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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열정을 말하다 ㅣ 인터뷰로 만난 SCENE 인류 1
지승호 지음 / 수다 / 2006년 7월
평점 :
품절
영화에 대한 오래된 열정을 일깨워준 고마운 책입니다.
좋은 인터뷰어인 지승호씨의 노력 덕에 우리 나라 영화와 영화 감독, 영화인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화~악 생기게 됐습니다.
김지운 감독이 쓴 책을 먼저 읽은 뒤 그와의 인터뷰를 읽으니 더욱 더 그의 인간적 매력이 느껴져서 평소라면 그저 백수 또는 사회 부적응자 정도로 생각할 수 있는 이들(?)에 대한 잠재적 가능성에 대해 많이 생각해 보게 됐습니다. 만약 그에게 사교육을 닥달하는 엄마와 13년 동안 백수인 아들을 벌레보듯 하는 아버지가 있었다면 오늘날 그의 영화들이 존재할 수 있었을까?
류승완 감독은 그의 인생 자체가 본인이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더, 어쩌면 영화 보다 더 깊은 울림을 주는 것 같습니다. 어는 부분인지 기억이 잘 나진 않지만 그의 인터뷰를 읽다가 오랜만에 활자 보다가 코 끝이 찡해 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이제 전 그를 애정어린 눈으로 지켜보는 팬이 되어 버렸습니다. 이런 분들이 잘 되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 겠지요.
변영주 선배님! 사실 학창시절에도 그녀의 큰 키 만큼 그녀는 눈에 띄는 학생이였습니다. 에피소드하나, 어느 날 시위 도중 전경에 쫓겨 학생회관으로 도망치는 학생들을 보고 같이 도망치기는 커녕 오히려 학생들을 보호하려고 오히려 반대방향(전경들의 향해)으로 가던 그녀 였습니다. (그때 그녀의 용기에 많이 놀랬습니다) 그녀가 말하던 '청년정신'을 무척 인상깊게 받아 들였습니다. 가방 하나 들고 언제든지 가진 것을 훌훌 놓고 군더더기 없는 인생을 선명하게 살려는 모습이 멋져서 그녀의 말들이 비록 좀 과격하게 들려도 이런 사람들이 많다면 세상이 참 진국이 됐을 텐데 라고 생각했습니다.
다들 모두 자신과 영화, 인생에 대해 정직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참 양심적이고 양식적으로 보여서 이런 자랑스런 집단이 자생해서 오늘날 한국의 영화 르네상스를 일궈냈다는 것이 참으로 고맙고 자랑스러웠습니다.
자성과 타인에 대한 배려가 있는 건강한 집단이 얼마나 훌륭한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지 영화인 문화를 보면 느끼는게 많습니다. 요즘 다소 부패하고 때가 묻어도 세상이 그래야 돌아가고 그런 게 세상을 잘 살아내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세태가 무척 대비된다는 생각이 드네요.
지승호의 성실한 인터뷰 때문에 영화에 대한 잠들어 있던 애정이 지금 기지개를 켰습니다. 좋은 책입니다. 강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