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함이 너의 모든 것을 바꾼다
리오 바바우타 지음, 허형은 옮김 / 경원북스 / 2017년 6월
평점 :
절판


물건이 흔해지고, 사방에서 소비를 권할 때 다른 한 편에서는 물건을 줄이는 미니멀 라이프를 권한다. 개인적으로 '미니멀은 무리지만 심플 라이프 정도는 실천해보자'라는 생각으로 늘 마음을 쓰지만 소비에 대한 압력에 대체로 굴복해버리고 만다. 미니멀 라이프에 대한 책도 여러권 읽어보았지만 알고 있다는 사실과 실천한다는 것 사이에는 역시나 거리감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순함'이라는 마법의 단어에 끌려 또다시 집어든 책이 <단순함이 너의 모든 것을 바꾼다>이다. 물건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일'을 줄이고, 그러면서 더 큰 성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일단 실천의 문제는 살짝 미뤄두고 어떤 내용인지 궁금해진다.

단순한 것이 최고라고 믿는다는 작가는 단순화를 두단계로 요약한다. (그래서인지 작가의 문장들도 정말 단순해서 시종 이미 정리된 다이제스트판을 읽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1. 핵심을 파악한다
2. 나머지는 제거한다

그리고 이러한 방법으로 자신이 여섯 아이들을 키우면서 해낸 성과들 19가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이 중에는 채식주의자가 된 일, 20kg의 체중을 감량한 일, 소설 한 권의 초안을 끝낸 일, 이 책을 출간한 일 등이 포함된다. 한번에 한가지 목표만 세우고 거기에 에너지를 집중시키는 것으로 모든 일이 가능했다고 한다.

책은 크게 1부와 2부로 나뉘어져 있다. 1부에서는 실천을 위한 여섯가지 법칙을 이야기하고, 2부에서는 구체적인 실천방법 같은 것들, 예를 들면 시간관리나 이메일 관리법, 동기부여방법 등을 쓰고있다.

1부에서 말하는 법칙은 적게하는 것이 왜 좋은가? 제한하기의 기술, 핵심 가려내기와 단순화하기, 하나에 집중하기, 새로운 습관 붙이기와 목표 낮게 잡기, 작은 것부터 시작하라. 이렇게 여섯가지이다.

제한된 글자 수에 최대한을 담아내는 하이쿠 시인처럼 최대의 효과를 낼 수 있는 일, 장기 목표와 직결되어 있는 일에 집중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물건이 많을 때 잡동사니를 치우듯, 쇼핑을 할 때 예산을 세우듯, 자신이 실행할 일에 대해서도 불필요한 것은 치우고 제한을 두는 과정이 꼭 필요한 것이다.

제한 두기에 성공하려면 한 번에 한 분야를 정해 시작해야 하고 또 가장 성공 가능성이 높은 분야를 선택해야 한다.

그럼, 어떻게 핵심을 가려낼 것인가? 이 책이 소개하는 가이드라인이 될만한 질문은 이런 것들이다. 1.내가 소중히 여기는 가치는 무엇인가? 2.내 목표는 무엇인가? 3.나는 어떤 것들을 좋아하는가? 4.내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5.어떤 것이 가장 큰 효과를 가져다줄까? 6.장기적인 효과가 가장 큰 것은 무엇인가? 7.필요한 것 vs 원하는 것. 8.비핵심적인 것들을 제거한다. 9. 추리는 과정을 반복한다.

이 아홉가지를 스스로에게 묻고 생각하는 과정만으로도 복잡하고 바쁜 자신의 일상을 제대로 돌아볼 수 있을 것 같다. 집중할 대상이 적을수록 효율적이고, 결국 하나에 집중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고 생산적일 수 있고, 이는 수없이 반복해서 듣게되는 말, '현재에 집중하라'로 수렴한다. 그리고 9번 항목 역시 꼭 필요한 과정으로 생각된다. 무언가 새로운 일을 이루는 것 만큼이나 그 유지가 어렵다는건 이제껏 몇번의 실패를 거쳐 직접 느꼈던 부분이다.

