된장 인사이드 - 와인보다 맛있고 치즈보다 건강한 우리 된장 이야기 굿라이프 12
유미경 지음 / 이담북스 / 2009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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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덮으면서 책을 읽었다기보다는 된장처럼 구수한 이야기를 들은 것 같았습니다.
발품을 팔았기에 딱딱하게 흐를 수 있는 콩에 대한 지식을 이야기로 풀어내었습니다.
콩과 된장을 몸으로 사랑하지 않고는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래서 저자는 책 제목을 된장인사이드 라고 지었나봅니다. 제목을 굳이 번역하자면 궁시렁 궁시렁 된장이야기 또는 된장에 얽힌 이야기 아니면 된장의 잡학상식 정도일 것입니다. 한글로 제목을 달았다면 그저 그런 책으로 보일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된장이 지니고 있는 가치를 과학이라는 서양의 언어로 재해석 하였다는 의미로 된장인사이드로 하니 조금은 폼이 납니다. 굳이 폼이 난다고 한 것은 국어천시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동양의 문화적 자산을 서양의 언어로 표현하다보니 어쩔 수 없다는 의미에서 입니다. 마치 누드작가는 알몸작가와 같은 의미를 가지지만 어감은 아주 다른 것처럼 말입니다. 



 제목이 그런 만큼 이 책은 된장이 가지고 있는 가치를 현대인이 이해하기 쉽게 과학적인 자료를 가지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축산업자들은 육식을 꼭 먹어야 한다는 강력한 이유로 채식만으로는 비타민 B12 결핍으로 오는 악성빈혈을 막을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저자는 된장에  비타민 B12가 충분히 있으니 된장을 열심히 먹으면 그런 염려는 붙잡아 메라고 친절하게 반박하고 있습니다.

저자의 친절은 여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176쪽에 청국장 두 숟가락 해놓고는 색채가 다른 글씨로 30g으로 표시를 해놓고 있습니다. 나와 같은 아날로그 세대는 두 숟가락이라는 말에서 어림짐작으로 부피에서 오는 무게를 느끼지만 미터법에 익숙한 세대들에게는 30g이라는 표시가 가슴에 더 와닿을 수 있도록 수고로움을 아끼지 않은 책입니다. 

이 책을 읽을 때 주의할 사항이 있습니다. 서술형식으로 글이기 때문에 중요하다 싶으면 밑줄쫙 그으면서 읽지 않으면 그냥 넘어간다는 것입니다. 그만큼 콩에 대해 기원와 문헌적인 고찰등이 돋보이고 된장을 담그는 방법에서부터 기능까지 또 인문학적인 부문까지 다방면에 걸쳐 많은 지식을 이야기처럼 풀어놓고 있습니다. 저자는 된장이 와인만큼 명성을 가져야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와인은 가지고 있는 가치에 비하여 고평가되어 있고 된장이나 간장은 저평가되어 있는 것에 저자는 안타까움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자는 제주도 올레길이 서명숙이라는 한 개인에 의해 재평가되어 유럽의 순례길처럼 호평 받듯이 한국의 된장 간장이 제대로 가치를 인정받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저자의 소망과 열정이 녹아있는 책의 일독은 된장과 간장의 참가치를 알아 가는데 손색이 없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빈티지 와인보다는 병입하기 직전에 잘 숙성된 와인을 최고로 치고 있습니다. 잘 익은 김치가 유익한 미생물이 풍부하듯이 잘 익은 와인은 미생물이 풍부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유통되는 와인은 이미 미생물이 잘 자라지 못하게 해놓았습니다. 빈티지와인은 오래 유통되어도(방부제를 넣어서) 잘 숙성되었을 때 와인맛에 근접해 있는가로 결정되는 것이고 어떻게 이미지를 덧씌웠는가에 가격이 결정됩니다. 이에 반하여 된장이나 간장은 오래 두어도 좋습니다. 잘 숙성된 된장이나 간장은 오래 될수록 좋은 미생물이 많이 있습니다. 와인과 차이점이 여기에 있습니다.

가치가 있기에 존중받아야 할 된장 간장의 참모습을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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