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도종환 지음, 송필용 그림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지난 달, 공연을 기다리면서 오랜만에 영풍문고에 갔는데 갑자기 시집 코너가 가보고 싶어 그곳에 기웃거리다 눈에 띈 이 책, 도종환 시인, 에세이 코너에서 책을 본 적은 있는데 아, 이 시 하고 떠오르는 제목이 없다. 그래도 불그스레한 표지와 제목이 마음에 들어 데려왔다. 그 동안 읽은 다른 시집들과 다르게 안에 그림도 진한 느낌으로 함께 있어 더 멋져 보였다.

가끔 시 한편이 두꺼운 책 한권보다 내 마음을 위로해주기에 제목부터 예사롭지 않은 이 책을 펼쳐보았다. 오랜만에 시를 음미해보자는 마음으로. 그런데 하루사이에 다 읽어버렸다. 나와 음미는 거리가 있나보다. 마음에 와닿은 시는 포스트잇으로 붙여놓고 한 번, 두 번 다시 읽어본다. 이 책은 시인의 말에 의하면, 그동안 펴낸 아홉 권의 시집 중에서 아끼고 좋아하는 시 예닐곱 편씩을 골라 이번 시선집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총 5부로 나누어져있다. 한부 그 제목들도 참 멋지다. 1부 가장 황홀한 빛깔로 우리도 물이 드는 날, 2부 오늘 또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3부 꽃이 피고 저 홀로 지는 일, 4부 적막하게 불러보는 그대, 5부 함께 먼길 가자던 사람. 그에 어울리는 시들, 도종환시인님이 처했던 상황을 느낄 수 있던 시도 있어 그 상황을 간접적으로 느껴 볼 수 있었다.

그 중 공감이 가던 내용들은 내게 희망을 주는 내용들의 시, 시들을 읽으며 내가 대학와서 이렇게 책을 읽지 않았다면 어디에서 위로를 받을 수 있었을까, 힘든 시기들을 잘 견딜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새삼 글의 힘을 느꼈다. 얇은 시집 한권이었지만 어딘가 위로 받고 희망적인 내용들에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

흔들리며 피는 꽃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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