Create habits
Start small


멀티테스킹이 자랑아닌 자랑이 되어버린 요즈음, 싱글테스킹을 권하는 이 책은 챙겨야할 자질구레한 일들이 늘 밀려있는 경우에 꼭 필요한 팁을 주고 있지만 역시나 실천까지 나아가자면 굳건한 마음 같은 것이 조건이 될 것 같다. 그럼에도 한번쯤 꼭 실천해보고 싶은 부분은 오래 지속할 수 있는 새로운 습관들이기였다. 먼저 새로 익히고 싶은 습관을 정하고, 계획을 자세히 적고, 매일 일정한 사람에게 진행상황을 보고하고, 그리고 30일 후에 성공을 자축한다는 단계가 소개되어 있는데 특히 목표를 낮게 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무엇이든 끝까지 완주하는 경험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생각하면 수긍이 된다.

모두 개인적인 상황에 따라 변용될 수 있는 것들이기에 무리하게 쫓아하기보다는 참고 정도로 삼으면 좋을 것 같다.  제목처럼 단순함이 모든 것을 바꿀 수는 없어도 제법 많은 것을 바꿀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단순함을 위한 걸음에 방향성을 잡아주고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주는 책이었다.

두서없이 바쁜 (나 자신을 포함한) 주변 친구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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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관찰주의자 - 눈으로 차이를 만든다
에이미 E. 허먼 지음, 문희경 옮김 / 청림출판 / 201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사소한 것도 놓치지 않는 관찰력과 그것을 바탕으로 한 추리력(상상력)은 우리가 셜록 홈즈에게 매료되는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어린 시절 한번쯤 탐정을 꿈꾸기도 한다. (결국 한국에서 탐정은 불법이란걸 알게 되지만..) 이 책의 제목을 보고 곧바로 읽고싶어진 것은 아직 완전히 포기하지 못한 탐정에의 꿈인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지은이는 미술사가이자 변호사이다. 그리고 지금 그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에게 더 명확히 지각하고 소통하는 방법을 가르치고 있다고 한다. 변호사로 일하면서 목격자를 무조건 신뢰해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깨달은 그는 지각의 한계를 인식하면서 지각의 수수께끼를 연구하기 시작한다. 미술계로 돌아와 의대생들에게 미술작품을 분석하여 환자를 관찰하는 능력을 교육하게 되고, 큰 성과를 올리면서 이후 관련된 연구를 진행하고 강의를 하고 있다.

사실 약간의 착오로 일이 크게 번거로워진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카푸치노 주문이나 백만 달러짜리 계약, 살인 사건 수사를 망칠 수 있다." (15쪽) 나아가 오늘날 성공한 사람들(빌게이츠, 오프라 윈프리 등)을 생각해보면 그들은 남이 못보는 것, 있어야 하는데 없는 것, 무엇이 문제인지 같을 것을 잘 보았기 때문에 성공한 것이 아닌가. 스티브 잡스는 "창조적인 사람들은 어떤 일을 어떻게 했느냐는 질문을 받으면 아마 조금 죄책감을 느낄 것이다. 사실 그들은 그 일을 한 것이 아니라 그냥 보기만 했기 때문이다."(26쪽)라고 말했다고 한다. 새삼 '세상에 새로운 것은 없다'는 오래된 경구가 떠오른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그는 미술을 통해 관찰력을 키울 수 있다고 쓰고있다. 관찰과 지각과 소통 기술을 연마하는데 필요한 모두가 미술에 담겨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어쩌면 일상적인 것들을 보고 처리하는 것에 너무 익숙해진 나머지 미세한 차이나 세세한 부분을 더이상 보지 못하고 있는지 모른다. 오히려 아이들은 그림책 속 그림에서 우리는 생각지도 못한 것들을 찾아내기도 한다. "미술은 우리를 일상에서 벗어나게 하여 평소 보고 지각하고 소통하는 방식을 다시 생각해 보게 한다."(34쪽) 잘 보려면 서두르지 않는 태도도 중요하다. 급하게 서두르면 미묘한 차이와 새로운 정보를 간과할 수도 있다. 관찰은 그저 '본다'는 수동적인 행동이 아니라 보다 적극적이고, 두뇌활동까지를 포함한다.  그래서 셜록 홈스는 왓슨 박사에게 '자네는 보기는 하지만 관찰하지는 않아'라고 이야기한 것이다. 관찰은 "똑같은 것을 보며 의식적이고 신중하고 진지하게 생각하면서 기록하는 과정이다." (52쪽)

여느 기술처럼 관찰력도 연습으로 연마할 수 있다.

