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가슴에 해마가 산다 보름달문고 23
김려령 지음, 노석미 그림 / 문학동네 / 2007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즘 관심이 있는 작가가 있다면 김려령 작가님, 얼마전 '그 사람을 본 적이 있나요?'를 읽으면서 분명 어린이 동화인데, 어린이 동화 같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다른 작품도 궁금해졌고, 문학동네 어린이 문학상 대상수상작이라는 '내 가슴에 해마가 산다'는 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제목부터 뭔가 아픔이 느껴진다.

내 가슴에는 해마가 산다. 가끔 나를 속상하게 해서 미울 때도 있지만, 아픈 상처가 보이면 같이 아프고, 떨어져 있으면 빈자리가 허전해 벌써 그리운 내 해마다. 욕쟁이 할머니 해마, 나한테 은근히 잘 속는 아빠 해마, 아무리 생각해도 연예인이 더 잘 어울릴 것 같은 엄마 해마, 그리고 울퉁불퉁 주름투성이 내 해마. (p.157-158)

해마, 어떻게 생긴지는 알고 있지만 친숙하지는 않다. 해마는 내가 품고 있는 남들이 모르는 언제나 나와 함께하는 상처를 의미하는 것 같다. 입양으로 남들과 다른 시선 속에 살아가는 하늘, 제일 싫어하는 말은 가슴으로 낳은 아이라는 말. 아빠는 치과의사, 그나마 내 마음을 가장 위해주는 사람, 엄마는 정신과의사인데 언제나 남들의 시선을 중시한다. 할머니는 욕쟁이, 처음에는 마냥 하늘이에게만 못살게 구는게 미워보였는데, 어쩌면 하늘이와 할머니는 동병상련 같은 존재였다. 엄마는 언제나 온갖 일에 참견하고 하기 싫은 것은 해야하고 하고 싶은 것은 못할때가 많아 엄마와 있으면 몸은 편한데 마음은 불편하다.

그리고 입양가족 모임에서 만난 한강, 나이는 하늘이 보다 한살 어리지만 언니 같은 말들만 한다. 한강이를 통해 가족의 의미를 다시 되새겨본다. 더 이상 나는 주어온 자식이 아니다는 것을. 어엿한 부모님의 자식이라는 것을 말이다.

유독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내가 느꼈던 그 풍경이 생각났다. 지난 학기, 학교 멘토링과 독서 멘토링을 하면서 분명 같은 초등학생인데 너무 다르던 분위기, 부모님이 있는 아이들과 부모와 헤어지는 아이들의 표정부터 달랐고 말투, 행동 모든 것이 달랐다. 그래서 유독 고아원에 갈때마다 마음이 아팠다. 어렷을 적 충격과도 같은 상처들을 잊을 수 없는 듯, 불안해 보이고 욕도 많이하고 좋아하지만 일부러 싫은 척 하는 모습들이 내 눈에 밟혔다. 이래서 부모님의 손길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기도 했다.

또 하나 느낀 건 아무리 편견 없는 사회, 편견없는 사회 외치지만 우리 사회의 편견은 아직 남아있다. 무조건 그런 아이들을 불쌍한 눈으로 보는 것, 상처 받을 것이라 어려워 하는 것, 나와 다른 사람으로 보는 것. 결국 그 눈길과 시선이 그 아이가 스스로 나는 불쌍한 아이라고 인식하게 교육시키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멀리 떨어져서 봐야 멋있다는 걸 알 때가 있어. 사는 것도 그래. 당장은 화나고 속상하겠지만, 시간이 흐른 뒤에 떠올려 보면 그것마저도 소중한 날이었다는 걸 알게 될 거야. 그러면서 어른이 되는 거란다." (p.67)

이 말은 왠지 나에게 해주는 말 같기도 했다. 요즘 그 어느때보다 고민도 많고 힘이 들때가 많다. 몸과 마음이 따로 놀고 불안감에 속상하기도 하다. 어린 시절엔 내 위주 사고이다 보니 나보다 힘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속상하다 이런 생각을 할때가 있었다. 막상 지나고 보면 그것이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되지만 - 지금 이 순간도 그럴지도 모른다. 남들 다 하는거 나도 겪으면서 너무 힘든 시기, 이러면서 차츰 어른이 되어가는 것이겠지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는 시간이 되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