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 맞은 미래 - 당신의 정자가 위협받고 있다
테오 콜본 / 사이언스북스 / 199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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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여년전 그 곳에는 가재가 있었다. 개구리가 울기 시작하면 아이들은 개구리를 잡아 개구리 다리를 짓이겨 버드나무 가지끝에 묶어 물속 바위옆에 놓아두면 가재들이 새까맣게 모여들었다. 왠 횡재인가 싶어 기세좋게 집게발로 개구리 다리를 집은 가재들은 버드나무를 들어올린 아이들의 손에 이끌려 주전자속으로 집어넣어졌다. 그렇게 잡은 가재들은 그날 저녘 아이들의 간식거리가 되었다. 그후 도회지에서 학교를 다니게 된 나는 가재잡이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부모와 떨어져 공부하고 있는 나에게 위안을 가져다 주곤하였다.

중학교 진학하면서 윗마을에 규석광산이 생기면서 시냇물은 뿌옇게 변하여 가고, 논에서는 희뿌옇게 농약이 살포되기 시작하면서 가재들은 사라지기 시작하였다. 그래도 가끔씩은 가재가 나오곤 하던 것이 대학 진학무렵이 되어서는 그마저도 사라져 버렸다. 십여리 떨어진 시골초등학교는 5, 6년전에 40여년의 역사를 뒤로하고 폐교되어 버릴정도로 오지인 그 곳에 가재가 사라진 것은 농약과 전기가 들어 온 것이 원인이라고 동네사람들은 나름대로 진단하였다. 동네사람이 내놓은 진단은 전기가 들어 가지도 않고, 사람이 살지도 않고, 농지도 거의 없는 개울에서도 가재의 사라짐을 설명하지 못하였다. 동네사람들은 '희한한 조화'로 치부하여 버렸고, 먹물을 먹은 나는 40km 떨어진 시멘트 공장의 분진과 산성비가 원인일 것이라고 결론내리고, 그후 나는 잊어버리고 살았다.

도시에서 의료업을 하고 있는 나는 새로운 문제로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그것은 아이들의 감기와 비염과 같은 호흡기질환과 아토피와 같은 피부과 질환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이었고, 치료를 하여 보아도 예상과 달리 잘 치료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내가 진료하고 있는 아이들만의 문제가 아니고 내 세 아이들도 문제이었다. 공기는 어쩔 수 없으니 물과 음식만이라도 바꾸어 먹여 보며 치료하여 보았다. 미미한 효과만 있다는 어정쩡한 결론에 안타까워하고 있던 차에 나름대로 의미심장한 사실을 발견하였다. 새로 이사한 집에 가면 아이들이 한 두달 뒤, 한 차례 아프다는 사실이었다.

그 후 산밑에 오래된 아파트로 이사를 하였을 때 6살 딸 아이가 하는 말 '아빠 여기로 이사한 다음 아프지 않아서 좋아요!' 라고 하는 말에 '응 뭐라고?' 나는 둔기로 맞은 느낌으로 반문하였다. '왜 이 곳으로 이사를 하면서 아이들이 덜 아플까 ? '. '산 밑이라 공기가 좋아서?' 나는 아니라고 결론 내리고 오래된 아파트라는 사실과 도배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주목하였다. 문제는 실내공기 오염의 문제였다. 오래된 아파트라 페인트 냄새와 시멘트 냄새는 없어지고 실내 건축구조물도 사람과 적응이 되어 있는 상태에, 도배까지 하지 않았으니 실내공기 오염은 거의 없다는 사실이 아이들의 병치례를 하지않게 하지않았을까 추측하게 되었다.

그렇지만 <여자아이들의 초경의 빨라짐>에 대한 세상사람들의 '건강이 좋아져서'라는 평가에 대하여 인스턴트음식에 포함된 유해물질과 환경상의 어떠한 해로운 물질의 영향일 것이라는 추측만 하고 있었다. <도둑맞은 미래>란 책을 접하면서 산골오지에서의 가재의 사라짐과 여자아이들의 초경이 빨라짐에 대한 내 나름의 추측에 대한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산골 오지에서의 가재 사라짐은 솔잎 흑파리 항공방제 화학물질의 잔류성에 대한 것이고, 여자아이들의 초경이 빨라짐에 대한 것은, 모체가 임신기간동안 산부인과에서 유산방지제나 임신오저 방지제에 대한 노출 가능성, 또한 이미 잔류화학물질에 많이 노출되어졌을 가능성에 무게를 싣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지구의 종말은 인류생식시스템의 혼란으로 올 것이란 사실도, 현재와 같은 물질 만능주의와 실용(?)적 시스템이 적용되는 한, 먹이사슬의 관계에서 한 종의 사라짐은 우리 인류와 직접적인 관련성이 있다고 보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수많은 경고에도 불구하고 '끔찍한 경악'을 경험하기까지는 한 세대가 흘러야만 인정이 될 것이라는 현재의 문명사회에 대한 저자들의 냉소에 가슴이 저며옴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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