이 책의 기본 전제는 바로 이것이다.  그리고 나아가 누구나 자신만의 지각 필터로 현실를 보기 때문에 그 필터를 보완해야 한다.즉 개인적 경험에 영향을 받고, 이것은 우리의 보는 방식을 왜곡하거나 향상하는 필터가 된다는 것이다. 가장 흔한 지각 필터는 '보고 싶은 것을 보기'라고 한다. 내용을 읽으며 임신 중일 때 임산부가 유독 눈에 많이 띄었던 이유를 알 것 같다. 이런 과정은 무의식 차원에서 일어나지만 특정한 결과를 기대하면 그 기대를 뒷받침하는 증거를 더 열심히 찾게되는 것도 같은 메커니즘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의외로 쉽게 음모론에 빠지는 이유 중 하나인 것 같다. 이런 현상은 사실 보는 일에서 뿐 아니라 듣거나 읽는 일에서도 늘 일어나는 지각의 오류인 것 같다. 또한 '보라는 말을 들은 것을 보기' 역시 제대로 관찰하는데에 방해요소가 된다. 여러 정보가 보는 일에 도움이 되긴 하지만 작가는 그전에 먼저 직접 보아야한다고 강조한다. 먼저 보고나서 기존의 다른 정보나 의견을 참조한 후에 다시 봄으로써 최대한 다양한 관점으로 살펴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유사한 사례나 사람을 처리해 보았을 뿐인데도 현재의 상황을 안다고 착각하는 경우에 대해서도 지적한다. 똑같은 나무도 날씨와 습도와 빛이 동일하지 않으면 모두 다르게 보이지만 우리는 그 변화에 무심하기 쉽다. "똑같은 폐렴, 똑같은 2학년생, 똑같은 사업 거래는 없다. 모든 사람과 상황은 그 나름대로 고유하다. 모두를 똑같이 대하는 것은 상대는 물론 자기 자신을 속이는 것이다." (94쪽)

책 중간중간 관찰력 연습에 사용된 그림들 중에 내가 애정하는 화가들, 르네 마그리트나 에드워드 호퍼의 작품들이 있어서 반갑고 즐거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제껏 그들의 그림을 그리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는 조금 놀라웠다. 화가들이 얼마나 섬세하게 대상을 관찰하고 표현하는지, 그런 그림을 우리가 얼마나 허술하게 보아넘기는지를 알 수 있었다. 멋진 그림을 그리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잘 보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모든 관찰의 기술은 결국 세상을 바르게 읽는 기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알고 있다고, 이미 경험했다고 착각하고 이른바 '꼰대'가 되어가지만, 작가가 언급했듯이 모든 사람과 상황은 그 나름대로 고유한 것이다. 늘 새롭게 보고, 제대로 보고, 선입견이라는 지각 필터를 인식하면서 보는 일은 우리가 주변을 바라보는 공정하고도 바른 자세를 배우는 일이 아닐까.

'한눈에 모든 것을 기억하는 FBI 관찰수업'이라는 다소 딱딱한 문구의 띠지가 둘러져 있던 이 책을 덮으며 내게 떠오른 것은 시 한 구절이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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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동안 두 발로 누빈, 구석구석 이스탄불 - 한 도시, 두 대륙의 보물을 찾다 처음 맞춤 여행
원광우 지음 / 처음북스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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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거의 평생 서울에 살았지만 여전히 낯선 곳이 많다. 한 도시에서만 일년이나? 하지만 곧바로 한 도시를 다 보기에 일년이 어쩌면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책을 펼쳐들었다.

가장 먼저 눈길을 끈 것은 작가의 이력이다. 뭔가 소박하다. 여행작가도 사진작가도 아니고, 그렇다고 문학과 인연이 있는 사람도 아니었다. 그저 '성실한 시민'의 이력이었다. 공대를 졸업하고 샐러리맨으로 지냈던 것이 전부라면 전부이다. 그리고 이스탄불에서 100킬로쯤 떨어진 곳에 근무하게 되면서 주말마다 이스탄불을 여행했던 이야기이다. 밥벌이를 위해 평일에는 직장일을 하고, 나름대로 '보람차고 계획적인' 날들을 보내기 위해 주말마다 다닌 여행기.  '행복한 주말여행자의 기록'이라는 부제를 붙이고 싶은 책이었다. 전체적으로 굉장한 사진이 실려있는것도 아니고, 매끄러운 서정성이 느껴지는 것도 아니었다. 조금은 투박한 사진과 글들이자만 개인적으로 잘 아는 누군가의 여행담을 듣는 기분으로 편안하고 가볍게 읽혔다.

