만나게 되었다. 얇은 두께, 그리고 표지가 맘에 들어 읽었던 책이었는데, 분명 그 여름 많은 책을 읽었지만 기억에 남는 책은 이 한권이었다. 뭔가 독특했고, 나름의 반전을 가지고 있었고, 신선했다. 그래서 나중에 한번 더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2012년 봄, 이 책을 다시 읽어보게 되었다. 그때와 어떻게 다를까?

 

꿈꿔왔던 것에 가까이 가본 적 있어요? 그건 사실 끔찍하리만치 실망스러운 일이예요. 희미하게 반짝거렸던 것들이 주름과 악취를 번들거리면서 또렷하게 다가온다면 누군들 절망하지 않겠어요. 세상은 언제나 내가 그린 그림보다 멋이 떨어지죠. 현실이 기대하는것과 다르다는 것을 일찍 인정하지 않으면 사는 것은 상처의 연속일거예요. 나중엔 꿈꿨던 일조차 어색해지고 말걸요. (p.7)

 

이 책의 이야기는 고모가 엄마에게 들려주는 거짓된 편지와 내가 중심이 되는 현실적인 이야기가 돌아가며 나온다. 고모의 거짓된 편지를 보며 지금 비록 그 꿈의 일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엄마에게 잘 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 엄마의 꿈을 대신 이뤄드려요 같은 느낌이 읽는 동안 들었다.

"즐거움을 위해서. 만약에 우리가 원치 않는 인생을 살아갈 수밖에 없는 거라면, 그런 작은 위안도 누리지 못할 이유는 없잖니." (p.127)

 

장래가 촉망되던 연구원, 지질학 석사학위가 있는 고모는 사라지고 한 관광지의 기념품판매점에서 샌드위치를 만들고 있다. 그래도 이것이 좋다고 하는 고모, 비록 꿈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그 꿈 속 비슷한 공간에서 살아가고 있는 모습이, 지치고 힘들법도 한데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는 모습이 멋져보였다.

 

이 책의 주인공인 은미는 매번 기자시험을 치르지만 마지막 관문인 작문에서 항상 고배를 마신다. 그래도 기자시험에 준비했기에 또 다시 도전하고 도전한다. 내게는 이 길 외에 다른 길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다른 길은 생각해본적도 찾아본 적도 없다는 것처럼. 하지만 고모를 만나러 미국에 다녀오면서 다시 내 미래에 대해 생각해보고, 매번 치르던 기자시험을 포기하고 이조갈비집이라는 현실 속으로 들어간다. 막연히 품고 있던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현실을 보게 된 것이다.

 

은미 20년지기 친구 민은 남자인데 여자가 되는 수술을 받으려고 한다. 그래서 은미가 미국에 가자고 했을 때, 성에 자유분방한 미국에서 나의 자아정체성을 찾아보기로 한다. 이를 통해 민이도 현실에 순응하는 건가 했는데? 그냥 은미랑 연인으로 발전되길 바라는 마음도 가지고 있었는데 한국에 돌아와 부모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집을 나와 수술을 감행한다. 유일하게 자신의 꿈을 성공으로 바꾼 인물이 아닌가 싶다.

 

독서토론모임을 통해 읽어 그런지 조금 더 인물들에 대해 파헤쳐볼 수 있는 시간이 되기도 했고, 좀 더 깊숙히 책의 내용을 바라 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이미 한 번 읽어서 그런지, 세상을 너무 많이 알아버려 그런지, 지난번 보다 그 울림은 적었지만 괜찮았던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