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은 힘이 세다 - 앙성댁 강분석이 흙에서 일군 삶의 이야기
강분석 지음 / 푸르메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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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선만이 선이 아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끊임없이 머릿속에 맴도는 단어가 선(禪)이란 단어였습니다. 농사와 산행(山行)으로 자신을 끊임없이 들여다보며 솔직한 마음으로 적어내려 간 것이  감동을 주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누군가 농사는 바로 선(禪)과 같다며 농사선(農事禪)이라고도 표현한 문구가 지은이의 책을 읽는 내내 떠오른 것은 우연이 아니라 생각되어졌습니다.


지은이는 씨앗이 세상에 나와 성장하고 꽃을 피우고 열매 맺고 끊임없이 이어지는 것을 바라봄으로써 사람의 사는 원리를 찾아내는 탁월한 안목을 가지고 있는 듯합니다. 그 과정이 씨앗 혼자만의 힘이 아닌 것을 느끼고는 자연앞에 겸손해질 수밖에 없음도 고백합니다. 씨앗이 햇빛과 흙과 바람을 의지하여 살아가고 이어지듯이 사람도 곡식과 함께 의지하며 살아가고 이어지는 것임을 일깨워줍니다.


  지은이는 우화하기 위하여 벼를 붙잡고 있는 잠자리 애벌레를 보고는 "아픔없이 어떤 변화도 없다는 진리를 온몸으로 토로하는 녀석"이라고 철학적으로 이야기하다가도 “ 햇볕이 따스한 오후, 동네 개들이 돌림노래하는 아이들같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짖어됐다”라고 수채화같은 시골정경을 그대로 책으로 옮겨놓습니다. 이는 도시와 농촌을 같이 살아본 사람만이 표현해낼 수 있는 시골의 철학이요 풍요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나 시골의 삶 자체는 철학과 풍요의 삶이 아님을 이야기 합니다. 경제적인 관점에서 보면 경제적인 약자이다보니 때때로 마음마저 각박하게 나타나고 도회지에서 온 사람에게 적대의식을 가지고 있음도 이야기하여 줍니다. 도시중심의 현대문명은 농경문화를 소외시켜왔고 소외된 농경인들은 도회지인들을 경원시할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도시문명에서 소외된 농업인의 안타까움을 느끼지 못하였던 지은이 첫 시골생활의 에피소드는 마음이 아파왔습니다. 귀농 6년후가 되는 2003년도의 글에서 “ 마음이 얼마나 열려야, 또 세월이 얼마나 흘러야 나는 진짜 농부가 될까?” 지은이의 독백에서 간단치 않은 시골정서에 적응의 어려움을 느껴봅니다.


 삶의 현실이 반영되지 않은 유년시절의 시골은 행복한 기억으로 다가옵니다. 시골은 삶의 현장과 연결이 되지 않았을 경우는 수채화같은 모습으로 다가오지만 생활로 연결되었을 경우는 또 하나의 치열한 삶의 현장일 수밖에 없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행복한 시골의 기억을 현실화시키지 못함은 그만큼 시골에서의 삶의 현장이 도시보다(?) 더 치열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보다는 도시문명의 허상에 마음이 더 쏠려 있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일 것입니다.

 


그러나 지은이는 달콤한 도시의 허상에서 오는 허무감보다는 질박한 시골의 진실한 모습에서 오는 희열을 더 크게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지은이는 연꽃의 아름다운 덕성이 진흙속에서 피워내는 힘에 있듯이, 시골의 아름다움은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얻어진다고 굳게 믿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비료와 농약으로 기른 예쁜 배추라는 허상에서는 석유냄새와 같은 도시냄새가 나지만 거름과 유기농으로 재배한 배추에서는 벌레와의 공존의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제대로 된 먹거리는 귀할 수밖에 없습니다.

귀한 먹거리를 흥청망청 먹어대는 것은 욕심일뿐입니다.

소박한 음식만이 공존의 아름다움을 이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지은이는 공존의 아름다움을 나누고 싶어 책을 내놓았나 봅니다.

그 귀한 마음에 박수를 보냅니다.

 

이글은 개인 블러그(http://blog.daum.net/jiskis/8624995)에도 함께 실려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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