역사와 지리에 관심이 있다면 누구라도 매혹되지 않을 수 없는 여행지가 바로 터키의 이스탄불이 아닐까, 생각된다. 무려 1600년 동안 수도였던 곳, 아시아와 유럽대륙을 모두 품고 있는 곳, 그리스 로마시대부터 오스만 제국에 이르기까지의 다양한 유적이 분포해 있는 곳. 외계인에게 인류 문명을 소개하려면 가장 먼저 방문해야 할 곳인지도 모르겠다. 이 곳을 주말마다 여행할 수 있었다니, 작가는 정말 행운아처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여건이 주어졌다고 모두 그렇게 구석구석 발품을 팔며 돌아다니고, 생생한 현재를 기록하고, 그곳의 과거를 탐구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작가는 그렇게 했고, 그것들이 책이 되었고, 이로써 작가가 에필로그에서 썼듯이 "시공을 초월해 터키에 닿아있을 타임머신을 장만"(301쪽)한 셈이다.

전체적인 구성은 작가가 다닌 이스탄불과 주변 지역을 크게 7개 지역으로 나누고, 각 지역별로 자세한 시작에 앞서 지역소개, 볼거리, 가는 길, 먹거리, 살거리를 간단히 정리하고 있다. 그리고 그 지역의 여기저기를 찾아다니며 본 것, 먹은 것, 느낀 것들을 편안하게 풀어나간다. 지역별 소개는 짧지만 충분한 정보를 담기도록 정리가 잘 되어 있어서 실용적인 가이드북으로도 사용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면서도 일반적인 여행책자에서는 유명 관광지가 아니라는 이유로 생략되거나 한 줄로 지나가버릴 작은 박물관이나 거리에 대해서도 감상과 소개가 적혀있는 점이 좋았다.

그 곳, 이스탄불에서의 생활은 어떨까? 어쩌면 도시에서의 삶은 비슷비슷한 것인지도 모른다. 때론 전혀 다른지도 모른다. 책을 읽다보면 거창한 부분이 아닌, 소소한 부분에서 정말 비슷하구나 싶다가도, 정말 의외라고 생각되는 부분도 있었다. 궁정 근처에서 총을 든 무장경찰들을 발견하지만, 그 옆 공원에서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평화롭게 산책하는 나들이객들을 보기도 한다. 박물관들과 그 유명한 그랜드 바자르는 하필 일요일이 휴일이라고 한다. 손님들이 몰릴만한 주말에는 문을 열고 월요일에 주로 쉬는 우리와는 생각하는 방식이 다른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아무리 관광객이 몰러다녀도 매몰차게 일찍 문을 닫아거는 유럽의 가게들이 생각난다. 손님만 있으면 밤샘영업도 불사하는 우리네랑은 역시 다르다.

중간중간 작가가 자신의 급한 성격을 탓하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 그 곳 사람들이 얼마나 잘 웃는지도 자주 언급된다. 사실 우리는 우리 자신이 얼마나 급한지, 얼마나 무표정한지 말 모른다. 우리끼리는 모른다. 하지만 그들을 보면 알게 되는 것이다. 어쩌면 여행이란 바깥 세상을 보러 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사는 세상을 더 잘 보기 위해서 가는 것인지 모르겠다.

작가는 말한다. "이스탄불은 화수분처럼 끝없이 볼 것이 생겨나는 도시인 것 같다."(108쪽) 왜 아니겠나. 세상 어디도 보고자 한다면 볼 것이 없는 곳은 없겠지만 문명과 역사의 집합소 같은 곳이니 더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일단 그의 안내대로 책으로 여행한 이스탄불, 읽으며 그 곳에 며칠이라도 머물게 된다면 나는 무엇을 보고, 무엇을 먹을까를 상상해 봤다. 아마도 참깨가 고소한 시미트를 먹으며 알록달록 히잡을 쓴 여인들이 있는 거리를 천천히 걷다가 오르한 파묵을 만나기 위해 순수박물관을 찾게 되겠지.

특별한 여행기나 꼼꼼한 정보를 기대한다면 살짝 실망할수도 있다. 하지만 방 구석 혹은 카페 구석에 앉아서, 그리 까칠하지 않은 편안한 동반자와 이스탄불 곳곳을 걷는 기분을 느껴볼 수 있는 책이었다. 다만 지도가 전혀 없다는 것이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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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그림에 담다 - 집, 나무, 사람 1장의 그림으로 보는 당신의 속마음
이샤 지음, 김지은 옮김 / 베이직북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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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보면 뭔가 명화 속에 숨겨진 작가들의 속마음 같은 것에 대한 이야기일 것만 같다. 몇번이고 <그림, 마음에 담다>라고 잘못 읽기도 했다. 하지만 이 책은 심리학 책이다. 요즘 음악이나 미술, 놀이 작업 등을 통해 심리를 알아보고 치유하는 프로그램들이 많이 있는데 그 중 미술 치료, 미술 치료 중에서도 'HTP 검사' 라는 분야를 소개하고 있다.

작가 이샤(一沙)는 현재 심리상담 임상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중국인이다. 작가는 이 책에 집(House), 나무(Tree), 사람(Person) 이 세가지 요소를 기본으로 하는 HTP검사에 대한 많은 정보 들을 착실하게 담고있었다. 

사실 개인적으로 '당신은 이런저런 문제가 있습니다.'라고 알려주기만 하는 검사 자체보다는 그 검사 결과를 놓고 그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 훨씬 핵심적인게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책을 읽어내려가다 보니 시작이 반이듯이 스스로도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는 자기 자신의 잠재 의식을 아는 일은 치료에 있어 매우 중요한 부분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사실 어렴풋이 알고는 있지만 인정하고 싶지 않은 자신의 문제를 꺼내놓는 것 만으로도 어느정도 해결의 방향에 들어선 것인지 모른다.

책은 크게 2개의 파트로 나뉘어져 있는데 Part 1 에서는 실제로 있었던 많은 사례들을 다루고 있다. 내게도 있을 수 있는, 혹은 내 주변의 누군가에게 있을 수 있는 다양한 문제와 상황들이 실려 있어서 흥미롭게 읽으나가며 HTP 진단과 치유에 대해 조금씩 공감하고 배워나갈 수 있다. 이 부분만 꼼꼼히 읽어도 친구들과 가볍게 심리놀이를 해볼 수 있을 것 같았다. 특히 딱딱하지 않게, 마치 소설과도 같은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는 점이 좋았다.

Part 2는 HTP 검사 사용 가이드라는 소제목이 보여주듯이 객관적이 내용들을 담고있다. 이 검사가 언제 생겨서 어떻게 발전하고 변화해 왔는지와 같은 기본적인 정보와 함께 심리학적인 검사원리도 소개하고 있다. 또한 이 검사를 통해 피검사자가 더 깊고 은밀한 심리를 표출시키는 것이 어떻게 피검사자의 일상에 도움이 될 수 있는지, 일반적인 심리 투사 검사와는 어떻게 다른지 등을 다룬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간단한 테스트 가이드와 검사 주의사항도 실려 있는데, 예를 들어 "나 그림 잘 못그려요"라며 거부하는 사람에게 구체적으로 어떻게 대응할지까지 적어두고 있어 작가가 얼마나 꼼꼼하게 내용을 구성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HTP  검사 해석, 즉 그림을 보고 무엇을 어떻게 분석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가 도표화되어 실려 있어서 누구라도 차분히 견주어보며 그림에 담긴 심리를 읽어내려 갈 수 있을 것 같다.

사례를 읽어보면 대체로 무언가를 상실한 경우 우리는 깊은 상처를 받는다는 걸 알 수 있다. 그것이 구체적인 물건이나 사물인 경우도 있고 그저 한 시절이거나 역할인 경우도 있었다. 더불어 무의식적인 자기방어기재가 스스로의 삶을 방어하기는 커녕 오히려 더 크게 가로막는다는 생각이 든다. 자기합리화의 장막을 열고 올바르게 자신을 들여다보기 위해 자신의 그림을 분석해보는 것으로 시작해 여러 어려움을 겪는 주위 사람들에게도 완벽하진 않겠지만 마음을 읽고 문제를 해결해나갈 힌트를 줄 수 있지않을까. 물론 선무당이 사람잡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조심해야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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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식의 인간 vs 기계 - 인공지능이란 무엇인가
김대식 지음 / 동아시아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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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 딥러닝, 4차 산업혁명 등등. 귀동냥으로 들었지만 사실 구체적으로 아는게 거의 없다는 걸 알겠다. 뭔가 거대한 변화가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데... 적어도 개념 정도는 알아야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일단 이 분야에 조금 전문적인 지식을 가졌거나, 개념적인 기본서를 이미 읽은 사람들이라면 이 책은 너무 쉬울 수도 있을 것 같다. 별 내용도 없으면서 장정만 그럴듯하고 뭔가 반복되는 느낌을 받으며 성의없는 책이라고 느낄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인공지능과 뇌과학, 이후의 미래 같은 것들에 대해 처음 접하기에는 충분했다. 대체적으로 쉽게 서술되어 있고, 사진이나 그림 자료가 실려있어 빡빡하다는 느낌도 없고, 존재에 대한 철학적인 논의에서 인공지능에 이르기까지의 담론과 개념들을 체계적이면서도 간결하게 잘 풀어내고 있었다. 보다 전문적인 책을 읽기위한 기본서로서 만족스러웠다.

계산하는 기계에게 점차 세상을 인식할 수 있는 로봇으로의 진행과정, 나아가 스스로 학습하는 로봇으로. 말하자면 현재의 자리는 여기까지이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면 강한 인공지능, 즉 자아와 정신, 자유의지를 가진 기계가 탄생할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생각보다 빠른 시기에 가능할 것이란 의견부터 영원히 불가능한 일이라는 의견까지 존재한다. 하지만 결국 강한 인공지능이 생긴다면?


"만약에 제가 강한 인공지능이라면 '지구 - 인간'이 더 좋으냐, '지구 + 인간'이 더 좋으냐 하고 스스로에게 물어볼 거예요. 강한 인공지능 입장에서 가만히 생각해보면 '지구 - 인간'이 더 좋다는 논리적인 결론을 충분히 낼 수 있다라는 거예요. 지구에 인간이 있음으로써 모은 에너지와 공간을 가지고, 동물 식물을 다 죽이고, 인간의 역사는 아름답지도 않고 허구한 날 싸움질하고 전쟁만 하죠."


그들이 '이 지구상에 인간이 존재해야 할 이유를 대 봐' 라고 한다면 우리는 과연 그들을 설득할 수 있을까? 단 한가지라도 이유를 찾을 수 있을까?

이야기는 기계로 시작되고, 진행되지만 결국 이렇게 인간의 문제로 돌아온다. 결국 인간의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하고 마침내 자아를 가지게 된 인공지능인 것이다. 그들이 우리 인류처럼 오직 자신들의 필요에 의해 생물(인간 포함)과 자원을 파괴하고 사용한다고 해도 우리에게는 그들을 비난할 자격이 없는지도 모른다. 그들의 최초 창조자인 우리의 행태에 비추어 그들의 행동을 예측한다면 인류 입장에서의 미래는 그다지 밝지 않다. 이 책에서도 말하고 있다. "구글이 만든 답, 정부가 만든 답, NGO가 정말 조심스럽게 만든 답. 모든 시나리오를 시뮬레이션해보니 결론이 항상 똑같습니다. 약각 시간적인 차이가 있지만 강하 인공지능의 모든 끝이 인류멸망입니다."

언제나 그래왔듯이 현재의 선택이 미래를 결정한다. 아직은 우리가 결정할 부분이 남아 있을 지 모른다. 충분하진 않지만 아직 시간은 우리 편이다. 여기서 멈출수도 있고, 제대로된 방향성에 대해서 더 깊이 생각해보고 나아갈 수도 있지 않을까. 기계와의 공존의 해법 같은것도 (목숨걸고) 찾아봐야 하지 않을까. 나 개인은 이 흐름을 바꿀 아무런 것도 가지지 못했지만, 결국 휩쓸려 가겠지만, 그럼에도 적어도 눈을 뜨고 바라보며 나아가고 싶다, 인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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